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냄새도 맡는다…향기도 디지털 세상으로
로봇이 냄새로 독극물을 찾아내고 메타버스 세상에서 향기까지 나누는 시대가 열릴까. 특유의 복잡성 때문에 디지털화가 힘들었던 후각도 청각, 시각에 이어 머잖아 디지털 세상으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AI(인공지능) 기반 후각기술 스타트업 오스모(Osmo)는 미국 모넬케미컬센스센터, 영국 레딩대학,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과 공동으로 얻은 연구성과를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오스모는 구글 리서치에서 수행한 머신러닝 연구에서 파생돼 올해 1월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AI와 후각과학을 결합해 향기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후각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두 가지 질문을 해왔다. 왜 분자는 특정한 냄새를 가지고 있을까. 또 그 구조만으로 냄새를 알아내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나 후각의 복잡한 메커니즘이 발목을 잡아왔다. 특정 분자 구조와 냄새를 매핑시키는 '지도'를 만드는 것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사람은 약 400개의 후각수용체를 가지고 냄새를 맡는다. 후각수용체는 냄새 물질을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로, 냄새 물질과 후각수용체 간 선택적인 결합에 의해 후각 신경세포에서 후각 신경신호가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후각 신경신호는 사람 뇌의 한 부분인 후각신경구에 모이고 여기서 신호 조합이 일어나게 된다. 조합된 후각 신경신호를 대뇌가 인지함으로써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다.
알렉스 윌치코 오즈모 CEO와 연구팀은 GNN(그래프신경망)이라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물질의 분자구조와 냄새를 연결하는 '기본냄새지도(POM)'를 만들고, AI가 사람보다 더 냄새를 잘 맡고 구분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이들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은 5000개의 분자 데이터 세트를 가지고 냄새 훈련을 받았다. 그 결과 분자 구조만 알면 이전에 냄새를 맡은 적이 없는 수백 개의 분자의 냄새를 예측해냈다.
연구진이 개발한 AI는 400개의 병에 담긴 정체 불명의 액체의 냄새를 인식하고 구분하는 평가에서 인간 참가자들을 능가했다. 또한 직관적으로 비슷한 냄새가 나지만 구조적으로 다른 수십 쌍의 분자를 구분해냈다. 50만 개의 잠재적 냄새 분자에 대해 냄새 강도와 냄새의 유사성 같은 다양한 속성을 가리는 것도 해냈다.
15명의 인간 참가자들은 400개 물질의 냄새를 맡은 후 55개의 표현을 활용해 냄새를 표현하도록 훈련받았지만 AI에 우위를 내줬다. AI는 특히 훈련받지 않은 물질의 냄새도 예측해내는 실력을 보여줬다.
알렉스 오즈모 CEO는 "이번 연구는 후각을 정량화하는 첫 번째 단계다. 컴퓨터는 시각과 청각을 디지털화할 수 있었지만 가장 깊고 오래된 감각인 후각은 디지털화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냄새는 인간 생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감정과 기억과도 긴밀하게 연관돼 있지만 우리는 이 감각을 정량화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개발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향기를 제어하고 엔지니어링할 수 있으므로 마침내 인간의 건강과 웰빙에 도움이 되는 후각 혁신의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모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수십억 개의 분자를 빠르게 검색해 모든 분자의 냄새를 예측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알렉스 CEO는 "AI는 신약 개발 등 화학 분야에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후각은 제외돼 있었다. AI의 등장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 방식이 바뀌는 것처럼, 우리 생활의 필수 요소인 향기를 만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분자를 조합하는 '향기 사냥꾼'인 합성 화학자와 마스터 조향사의 역할이 AI를 통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스모는 앞으로 환경 친화적인 새로운 향기 성분을 발견하고, 향기를 포착·전달·기억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냄새의 디지털화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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