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죽는다" 우려했던 9연전 현실로…PS 진출 티켓, 결국 실력 아닌 '일정'으로 가려지나?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나란히 '암초'를 만났다. 멈추지 않고 쏟아진 비가 이렇게 야속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두산과 롯데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팀 간 시즌 12차전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멈추지 않으면서 이틀 연속 본의 아니게 휴식을 취하게 됐다.
두산과 롯데 양 팀에게 이번 맞대결을 매우 중요했다. 두산이 롯데를 상대로 최소 위닝시리즈를 거둘 경우 롯데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고, 롯데가 선전한다면 다시 5강 싸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또다시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 이번에도 야속한 '비'가 양 팀의 발목을 잡았고, 이는 양 팀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KBO는 지난달 잔여 시즌 일정을 공개했는데, 2~3일 사직 두산-롯데의 맞대결이 취소될 경우 4일(월요일)을 '예비일'로 편성했다. 이미 9월 9일 더블헤더를 넣은 가운데,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될 경우 자칫 지옥의 '9연전' 강행군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오후부터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경기 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도 잦아들지 않으면서 끝내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
양 팀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두산과 롯데는 3일 비가 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무려 9연전을 달려야 한다. 특히 지난달 29~30일(화, 수)과 1일(금)까지 총 세 경기가 취소되면서 외국인 '에이스'의 등판이 세 차례나 밀렸는데, 9일 '더블헤더'가 포함돼 있는 터라 양 팀의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큰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이승엽 감독은 2일 경기에 앞서 "오늘 경기를 해야 한다. 월요일까지 경기를 하면 9경기 연속이다. 더블헤더를 포함해 선수들이 죽는다"고 역설하며 "오늘(2일) 경기를 한다면, 다음주 화요일(5일)에는 최원준이 들어간다. 그리고 곽빈이다. 그까지는 확정이 돼 있는데, 그 다음날(7일)이 문제다. 브랜든의 등판이 밀렸기 때문에 7일 경기는 조금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구상도 결국 2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
최원준을 다시 선발로 복귀시킬 뜻을 드러냈으나, 브랜든 와델-라울 알칸타라-곽빈 외에는 확실한 선발 카드가 없는 두산의 경우 2일 경기 취소는 치명타다. 경기를 치러도 더블헤더가 포함돼 있는 까닭에 선발 로테이션 운용에 차질이 생기게 됐는데, 브랜든이 2일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강행군이지만 브랜든이 4일 휴식을 취하고 7일 경기에 나서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3~4일 롯데와 맞대결에서 브랜든과 알칸타라가 모두 출격하게 되면, KIA와 맞대결에서는 곽빈과 최원준이 출전하는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한 경기에서는 비교적 약한 선발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이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불펜데이'를 통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 더블헤더가 포함된 9연전을 치러야 하기에 불펜 투수들을 모조리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 또한 2일 경기 취소로 인해 월요일 경기를 갖게 됐고, 더블헤더를 포함해 지옥의 9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종운 감독 대행은 "경기가 밀리면 그때 또 새로운 선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 된다는 것보다는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선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더블헤더가 있기 때문에 대체 선발로는 (한)현희, (심)재민이, (김)진욱이도 있다. 상황에 맞게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KBO의 잔여 일정 편성에 현장에서는 앓는 목소리가 유독 많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일정을 빡빡하게 구성했고, 납득할 수 없는 편성이 많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 획득은 '실력'으로 가려져야 하는데, 지금은 '일정'의 변수에 의해 결정될 판이다. 일단 이승엽 감독과 이종운 감독 대행이 가장 먼저 9연전을 치르게 되면서 머리가 아픈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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