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전문가도 모르는 '신생아 암시장' 추적기"
오픈채팅방 열자 3시간 만에 6명이 연락
친부모 나이·혈액형 등 '스펙' 묻고 거래 제안
브로커 명의로 출생신고 해 양육수당 받기도
구매해도 키우기 어려워…다시 유기하기도
조직 범죄 의심되지만 경찰 수사인력 부족
판매 근절 위해 취약 산모 지원 시스템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광일 기자,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김광일 기자,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김광일,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김광일 기자가 신생아 암시장 관련 취재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신생아와 암시장, 이 단어가 같이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암울하고 충격적이거든요. 어떤 계기로 이 문제를 취재하시게 됐나요?
◆ 김광일> 지난주에 중앙일보에서 신생아와 암시장, 너무 생경한 두 개의 키워드가 붙어 있는 기사가 나왔어요. 너무 놀랍잖아요. 중고거래 하듯이 아이를 다시 판매한다는 건데, 너무 황당해서 취재를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고 재판매라는 건 시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잖아요. 그런 구조에 대한 문제까지 들어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조석영> 직접 오픈채팅방을 열어서 취재를 시작하셨더라고요.
◆ 김광일> 제가 보고 싶었던 건 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였거든요. 어떻게 신생아가 즉시 거래될 수 있나, 규모가 어떻고, 시세가 어떻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냐가 궁금했는데 접근할 수가 없는 거예요. 경찰한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고, 전문가들도 수소문해서 이분 저분 찾아봤는데 모른다고 하고. 연구된 것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해서 일종의 가장 취재, 위장 취재를 해야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취재 윤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다른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이 불가능할 때, 피치 못할 때 정말 불가피하게 현장에 접근하는 건데, 진짜 함정 수사나 위장 취재는 정말 파헤쳐서 들어가지만 그런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얕은 수준의 가장 취재를 하면 조금이라도 들어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 채선아> 그러면 오픈 채팅방을 어떻게 여신 거에요?
◆ 김광일> '아이를 입양을 보내고 싶습니다' 혹은 '거래하고 싶습니다'라고 저와 인턴 기자, 취재진이 함께 했는데 이렇게 금방 반응이 올 줄은 몰랐어요. 지난주 오전에 채팅방을 열고 다른 취재원과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계속 인턴 기자한테 전화가 오는 거예요. '지금 오픈 채팅방에 연락이 엄청 들어오고 있고 여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됩니까'를 물어보는 거죠. 딱 3시간 동안 6명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부터 연락을 준 사람들이랑 얘기를 해봤는데,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몇 개월입니까'를 물어보고 이상하게 그걸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출생신고 했냐'
◇ 채선아> 그게 중요한가 보네요.
◆ 김광일> 출생신고를 안 한 걸 바라는 거죠. 그래야 걸릴 확률이 적어지니까요. 그리고 혈액형이나 친부모의 나이, 직업, 이런 신상을 물어보고. 대충 얘기를 나눠보니 한 200-300만원 정도에서 거래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 채선아> 그렇게 아이를 사서 어디로 보낸다고 하는 거예요?
◆ 김광일> 기본적으로는 '내가 키울거다' 혹은 '언니한테 입양을 시킬거다' 그런 식으로 안심시키려고 해요. 그런데 이상한 점들이 좀 있어요. 정말 입양해서 아이를 키우려면 구체적인 아이의 상태를 물어보고, 만나려고 하고, 어떤 사연인지 간절하게 물어볼텐데, 그런 식의 대화가 아니라 딱딱 '혈액형 뭔가요?' 'O형입니다'
◆ 조석영>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스펙'을 묻는 거네요.
◆ 김광일> 그런 느낌이죠. 부모의 구체적인 상태 같은 건 물어보지도 않고 가격 흥정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 저희한테 접근한 사람들이 브로커인지 정말 키우려고 하는 사람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느낌이 좀 이상하긴 합니다.
◇ 채선아> 전문 브로커한테 팔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아보셨나요?
◆ 김광일> 전문 브로커의 세계가 있는지, 어떤지, 이 사람들한테라도 들어보고 싶어서 신뢰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힌트를 얻으려고 물어봤는데, '그렇게 팔면 장기 매매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 채선아>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는 실제로 브로커가 있다는 거 아니에요?
◆ 김광일> 가능성이 있는 거죠.
◇ 채선아> 그 시장이 정말 있다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직접 '영아 구매에 관심 있어요'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 김광일> 있어요. 저희는 오픈 채팅방을 이용했지만, 포털 사이트 게시판 같은 공개된 곳에다 글을 올려서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들이 있어서 그쪽으로도 접근해봤어요. 어떤 사람이 네이버 지식인에 그런 글을 올린 걸 보니까 사실 '꾼' 같은데, '라인(메신저) 아이디 어디로 연락주세요' 이렇게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아이디를 찾아가 대화를 해보니 또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가 되는 것 같았고요.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건, 이 얘기를 듣고 혹시 누군가 '나도 그러면 해볼까' 장난이든 진심이든 그런 생각하실 수 있는데 하시면 안됩니다. 저는 사실 경찰이랑 소통하면서 했어요. 취재 목적이기 때문에 만약에 문제가 됐을 때 재판에 간다고 하더라도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될 수 있는데 그냥 이렇게 하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 채선아> 지금 댓글로 '통탄스러운 뉴스네요' 이런 의견이 들어오는데, 정말 통탄스럽기도 하고, 실제로 이 신생아 암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사례들도 더 있나요?
◆ 김광일> 법원에서 판결문 검색을 해봤어요. 그중에 하나가 청주지법에서 판결이 나온 사건인데 생후 2일 된 아이를 친모가 브로커한테 넘겼고, 브로커는 다른 사람한테 다시 넘겼는데, 이 브로커가 자기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해서 양육수당, 아동수당 이런 걸 지자체에서 한 600만원 어치를 받았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징역형을 받았는데, 이 브로커가 바로 얼마 전에 98만원에 아이를 사서 300만원에 되팔았다는 그 브로커와 동일 인물입니다.
◇ 채선아> 마치 그걸 업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또 그랬네요.
◆ 조석영> 저도 좀 찾아봤는데 올해 7월에 아이 4명을 매매한 30대 여성이 구속 기소된 사건이 있더라고요. 포털 사이트에 아이 낳아 키우는 고민을 게시한 사람에게 접근해서 자기 이름으로 병원 진료 받고, 자기 이름으로 출산하게 해서 신생아를 매수한다든가, 미혼모로부터 신생아를 매수해서 다른 부부에게 친자로 허위 출생신고하도록 중개를 하거나, 더 엽기적인 건 아이를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불임으로 고민하는 부부에게 접근해서 '나를 대리모로 써라' 이렇게 제안하고 실제 본인이 임신하고 출산해서 5,500만 원을 받은 경우도 있더라고요.
◆ 김광일>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대리모가 실제 존재한다는 거죠.
◇ 채선아> 이걸 보니까 수법도 굉장히 다양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도 되지 않을까요?
◆ 김광일> 그랬으면 좋겠는데, 지금 우리가 말씀드렸던 사례들. 그 98만원에 사서 300만원에 되판 사례도 경찰, 검찰, 다 취재해보니 지자체에서 얼마 전에 그림자 아이 전수조사 하면서 나왔던 사례거든요. 이건 수사가 끝났고 더 들어갈 상황은 아직 아니라 수사 종결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건을 인천남동서 여청수사대에서 했는데 보통 여성청소년 특별수사대 같은 경우에는 당직 근무예요. 4교대로 업무를 하고, 이를테면 밤에 성폭력, 가정폭력, 이런 사건들 신고 들어오면 바로 뛰어나가는 팀이거든요. 그런데 신생아 암시장 같은 수사를 하려면 조직의 규모를 찾아내야 하고, 여기에 분명 조폭도 연결돼있을 거거든요. 전국적으로 있을 텐데, 이 정도 수사를 할 인력이 부족한 거죠.
제대로 하려면 지방경찰청이나 본청 차원에서 TF를 만들어서, 예전에 n번방 수사할 때나 지금 마약 수사하는 것처럼 대규모 수사본부를 발족해야 그나마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다 보니 접근이 안 되는 거고, 실태파악도 전혀 안 돼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더라고요.
◆ 조석영> 검사나 경찰 중에 특정한 범죄의 전문가들이 있거든요. 마약 전문 검사라거나, 그런데 이 신생아 암시장은 그런 사람도 없는 상황인 거네요.
◆ 김광일> 저도 그래서 경찰, 검찰에 수사 잘하는 사람들, 저도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많아서 물어봤는데 다 모르고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제가 얘기를 했어요. '제가 열심히 실체를 파악해서 드릴 테니까 수사해달라' 그런데 저도 더 파고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그나마 다행인 건 이걸 보도하고 나니까 한 경찰서 지휘관급, 그러니까 관리자에게 전화가 와서 저한테 취재 과정을 물어보면서 수사를 한번 해볼까, 직원들과 상의해보겠다 고민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 채선아> 전문가들은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나요?
◆ 김광일> 사실 전문가가 되기도 어렵죠. 실태를 전문가들도 잘 모르니까요. 그래도 다른 취재 기자와 제가 이 사람, 저 사람 취재를 했을 때 모인 얘기는 세 가지가 있어요. 브로커, 판매자, 구매자, 이 세 주체가 있잖아요. 일단 브로커를 체포해서 수사하는 게 첫 번째 같고요.
두 번째로 구매자가 있잖아요. 내가 아이를 받아서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사더라도 제도적으로 키우기가 쉽지 않아요. 출생신고를 해서 키우는 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행 법제도가 까다롭게 돼있거든요. 98만원에 사서 300만원에 되판 그 사건도 브로커한테 돈 주고 샀던 사람이 자기가 키우려고 절차를 밟아보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베이비 박스에 넘긴 거였거든요. 이게 어렵다는 걸 알아야 구매자들이 돈 내고 살 생각을 안할 거라 이렇게 수요를 줄이는 방식이 필요할 거고요. 세 번째로 공급도 줄여야 되잖아요. 아이를 판매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혼모나 성폭행 피해자, 미성년자, 이런 경우거든요.
◇ 채선아>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겠네요.
◆ 김광일> 네. 그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곤궁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거죠. 범죄가 벌어지면 112나 119에 신고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야 되나, 어떻게 키우지, 이런 고민이 들 때 이걸 어디다 상의해야 할지, 대부분은 부모님이랑도 얘기하기 어려울 거예요. 사회적 눈총이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어디 보내자, 혹은 팔자, 이렇게 되는데 이 사람들이 최소한 상담이라도 받을 수 있게 SOS 전화체계를 만든다든지, 이런 제도가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있어야 된다는 걸 전문가들이 제안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이른바 '신생아 암시장' 문제를 취재한 CBS 김광일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김광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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