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시골 마을…"꺄르르" 아이들 웃음소리 퍼지기 시작했다

조익신 기자 2023. 9. 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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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산골분교 살리는 도시 유학생들
[앵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죠. 해마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학령 인구도 크게 감소했는데요. 특히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들의 경우, 폐교 위기에 처한 곳이 많습니다.

산골유학 프로젝트로 '학교 지키기'에 나선, 강원도 인제의 한 분교를 조익신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강원도 곰배령 기슭에 자리잡은 작은 시골 마을.

등굣길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아침을 깨웁니다.

인제군 기린초 진동분교, 일곱 꾸러기들입니다.

이 가운데 6명은 올해 초 도시에서 유학을 왔습니다.

인제군이 운영하는 산골생태유학을 통해서입니다.

'나홀로 학교'에 다닐 뻔했던 터줏대감 현기.

새 친구들이 전학을 오며 비록 전교 1등 자리는 내줬지만,

[주현기/기린초 진동분교 5학년 (강원 인제군) : 작년에 4명이었다가 혼자 교실에서 공부를 했는데 그때 전교 1등이었어요. {전교 1등 못해서 좀 섭섭해?} 아뇨.]

함께 웃고 떠들 동갑내기와 동생들이 생긴 기쁨이 더 큽니다.

산골 유학생들 덕분에 학교는 문을 닫을 위기를 면했습니다.

새로 짓고 있던 교실엔 들어가 보지도 못 할 뻔했습니다.

아이들은 시골 동네 분위기도 확 바꿔놨습니다.

[양승남/이장 (강원 인제군 진동2리) : 생태유학하기 전에는 진동분교 아이들이 1명이었습니다. 7명이 되면서, 조용하던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노인들의 마음이 굉장히 밝아졌죠.]

생태 유학은 도시 아이들에게도 큰 선물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춰주고,

[조현실/기린초 진동분교 선생님 (강원 인제군) : 다 같이 짝수 {짝수,} 홀수 {홀수.} 홀수예요, 짝수예요? {홀수.} 짝수일까요, 홀수일까요? {짝수.} 정답! {예~!}]

교실 밖 자연은 곧 학습장이 됩니다.

[김이엘/기린초 진동분교 3학년 (강원 인제군) : {이엘이가 나무 이름을 뭐라고 지었어요?} (손들손들.) 손 모양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아요.]

[조아라/기린초 진동분교 선생님 (강원 인제군) : 생태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서 자존감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과후 수업도 알찹니다.

어제는 친구들과 과자를 만들었습니다.

[유서윤/기린초 진동분교 5학년 (강원 인제군) : 괜히 다 넣었다. 초콜릿 너무 달아요.]

아이들의 진짜 시골 생활은 학교가 끝난 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 앞 계곡을 찾아 신나는 물놀이를 즐깁니다.

튜브로 물살을 타는가하면 그물과 통발로 물고기도 잡습니다.

주말엔 다양한 체험학습도 이뤄집니다.

텃밭 가꾸기는 기본.

승마와 서핑 등도 즐겼습니다.

오늘은 수륙양용차에 올라탔습니다.

관련 교육 비용은 모두 무료입니다.

자연 속을 마음껏 뛰어논 덕에 아이들의 건강은 덤입니다.

[정지우/기린초 진동분교 1학년 (강원 인제군) : 매연이 없어 가지고 감기나 아토피 같은 것도 안 생겨요.]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장기 유학'을 결심한 가정도 생겼습니다.

당초 1년 계획을 수정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머물기로 한 겁니다.

[이숙경/김이겸 김이엘 어머니 : 엄마 수원에 돌아간 다음에 여기 다시 올 거야? 여기로 여행 올 거야? 나 여기서 못 잊을 것 같아. 1학기 동안만 3~4개월 정도 있었는데도 아이들이 벌써부터 돌아가면 그리울 것 같다, 이런 걱정들을 할 정도로 아이들이 여기서 되게 행복해 하더라고요.]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진동분교 아이들.

듣기 좋은 소리가 오래도록 울려 퍼지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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