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꼬박 국민연금 낸 우린 뭔가”…286만원 소득자 10년 부었더니 ‘맙소사’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3. 9. 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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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만원 소득자 10년납 국민연금 月35만원
기초연금은 30만→40만원 인상 추진
[사진 = 연합뉴스]
“기초연금 40만원 받으면, 우린 국민연금 왜 내나” “국민연금 낸 사람만 호구되는 세상” “미가입자가 혜택 보는게 맞나요” “지금까지 낸 돈, 그냥 원금이라도 돌려달라”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 인상(30만원→40만원) 추진이 본격화 하면서 인터넷상에 쏟아지는 여론 글들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지난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향후 기초연금을 10만원 인상하고, 현재 소득 하위 70%인 수급 대상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월급 286만원 평균소득자 10년 내면 기초연금과 비슷”
매월 286만원을 버는 평균 소득자가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해 10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더라도 노후에 수령할 월 연금액은 35만7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 최옥금 선임연구위원의 ‘현행 기초연금의 문제와 개선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평균소득 가입자가 연금을 타기 위해 최소한의 가입 기간인 10년(120개월)간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받게 될 연금 수령액은 소득대체율을 50%라고 가정해도 고작 월 35만7636원에 불과했다.

이는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소득과 재산 등 자격조건만 갖추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세금을 재원으로 해서 지급하는 올해 기초연금액(월 32만3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높다.

[사진 = 연합뉴스]
국민연금 평균소득 가입자는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A값)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을 말하는데, A값은 해마다 상승해 올해는 월 286만1091원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40년 가입기준으로 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 비율이다.

가령, 소득대체율이 50%라면 보험료를 40년 동안 냈을 때 평균소득이 100만원인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은 50만원이라는 의미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기준 70%로 높았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기금소진 논란에다 외환위기에 따른 재정 불안론이 확산하면서 1998년 1차 개혁을 거쳐 10년 만에 60%로 하락했다.

이어 2차 개혁을 통해 2008년부터 6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까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40%까지 떨어지게 돼 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5%이다. 더욱이 노동시장에서 불안정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 실제 가입 기간을 반영한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060년 신규 수급자도 24.9%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소득과 재산 수준을 따져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 소득 보장제도의 하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때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2014년 7월 기초연금을 도입할 당시에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으나 이후 금액이 불어나 2021년부터는 월 30만원, 현재 40만원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기초연금액 산정을 위한 기준금액)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5.1%)을 반영해 지난해(30만7500원)보다 오른 월 32만3000원이다. 2014년 435만명이었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올해 66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 성실하게 냈다고, 기초연금 감액 이해가 안돼요”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납입해 온 가입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표출하고 있다. 현행 기초연금제도에 있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감액’ 독소 조항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 초과 시 기초연금을 최대 50%까지 삭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으로 월 90만원을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은 남보다 9만원 적게 받게 된다. 기초연금이 삭감되는 수급자는 40만명 안팎이다. 기초연금 수급 전체 노인의 약 6% 수준으로, 이들의 평균 감액 금액은 월 7만원 정도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노후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서울 중구 필동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이 기초연금을 신청하기위해 상담을 받고있다.[사진 = 매경 DB]
이 같은 감액제도를 손질하지 않고,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인상 시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탈현상이 우려된다. ‘장기체납’을 하거나 ‘납부 예외자’가 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40만원’이 일종의 임계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인 A씨는 “노후준비를 위해 십수년간 아껴서 돈을 부었는데, 오히려 이 같은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돈 한 푼 안내고 받는 기초연금이 월 40만원이나 되는데,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초연금, 취약층 중심 ‘선별복지’로 가야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선거 때마다 보편적인 방식으로 10만원씩 껑충뛰고 있다. 선거 때마다 국가재정은 아랑곳 않고, 표 더 얻으려 꼼수가 작용한 탓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커다는 것이다. OECD는 한국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고, 지급액을 높이라고 권고한다. ‘선별적 복지’를 강화하라는 얘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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