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코트’ 희귀 곰 사살에 이탈리아 사회 충격…“국가 애도의 날”
총 쏜 남성 “겁이 나서”…국립공원 측 “매우 심각한 일”

이탈리아 중동부 아브루초에서 ‘아마레나’(블랙 체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어미 곰이 총에 맞아 죽자 지역 사회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이 슬픔과 분노에 잠겼다. 지구에서 약 60마리 정도 개체만 남은, 가장 희귀한 종류의 곰인데다 이 지역의 마스코트로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레나는 전날 밤 아브루초·라치오·몰리세 국립공원 인근에서 한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소식은 국립공원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국립공원은 곧장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겁이 나서 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내 집에서 곰을 발견했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레나의 종(種)인 마르시칸 갈색곰은 비교적 성격이 온순하며 인간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중부에서만 살고있으며 야생에는 약 50~60마리만 남아있는, 세계적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다.
특히 아마레나는 종종 인근 마을로 내려와 주민들과 이웃처럼 친근하게 지냈던 터라 지역 사회의 분노와 충격은 더욱 크다. 아마레나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블랙 체리인데, 이 어미 곰이 블랙 체리를 특히 좋아해 지역 주민들이 애칭을 붙여줬을 정도다. 지난달 26일에는 아마레나가 새끼 두 마리와 함께 아브루초의 산 세바스티아노 데이 마르시 마을을 활보하는 동영상도 온라인에 퍼져 화제가 됐다. 어미 곰이 마을에서 길을 건너려다 뒤처진 새끼들을 기다리다 숲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아마레나에게 총을 쏜 남성을 향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국립공원 측은 “공원 역사상 가장 많은 새끼를 낳은 암컷 중 한 마리에 영향을 미쳐 약 60마리 개체군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레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며 “이번 일을 정당화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시 당국 등에 따르면 아마레나의 새끼 두마리는 어미를 잃고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새끼들이 홀로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당국은 이들을 찾기 위해 인력과 드론 등 장비를 동원해 인근 지역 공원을 수색 중이다.
아마레나가 숨졌다는 비보가 전해진 뒤 국립공원 페이스북에는 아브루초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수천개의 댓글을 달았다. “오늘은 아브루초뿐만 아니라 국가 애도의 날이다”, “엄청난 고통”, “이 세상에 그들을 위한 평화란 없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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