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감형 다음날 신임 내각 명단까지 승인한 태국 왕실
‘탁신계’ 프아타이당·군부 연정 본격 시동
탁신 전 총리는 징역 8년→1년 감형
태국 국왕이 세타 타위신 신임 총리가 구성한 새 내각 명단을 제출받고 공식 승인 의사를 밝혔다고 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전날 왕실이 징역 8년형을 받고 수감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형량을 1년으로 감형한지 하루만이다. 지난 5월 총선 이후 4개월간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며 혼돈이 계속되던 태국 정국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태국 왕실 관보는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이 세타 신임 총리가 구성한 36명의 내각 구성 명단을 제출받은 뒤 즉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내각 구성안에서 세타 타위신 신임 총리는 총리직과 재무부 장관을 겸직하게 된다. 첫 내각 회의는 오는 12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타 총리는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9년간 총리 자리를 지켜온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 이어 태국의 제30대 총리로 지명됐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정당인 프아타이당은 군부 진영 등 보수 정당들과 연합해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로 하고 세타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세타 총리는 지난 5월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482명에게 찬성표를 얻어 새 총리로 선출됐다. 임기는 다음 총선까지 4년이다.
정치 입문 4개월만에 총리 자리까지 앉은 세타 총리가 재무부 장관 자리를 겸직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그는 태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산시리의 회장 출신으로,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프아타이당에 입당했다. 로이터는 “태국 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재벌 출신 정치 신예 세타 총리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라며 “태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 약화로 인해 흔들리고 있으며,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인 1일 탁신 전 총리의 형량은 왕실 사면으로 전날 징역 8년에서 1년으로 감형됐다. 왕실은 “탁신 전 총리는 군주제에 충성하며 사법제도에 대한 존중을 보였다”며 “이로써 그의 전문성과 경험을 국가 발전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친서민 정책으로 ‘태국 서민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는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총리에 올랐지만,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 끝에 그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바 있다. 2008년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기 전 해외로 달아났고, 그 동안 4건의 혐의로 총 12년 형을 받았다.
15년간의 해외 생활 끝에 그는 지난달 22일 귀국했고,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8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그러나 수감 첫날 밤 고혈압 증세를 이유로 경찰병원에 입원해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아타이당과 태국 군부가 이미 연정 합의에 이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탁신이 귀국할 때부터 그가 감옥에서 오랜 시간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프아타이당과 태국 군부는 지난 20여년간 태국 정치계를 양분하는 앙숙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 5월 총선에서 군주제 개혁과 징병제 폐지 등 다소 과격한 공약을 내세운 ‘하버드대 출신 40대 기수’ 피타 림짜른랏의 전진당(MFP)이 예상을 깨고 승리한 이후 태도를 바꿔 연정 합의까지 도달했다. 애초 전진당과의 연정을 추진했던 프아타이당이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피타의 총리 선출이 무산되자 전진당을 배제한 채 정부를 꾸리기로 한 것이다.
이후 연정 합의를 발표한지 닷새만에 탁신 전 총리가 15년만의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태국으로 귀환했다. 이 때문에 귀국 전에 이미 군부 등과 사면 등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탁신 전 총리 츠과 프아타이당은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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