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배 갈라 새끼 꺼내”…합법 번식장의 참혹 현장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9. 2. 22: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구호단체 위액트가 지난 1일 고발한 경기도 화성시의 개 번식장 모습 [사진 = 위액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냉동실에서 신문지로 대충 감싼 강아지 사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에는 개복 자국이 있는 어미견의 사체도 있었다. 임신한 개가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배를 갈라 새끼만 꺼낸 것이다.

어미견을 감싼 신문지에는 핏자국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we.a.c.t)가 지난 1일 전한 합법 개 번식장의 모습이다.

위액트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의 한 개 번식장을 급습한 뒤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고발했다.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고 1000마리가 넘는 개를 기르고 있는 이 번식장에선 학대와 불법 의료 행위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위액트가 개 번식장에서 구출한 개 1410마리를 도내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인 ‘경기 반려마루’ 등으로 이송해 보호 조치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보호조치는 지난 1일 김 지사가 위액트의 SNS 제보를 받고 긴급 지시를 내려 진행됐다.

동물구호단체 위액트가 지난 1일 고발한 경기도 화성시의 개 번식장 모습 [사진 = 위액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끔찍한 현장에서 구조된 개들을 경기 반려마루(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로 이송하고 있다”며 “경기 반려마루는 아직 정식 개관 전이지만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소중한 생명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동물 복지 수준을 이제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 특별사법경찰단과 축산동물복지국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가 위법 사항을 확인하고 생존 개들을 확보했다.

위액트는 SNS를 통해 “죽은 어미의 배를 갈라 새끼를 강제로 꺼내거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개는 근육이완제로 죽이는 등 끔찍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국가 허가를 받은 최고 시설’이라는 이곳엔 죽음의 울음소리만 들려왔고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강아지 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산모견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아기들을 뽑아내고 있었고, 태어난 지 한 달이 된 새끼들은 경매장으로 팔려갔다”며 “허가 번식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불법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이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했다.

해당 번식장은 지자체 신고를 거친 시설이지만, 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가 조건보다 1000마리나 많은 개가 좁은 공간에 방치돼 있었고, 냉동고에는 신문지에 쌓인 개 사체가 100구 가까이 발견됐다.

경기도가 지난 1일 한 동물보호단체가 화성시 팔탄면의 개 번식장에서 구출한 개 1410마리를 도의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인 ‘경기 반려마루’ 등으로 이송해 보호 조치했다. [사진 = 경기도]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개를 근육이완제로 살해해 냉동실에 보관하고 번식장 뒷산에서 사체를 불법 소각해 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번식장 직원이었던 제보자는 “임신한 개가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문구용 커터칼로 배를 갈라서 새끼를 강제로 꺼내 판매했다”고 말했다.

위액트를 포함해 동물권 단체들은 해당 번식장의 동물보호법, 수의사법, 폐기물법 등 위반 사항에 대해 고발할 방침이다.

경기도도 번식장 소유주에게 개 소유권 포기 의사를 얻어내는 한편 해당 사업장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반려동물 영업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생산업 부모견 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무분별하게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번식용 부모견을 당국에 등록하는 제도다.

또 동물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CCTV 설치 대상을 동물생산, 수입, 판매, 미용, 전시, 위탁관리, 운송, 장묘 등 영업장 8종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업장 내 사육 동물의 학대 처벌 및 관리도 강화한다.

현행법은 노화·질병 있는 동물을 유기·폐기 목적 거래 시 과태료 300만원과 영업정지 3개월에 처한다. 앞으론 벌금 300만원을 부과하고 영업허가 취소 처분이 가능하도록 관련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