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지원책 찾아다니는 현실"…고 김혜빈씨 친구들 서명운동 나선 이유
'서현역 흉기 난동범' 최원종의 차에 치여 뇌사에 빠져 있던 딸 김혜빈 씨를 지난달 28일, 결국 하늘로 보낸 김 씨의 부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피해자 지원 제도가 얼마나 불친절한지 꼭 지적하고 싶었다며 저희 취재기자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박현주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최원종이 흉기를 들고 차를 몰아 서현역으로 향하던 길, 하필 김혜빈 씨가 있었습니다.
혜빈씨 부모는 뇌사 상태에 빠진 딸 얼굴을 하루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연명 치료를 택했습니다.
사고 후 20여 일, 치료비만 불어나던 어느 날 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자동차 사고 입원하신 건으로 건강보험 적용 문의가 와서 연락드렸고요. 혹시 이게 뺑소니 사고인가요?]
정부 기관 사이 정보 공유가 안 돼,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란 걸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고 김혜빈 씨 부모님 : 그냥 혜빈이는 운이 나빠 차에 치인 거밖에 안 되는 거예요. {저희 딸이 테러를 당한 거잖아요.}]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 이 뿐이 아니었습니다.
지원금을 주는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고 신청도 따로 해야 합니다.
[고 김혜빈 씨 아빠 : 지원 대책이나 안전책을 마련해서 한 기관에서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거 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막 정신없었어요.]
딸 옆에 계속 있어줄 수 없었습니다.
[고 김혜빈 씨 엄마 : 병실에 혼자 남겨놓고. 엄마, 아빠는 엉뚱한 곳에 가서 정신 팔려 가자고…혜빈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게.]
혜빈씨가 병원에 머문 25일치 치료비는 4800만원 가량입니다.
정부의 치료비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이번에는 검찰이 지급을 보증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반복될 문제입니다.
그래서 혜빈 씨의 대학 친구들이 나섰습니다.
학교에 추모 공간을 만들고, 피해자 지원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시윤/고 김혜빈 씨 대학 선배 : 피해자분들이 최대한 그저 슬픔에만 주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서명운동을 하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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