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 들고 "15엔 50전 말해보라"…'간토대지진 학살' 영화로
어제(1일)는 간토대지진 100주년이었습니다. 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번지면서 6천 명이 넘는 조선인이 학살을 당했죠. 일본에서 처음으로 당시 학살을 다룬 극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후쿠다무라 사건'의 모리 다쓰야 감독을 도쿄에서 이영희 특파원이 만났습니다.
[기자]
죽창을 든 일본인들이 길을 가는 여성을 불러 세웁니다.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 : 거기 잠깐. 15엔 50전이라고 말해봐.]
지진이 불러온 혼란 속에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돌자 행인들에게 발음이 힘든 일본어를 말하게 해 조선인을 찾아냅니다.
이렇게 죽창과 소총 등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조선인이 6000명이 넘습니다.
모리 감독은 학살의 배경엔 조선인에 대한 차별 의식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모리 다쓰야/영화 '후쿠다무라 사건' 감독 :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깔보고 2등 국민, 3등 국민으로 부르며 싼 임금으로 일을 시켰어요. 한편으로는 (복수 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었던 거죠.]
당시 시골 출신의 일본인 행상 9명도 후쿠다무라를 찾아왔다 조선인으로 오인받아 죽임을 당했습니다.
영화는 이 사건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이웃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 온 모리 감독은 아직도 당시 학살을 부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모리 다쓰야/영화 '후쿠다무라 사건' 감독 : 에도시대, 가마쿠라 시대에 일어난 일이 아니에요. 100년 전 일이에요. 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아직 살아있고, 이렇게 많은 증거가 있는데 어떻게 (일본 정부는) 부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일본 사회에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한다며, 그날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나카 레나 등 일본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오는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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