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의 사나이' 고요한의 '클래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반재민 2023. 9. 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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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의 사나이' 고요한의 클래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서른 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그리고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까지 있었지만, 백전노장 고요한은 슈퍼매치를 지배하기에 충분했다.

2023년은 고요한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한해였다. 지난해 4월 아킬레스 건 파열을 당하며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던 고요한은 지난 6월 대구전에서 교체를 통해 복귀전을 치뤘지만, 좀처럼 명단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안익수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현역시절 그와 함께 발을 맞췄던 김진규가 감독대행이 되어 팀을 지도하게 되었다. 아직도 '형'이라고 부르는 호칭이 익숙한 그에게 찾아온 변화였다.

그리고 김진규 감독대행은 슈퍼매치의 선발 자리에 고요한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슈퍼매치의 사나이라는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울산전에서도 충분히 명단에 넣을 수 있었지만 슈퍼매치에서 화려한 복귀전을 치루라는 김진규 감독대행의 배려였다.

고요한 역시 마음가짐을 달리 먹었다. 그는 "첫 선발이 슈퍼매치라는 경기였고,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는 마음가짐을 어느 경기때보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수원을 강등권으로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발판삼아 파이널 A로 올라간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경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고요한은 선발로 출전했고, 전반 45분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특히 전반 11분 중원에서 중요한 자원이었던 이종성과의 신경전을 통해 경고를 이끌어낸 장면은 백미였다. 경기 전 인터뷰의 말대로 김진규 감독대행은 고요한에게 슈퍼매치라는 큰 무대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 신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고요한은 그 기회를 살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고요한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중요한 시점이었고, 감독님도 나가고 진규감독님이 이번 시즌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첫 선발을 들으면서 부담도 많이 되었지만, 팀을 위해서 제가 고참이다보니 내가 하는 플레이보다는 옆에 있는 상호나 진야가 돋보일 수 있게 플레이하려 노력했다. 승리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웃어보였다.

김진규 감독대행이 아직도 어색한 고요한이다. 2007년 슈퍼매치의 명단을 보면 김진규와 고요한이 나란히 명단에 올라있다. 16년이 지난 현재 한 명은 감독이 되었고 한 명은 아직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고요한은 이에 대해 "지금도 감독님이라 불러야 하는데 형이라고 나오는데 좀 어색하다. 그 부분이 훈련떄에도 감독님이라 해야하는데 진규형이라고 나올 때 빼면 문제는 없고, 시간이 지나면 감독님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웃어보였다.

슈퍼매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시간을 가졌다. 고요한은 "슈퍼매치가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많이 불러모은 경우도 있고, 2000년대부터 2010년대 까지는 선수들끼리 격렬하게 몸싸움도 하고, 플레이도 격렬하게 하기 때문에 팬들도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 크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VAR이 있어서 격한 부분을 참는 것이 아쉽다."라고 웃어보였다.

비록 승리를 거뒀지만, K리그의 흥행카드 중 하나인 슈퍼매치가 올 시즌을 끝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다. 고요한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요한은 "앞서 이야기한 것도 있긴 하지만, 수원선수들이 좋은 선수들이 많고 좋은 플레이들을 펼쳤다. 올 시즌 강등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것 같다. 내년에 붙지 못한다면 아쉽겠지만, K리그 흥행을 위해서는 슈퍼매치가 진행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수원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제 선수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 하지만 고요한은 아직까지 선수로서 뛰고 싶다. 우승컵을 팀에 선물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고요한은 "선수로 뛸 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내가 선수로 뛸 때에 우승컵은 꼭 들고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며 서울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보였다.

슈퍼매치의 사나이의 클래스를 보여준 고요한은 아직도 배고프다. 그 배고픔은 고요한을 뛰게 하고 살아숨쉬게 만들고 있다. 과연 고요한은 그 배고픔을 우승이라는 열매로 채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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