펭귄이 기후위기, 멸종위기를 감시하는 이유
[민언련 기획 모니터-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자 인터뷰] '기업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온실가스 100만톤클럽' 보도한 뉴스펭귄을 만나다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 중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을 온실가스라고 한다. 온실가스는 지구 기온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태양에서 오는 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지구 표면 온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온실가스가 '지구가열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너무 많아'서다. 그렇다면 온실가스가 많은 이유는? 인간활동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크게 열이나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부문, 철강을 제조하거나 콘크리트를 만드는 등 산업부문, 자동차·항공·철도·해운 등 수송부문, 소를 키우고 우유를 생산하는 등 가축을 기르는 축산부문 등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1위는 전력부문, 2위는 산업부문이다.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과 함께 특히 민간인 산업부문 감시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100만톤클럽'이란 개념을 만든 곳이 있다. 국토환경연구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와 뉴스펭귄이다. 뉴스펭귄은 2017년 멸종위기 전문매체를 표방하며 창간한 인터넷언론으로 소규모 매체다.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1위인 우리나라를 이곳저곳 감시하려면 부족한 일손에도 다른 단체와 협업을 통해 해냈다.
지난 2월엔 100만톤클럽 전반에 대한 기사를 내놓더니, 6월부터는 산업별로 주요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뉴스펭귄의 '기업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온실가스 100만톤클럽'은 2023년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뉴스펭귄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펭귄으로 드러낸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 '뉴스펭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임병선 : 뉴스펭귄은 창간부터 기후위기와 멸종위기만 다루기로 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검색 가능한 뉴스스탠드 제휴 매체고, 꾸준하게 기후위기와 멸종위기만 다루면서 그래도 팬이 모여 인스타그램엔 4만 7000명 정도 팔로워를 갖고 있다.
제호에 펭귄이 들어간 이유는 이 동물이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둘 다 관련돼 있어서다. 전 세계 펭귄은 총 19종이며 이중 9종이 멸종위기종, 2종은 멸종위기 직전에 속한다. 대부분 추운 지방에 사는 펭귄은 기후위기 때문에 서식지가 줄고 있다.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아델리펭귄'이라고 있는데, 남극에 눈 대신 비가 내리면서 새끼가 얼어 죽는 일도 일어났다. 무엇보다 귀엽고 상징성이 커서 도움이 많이 된다. '뉴스펭귄 누구입니다' 하면 다들 '뉴스 뭐요?'라고 묻다가도 '동물 펭귄이요' 하면 다들 잘 기억하더라.
- 창간 초기 '지구가열화를 야기하는 기후악당과는 비즈니스 제휴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선포한 것을 봤다. 지금은 '지구가열화를 막기 위해 애쓰는 정부 및 산하기관, 기업체 등과의 협업에 열려 있습니다'로 바꿨던데.
임병선 : 우리 의도는 애초 기후악당과 제휴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지, 누구와도 협업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기후악당을 찾는 작업도 계속될 것이다. 당연히 지구가열화를 막기 위해 애쓰는 기업과 협업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그린워싱 기업인지 아닌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어떤 기업이 기후악당인지 확실하게 지적하려면 모든 면을 살펴야 한다. 시민 여러분도 기후위기를 많이 말한다고 기후위기 대응을 잘하는 기업은 아니라는 걸 유의하면 좋겠다. '성공한 마케팅'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지는 따져봐야 알 수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내뿜는 온실가스는 줄이지 않으면서 쓰레기 줍기 같은 일회성 캠페인을 하는 기업을 주의해서 보고 있다.
- 광고수입이 주요 재원이고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언론환경에서 어려움은 없나.
임병선 : 당연히 어려움이 크다. 광고 자체가 작은 매체에 잘 오지 않는 데다 광고주 입장에서 좋은 말을 써주는 매체에 광고를 주고 싶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위기와 멸종위기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해결책을 보여주려는 매체인 만큼 광고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과 정부의 잘못을 지적할 때가 많다. 자연스레 광고 수주에도 어려움이 있다.
- 소규모 매체의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임병선 : 기후, 생태 분야에 다룰 문제가 참 많은데 모두 다룰 수 없다는 게 어려움이다. 특히 현장을 가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력배분 상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조직이 작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없다.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동시다발로 하기 어렵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구성원들끼리 잘 조율해 해나가는 장점이 있다. 기자들이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문제를 널리 알리고 인식을 높이자는 목표가 있어서인지 아이템 선정이나 논조에서도 갈등이 적다. 물론 여러 스펙트럼이 있으니 토론이 이뤄지기도 한다. 기자들끼리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점이 엄청난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 동물이나 환경과 관련된 놀라운 소식을 뉴스펭귄 기사로 접할 수 있다. 그런데 포털에서 동물이나 관련된 사건사고는 클릭을 위한 미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템 선정에서 유의하는 점이 있다면.
임병선 : '그냥'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아이템은 보도하지 않는다. 관심이 집중될 만한 소식이나 사건을 전할 땐 늘 이면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근 화제가 된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 속 '갈비뼈 사자(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모습으로 발견돼 동물 학대 및 부실운영 논란이 일었다)'는 단순히 불쌍하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동물 관련 보도의 경우 신기하고 귀여운 면모를 부각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과 자연을 좀 더 가깝게 만드는 연결점으로서 동물을 유의 깊게 다루는 것이지 클릭을 유도하려는 의도는 없다.
기업의 기후행동, 제대로 평가해야
- 국토환경연구원·기후변화행동연구소·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등과 함께 2018~2021년 국내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했다. 그 시작이 궁금하다.
임병선 : 세 단체와 평소 협업을 자주한 것은 아니고, 이번에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가 처음이다. 각 단체와 뉴스펭귄이 기후위기 대응에 기업의 역할과 행동을 중요하게 알려야 한다는 데 합의점이 있었다. 데이터 분석과 보도 등 각자 맡은 일을 해서 더 큰 파급력을 만들어내려 협업하게 됐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는데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원분들이 많이 수고해주셨다.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시작했고, 이 데이터를 정제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 왜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임병선 : 기후위기는 경제활동의 결과고 당연하게도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주체이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엮여 있는 문제라고 해도 기업이 가진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기후행동지수를 개발한 것도 기업의 기후행동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각자 보도자료나 홍보, 광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힘쓰고 있다고 말한다. 진짜 잘하고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 온실가스 배출량 '100만톤'이 기준인 이유는.
임병선 :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순서대로 놓고 100만 톤을 기준으로 잘랐을 때, 상위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75%였다. 2021년 기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만톤을 넘는 기업이 모두 73개인데, 이들은 분석대상 기업 1,075곳의 6.8%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이 2021년 한 해 온실가스 5억974만톤을 내뿜어 같은 해 온실가스 배출량 75%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좌우하는 수치다. 상징성도 있어 100만톤이 적합하다고 봤다.
- 100만톤클럽 선정 이후 산업별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사가 나왔다. 첫 번째는 시멘트업계 였는데.
임병선 : 시멘트 산업은 철강 산업에 이어 온실가스를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에너지를 사용한 것에 비해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살펴본 탄소집약도를 따지면 상위 10개 기업 중 7개가 시멘트 산업이다. 업종 특성상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된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확인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 특히 한국 시멘트업계가 해외에 비해 굉장히 부실하더라. 한국시멘트협회 차원의 탄소중립 로드맵도 없고, 세계 100대 시멘트제조사에 속하는 국내 시멘트제조사 6곳 중 어느 곳도 국제시멘트-콘크리트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임병선 : 이 사실을 알고 나서 편집국에서도 당황했다. 연구원분들 사이에서도 놀랐다고 하더라. 기획에 착수했을 때만 하더라도 상위 몇 개 기업은 국제협회에 가입해서 기후위기 대응을 조금이나마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100만톤클럽 외에 '기후행동지수'도 만들어서 기업 기후행동에 대해 평가했는데.
임병선 : 기후행동지수란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각 기업의 기후행동 정도를 비교·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평가 프레임이다. 100만톤클럽 기업들은 업종도 다양하고 기업도 다르다 보니 이들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려면 이런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5개 지표를 활용하는데 책임성, 효과성, 적극성, 투명성, 효율성이다. 책임성을 예로 들면 같은 업종 대상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일수록 책임성 점수는 낮게 책정하는 식이다. 효과성은 정부의 탄소감축 기준 연도인 2018년을 기점으로 얼마나 배출량을 줄였는지 알아보는 지표다. 중요한 것은 항목별로 평가에 반영되는 가중치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 가중치는 기후나 지속가능성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서 정한 결과다.
- 기후행동지수 산출방식을 별도 기사에서 자세히 공개했다. 이례적인데 이유가 있다면.
임병선 : 산출 방식을 공개해야 시민들이나 관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검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려면 당연한 수순이다.
뉴스펭귄이 기업 감시하듯, 시민도 뉴스펭귄 봐달라
- 이번 기획 이후 업계나 정부 쪽 반응은 없었나.
임병선 : 100만톤클럽을 선정하거나 기후행동지수를 만든 과정을 궁금해한 경우는 있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무엇인가 열심히 하겠다는 반응은 없어 아쉬웠다. 기업에서 언론을 모니터링할 때 우리 기사도 검색될 것 같은데…. 꼭 직접적 반응이 아니더라도 뉴스펭귄 보도를 통해 업계나 정부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더 좋은 방향으로 가준다면 좋겠다.
- 시멘트업계를 들여다본 뒤 최근엔 석화·정유업계를 분석했다. 다음 업계는?
임병선 : 전기, 전자 업종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시민분들도 잘 아는 삼성과 엘지 등이 포함된다.
- 철강회사의 탄소집약도도 높았는데, 아직 다루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임병선 : 철강은 이미 많이 다뤄지고 있고, 확실한 배출원도 있어서 조명 받지 않고 있는 다른 업종을 먼저 다뤘다. 철강은 곧바로 다룰 예정이다.
- 요즘 뉴스펭귄 편집국의 관심사는?
임병선 : 기자들이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찾는 시스템이지만 공통된 주제라고 하면 기업인 듯하다. 기후위기나 생태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요구되는 행동을 어떻게 보도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시민과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임병선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이나 정부의 방향을 뉴스펭귄이 언론으로서 지켜보듯 뉴스펭귄도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이 지켜봐 주셔야 한다. 어떻게 하는지 많이 지켜봐 주시고 또 감시해주시고, 응원하는 분들의 관심과 후원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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