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는 '노이즈 마케팅' 기회?…"삼성 별로" 中 CEO까지 나서 저격

베를린(독일)=오진영 기자 2023. 9. 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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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가 붉게 물들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3'의 참가 기업부터 관람객, 언론까지 중국인들이 점령했다.

업계는 2년 만에 돌아온 중국 기업이 IFA를 교두보로 삼아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을 서두른다고 평가한다.

TCL은 IFA 2023 참가 기업 중 가장 큰 115형 미니 LED TV를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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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IFA 2023'에 나붙은 중국 기업의 플래카드. 하이얼(왼쪽)과 TCL(오른쪽). /사진 = 오진영 기자


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가 붉게 물들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3'의 참가 기업부터 관람객, 언론까지 중국인들이 점령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전시회지만, 독일어보다 중국어 인삿말인 '니하오'(안녕하세요)를 더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상하이에서 전시회를 찾은 우웨이씨는 "중국 기업이 유럽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 직접 보고 싶어 왔다"며 "예상보다 더 긍정적이어서 뿌듯한 마음"이라고 미소지었다.

업계는 2년 만에 돌아온 중국 기업이 IFA를 교두보로 삼아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을 서두른다고 평가한다. 유럽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가전제품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누르겠다는 의도다. TCL이나 하이신(하이센스)등 중국 제조사는 신제품을 잇따라 공개하며 삼성·LG와의 비교에 열을 올렸다. 행사에 참석한 중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직접적으로 한국 기업을 언급하며 저격에 나섰다.
CEO까지 직접 나서 "삼성 제품 별로"…중국의 노이즈 마케팅, 언제까지?
조지 자오 룽야오(아너) CEO. / 사진 = 룽야오 제공

중국 기업은 올해 IFA 2023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48개국 2059개사의 참가 기업 중 63%인 1279개가 중국 기업이다. 한국 참가 기업(174개사)의 약 8배다. 지난해 LG의 깃발이 내걸렸던 전시장 입구에는 큼지막한 TCL의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삼성전자가 마련한 전시관 바로 앞에도 하이얼 현수막이 나부꼈다.

관람객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중국인들이다. 중국 기업의 제품을 중국어로 소개하면, 중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설명을 듣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TCL이나 하이얼, 하이신, 룽야오(아너)의 부스에는 TV나 신형 휴대전화, 오븐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됐다. TCL 관계자는 "유럽 관람객도 많고, 중국 관람객도 많다"라며 "(전시장 방문 인원이) 하루 수만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영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룽야오의 조지 자오 CEO와 유지타오 하이신 CEO가 IFA 기조연설자로 나선 일이다. 중국 기업의 경영진이 IFA를 대표하는 기조연설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기조연설을 맡은 경영진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관영 인민일보는 "중국 기업과 유럽이 협력해 건설적인 결과물을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2일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IFA 2023'에 마련된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부스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중국 기업들도 잇따라 신제품을 최초 공개하며 신바람을 냈다. 하이얼은 IFA 2023에서 생체 공학 기술을 탑재한 오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인공지능(AI)이 정밀한 측정을 토대로 사용자의 기호를 측정하고 요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TCL은 IFA 2023 참가 기업 중 가장 큰 115형 미니 LED TV를 전시했다. TCL이 해외에 초대형 TV를 전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현장에서 중국 기업이 라이벌로 꼽는 것은 한국 기업이다. 조지 자오 룽야오 CEO는 신규 폴더블폰 '매직V2'를 공개하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보다 얇고 가볍다"며 특정 제품(갤럭시 Z폴드5)을 콕 집어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경쟁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하이신이나 하이얼의 TV 부스에서도 "LG나 삼성의 디엔시(TV)보다 훨씬 낫다"라며 비교군을 한국 기업으로 꼽는 모습이었다.

미중관계 악화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 'CES 2024'에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한국 기업과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려는 시도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 아니거나, 기술력 격차가 벌어져 있는데도 한국 기업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이라며 "해외에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IFA뿐인 만큼 이같은 마케팅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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