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낙 핫해요"…인증샷 필수 코스 입소문에 美서도 '대박'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K팝 팝업 스토어, 팬덤 넘어 대중적으로 진화
"콘셉추얼함, MZ세대 취향과 맞아"
해외서도 흥행…블랙핑크 자전거 '완판'
중요도 커진 IP 활용 사업, 엔터사들 역량 집중
K팝 아이돌 그룹의 팝업 스토어가 '인증샷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굿즈를 구매하며 '덕질'하는 곳이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젊은 소비자들에게 '트렌디한 요즘 감성'을 경험하고 기록·공유하는 곳으로 여겨지며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최근 그룹 뉴진스(Newjeans)의 팝업 스토어를 방문했다는 A(27)씨는 "뉴진스의 음악이나 스타일이 워낙 핫하고 팝업 스토어 자체도 요즘 트렌드라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다. 막상 가보니 팬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굿즈도 예전과 달리 평소에 들고 다녀도 될 정도로 예쁘고 실용성 있게 나왔더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공간이 개성 있는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꾸며져서 좋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곳곳에 많았다"면서 "대기 번호를 받고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2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후회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시작해 31일 마무리된 뉴진스·IPX(구 라인프렌즈) 팝업 스토어는 진행하는 동안 하루 1000명의 입장 인원이 빠르게 마감됐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기 시간 떼우는 법', '근처에 들리기 좋은 곳' 등이 공유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뉴진스는 앞서 스포티파이와도 협업해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는데,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낙원상가를 '인스타 성지'로 만들기도 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팬들만이 향유하는 문화에 그치지 않고 소비 대상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굿즈 디자인이 팬이 아니어도 사고 싶게끔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팬임을 대놓고 드러낼 수 있거나 혹은 '일반인 코스프레(팬이 아닌 척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가 가능한 제품 위주였는데 이제는 제품 자체만으로 소장 가치가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팝업 스토어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앨범을 홍보하려던 초창기와 달리 누구나 손쉽게, 복합적으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됐다. 팬이 아니더라도 가서 머무르고 구경하는 데 부담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콘셉추얼한 장소가 트렌디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이를 SNS로 공유하는 젊은 층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K팝 팝업 스토어는 매출·홍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MD 판매를 국내·외 공연 시 일시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부수적인 수준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소비 접점을 늘리는 부문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제품군을 대중화해 소구 포인트를 넓히는가 하면, 공연 개최지에 한정되던 과거와 달리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찾아가서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접근성도 높였다. 무엇보다 팝업 스토어는 고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과 달리 홍보 시점에 맞춰 전략을 집중, 물리적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일례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의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389억원,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280억원을 달성했는데, 회사는 호실적의 배경으로 음반·공연과 함께 '음반 발매 연동 팝업 스토어 기획상품(MD) 매출 증가'를 꼽았다. SM은 "MD·라이선싱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 IP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사업을 내재화하기에도 좋다. 하이브(352820)의 MD 판매 경로를 보면 산하에 IPX 본부를 두고 있으며 자사 플랫폼 위버스컴퍼니 등을 통해 유통한다. 하이브는 반기 보고서를 통해 "오리지널 IP를 통해 다양한 2차 저작물을 생산하는 IP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IPX 본부는 국내외 음악 및 아티스트에 기반한 공식 상품(MD), 오프라인 공간사업(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2차 저작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G엔터테인먼트(122870)의 경우 계열사인 YG PLUS(037270)를 통해 음악(음반)은 물론 MD 사업도 전개한다. YG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 화보집, 공연 DVD 등과 앨범 굿즈, 콘서트 굿즈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성 높은 로열티를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팝업 스토어는 팬들에게는 특별하고 희소한 경험으로 어필되고 있다. SM 소속 NCT 드림은 정규 3집 'ISTJ'로 컴백하며 개성 있고 독특한 콘셉트에 어울리는 맞춤형 팝업 스토어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당 팝업 스토어는 사전 예매한 이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획해 팬들 사이에서도 '가고 싶은 곳'으로 입소문이 났던 바다.
JTBC '피크타임' 출연 이후 실력파 아이돌로 주목받은 다크비도 지난달 컴백 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앨범 콘셉트로 꾸며진 장소에서 팬들이 다양한 MD를 얻고, 사진을 찍어 남기는 등 적극적인 팬 문화를 보여줬다"면서 "다양한 팬 경험을 제공하고 아티스트와의 소통 창구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K팝 팝업 스토어의 인기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팝업 스토어를 개최해 흥행에 성공한 블랙핑크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블랙핑크는 런던에 이어 뉴욕에서 '본 핑크 팝업 익스피리언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그래픽 디자이너 베르디(Verdy)와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프리미엄 티셔츠, 후디, 모자, 악세서리는 물론 블랙핑크 커스텀 전기 자전거까지 아티스트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각종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YG PLUS에 따르면 총 4일간 진행된 해당 팝업 스토어에는 매일 2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인기 아이템은 전기 자전거(Super73 e-bike)와 바시티 자켓 및 캐릭터 티셔츠였다. 이 가운데 전기 자전거는 판매 가격이 3499달러(한화 460만원대)로 높았음에도 준비된 20대가 오픈 첫날 전부 완판됐다.
YG PLUS 관계자는 "현지 팬들이 오픈런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매출과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 모두 큰 효과가 있었다"면서 "YG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팝업 스토어를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로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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