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국회 속 아름다움 찾기 [이한호의 시사잡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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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가 전날 개회했다.
1975년 9월 1일 국회가 서울 중구 태평로 의사당(현 서울시의회)을 떠나 여의도로 옮긴 것을 계기로 매년 이날 정기회를 개회하고 있다.
2015년 국회방송에서 제작한 의사당 준공 40주년 다큐멘터리에서 이를 '365일 연중 내내 국민의 뜻을 환하게 밝히며 일하라'라고 소개한 것이 관련 일화가 최초로 공개된 시점이지만, 사무처 확인 결과 현재 본회의장 조명은 278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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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가 전날 개회했다. 1975년 9월 1일 국회가 서울 중구 태평로 의사당(현 서울시의회)을 떠나 여의도로 옮긴 것을 계기로 매년 이날 정기회를 개회하고 있다. 이사 이후 48년이 지났지만 당시 설계도를 봐도 큰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국회의사당은 대대적인 구조의 변화 없이 세월을 지켜왔다. 보통은 지겨운 정쟁의 싸움터이거나, 삭막한 사무공간인 국회 속 아름다운 미적 요소들을 찾아봤다.
‘국회’ 하면 본관 외부를 둘러싼 24개의 열주와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대형 돔 구조부터 떠올릴 정도로 이는 현 의사당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실제 하중을 받지 않고 온전히 장식적인 목적의 열주는 24절기를, 이 중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보이는 8개는 전국 8도를 상징한다. 외형은 경복궁 경회루의 석주에서 따왔다. 각지 각시의 대립된 민의가 중앙의 돔으로 수렴하며 원만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의회정치를 기원하는 뜻으로 상부 돔 역시 기둥 개수와 같은 24개 구조로 나뉘어 있다.
‘역시 의사당 하면 돔이지’라는 당시 정치인들의 요구에 의해 추가된 일화로 유명한 돔이지만, 갑작스러운 설계 변경에도 최대한 의미를 담으려고 한 노력의 흔적이다.
웅장한 외관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국회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공간은 소박하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오래된 사무실’ 느낌이다. 그러나 본회의장, 로텐더홀, 의장단실, 접견실 등 국회 대표 시설이 몰려 있는 3층은 제법 화려한 모습이다. 전통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열주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서양 건축물에 가까운 인상인 외관에 비해 내관은 한국적 요소가 지배적이다. 국회의사당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1번 건축물인 만큼 ‘한국적 건축미’를 반영한 결과다.
국회의 중심 공간인 로텐더홀이 대표적이다. 중심의 신라 와당문양을 석굴암 천장궁륭을 형상화한 타일이 원형으로 두르고 있고, 조선시대 양식의 장식문양이 사각형 테두리를 형성하고 있다. 돔 천장까지 쭉 뚫려 있는 로텐더홀을 내려다보는 각 층 복도 난간은 경복궁 근정전의 꽃살무늬 창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로 디자인돼 있다.
로텐더홀 좌우에 위치한 제1회의장(본회의장)과 제2회의장(예결특위회의장) 문에는 십장생(十長生)이 양각돼 있다. 이어 계속해서 걸어 들어가면 맞닥뜨리는 휴게공간과 로텐더홀을 나누는 가림벽에는 십장생에 포함된 동물과 용, 잉어가 가득하다. 영험한 동물들 사이사이 박힌 사각 소용돌이 문양은 의장단실 등 중요 호실의 출입문에도 새겨진 문양으로 해당 층에 미적 통일감을 준다.
국회의사당의 24기둥과 돔 못지않게 의미가 잘 알려진 장식 요소로는 365개 조명으로 이뤄졌다는 본회의장의 광천장이 있지만 현재는 틀린 말이다. 2015년 국회방송에서 제작한 의사당 준공 40주년 다큐멘터리에서 이를 ‘365일 연중 내내 국민의 뜻을 환하게 밝히며 일하라’라고 소개한 것이 관련 일화가 최초로 공개된 시점이지만, 사무처 확인 결과 현재 본회의장 조명은 278개라고 한다. 1975년 준공 시에는 310개로 완공됐기에 회의장 조명이 365개였던 시점은 불분명하다.
편집자주
무심코 지나치다 눈에 띈 어떤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광경, '이한호의 시사잡경'이 생각할 거리를 담은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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