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검은 옷 입은 교사 30만명 “악성 민원, 남 얘기 아냐”

김가윤 2023. 9. 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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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국 교사 20만명이 국회 앞에 모여 "교사들을 보호하라"고 외쳤다.

지난 7월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두고 열린 7번째 집회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사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주최 쪽 추산 20만명(경찰 추산 10만여명)이 모여 숨진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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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위험하다]서초구 교사 49재 앞두고 7번째 집회
2일 낮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촉구 7차 집회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에서 온 교사들이 검은 옷차림으로 국회 앞에 대규모로 모여 “교사들을 보호하라”고 외쳤다. 지난 7월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두고 열린 7번째 집회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운영진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 주도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주최 쪽 추산 30만명이 모여 숨진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국회 앞 8개 차로부터 여의도공원 일부까지 전 차로 및 인도 등을 교사들이 가득 메웠다. 집회가 시작되기 20분 전부터 집회구역으로 신고한 12개 구역이 가득 찼고, 진행요원들은 여의도공원 그늘로 교사들을 안내했다. 집회가 시작한 뒤에도 교사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숨진 교사의 49재인 오는 4일을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규정하고, 연가 등으로 ‘우회 파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것에 교육부가 형사고발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자, 교사들이 대규모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무대에 올라선 교사들도 여러 차례 우회 파업을 독려했다. 운영진 쪽은 이날 전국에서 버스 600대 이상을 대절했고, 제주도 등 섬 지역 교사를 위한 비행기 지원도 했다고 밝혔다.

2일 낮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숨진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했다. 국회 앞을 가득 메운 인파에 여의도공원 내부까지 교사들이 들어찼다. 김가윤 기자

서초구 숨진 교사의 대학원 동기라고 밝힌 교사는 무대에 올라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앞장서달라”,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달라”고 말했다. 교직을 떠난 한 전직 교사는 “수업보다 업무와 민원에 치이는 현실을 계속 말해왔지만 이 사회는 외면했고, 문제는 곪아 누군가는 죽음에 내몰리고 누군가는 현장을 떠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런 발언에 교사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30도 안팎의 기온에도 교사들은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우리들은 교육을 지킨다”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벼랑 끝에 내몰린 교사들을 보호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챙모자와 우산으로 땡볕을 피하면서도 각 구역에 마련된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교사들은 ‘남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차아무개(30)씨는 “저 역시 악성민원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친한 친구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 서초구 초등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내 얘기이고, 내 옆 반 선생님, 내 친구의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집회에 나온 14년차 교사 김아무개(41)씨는 “악성 민원 문제는 오래됐다. 학생 3명 중 1∼2명꼴일 정도다. 그때마다 학교에선 쉬쉬 했고, 결국 곪아 터진 것”이라며 “교육현장이 무너지면 결국 평범한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우리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같이 왔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가 49재에 휴가를 쓴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교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대전에서 1000여명의 교사들과 함께 왔다는 최아무개(28)씨는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돌아가신 지 한달이 지났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교육부의 방침에도) 화가 나서 더 많이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당연히 나와야겠다’고 결심했다는 하요상 공주교대 교수(교육학과)는 “다수의 학생과 선생님의 수업권을 보호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현장 교사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교사들은 이날 아동복지법 개정과 학생·학부모·교육당국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교육 관련 법안·정책 추진 과정 교사 참여 의무화 등 8가지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하는아동복지법 제17조5의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도종환·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2일 낮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촉구하는 7차 집회에서 숨진 교사의 친구인 교사의 추모발언에 동료 교사들이 흐느끼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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