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에 관대함이 주는 위험 [박영순의 커피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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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카페인 섭취가 과다해질 위험이 크다.
그런데, 같은 양의 커피라도 카페인을 더 많이 섭취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 이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에 따라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은 카페인 섭취량을 기준으로 권장된다.
디카페인 커피뿐 아니라 일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갈수록 카페인을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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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카페인 섭취가 과다해질 위험이 크다. 그런데, 같은 양의 커피라도 카페인을 더 많이 섭취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 이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국의 사정이 그러하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과다 섭취하면 불안과 흥분, 불면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빠른 심장박동’과 ‘근육 떨림’을 겪기도 한다. 특정 약을 복용하는 사람도 카페인으로 인해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기약에 자주 처방되는 에페드린, 테오필린, 에키네시아 등의 성분들은 카페인의 부작용을 증가시킨다.
이에 따라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은 카페인 섭취량을 기준으로 권장된다. 국제적으로 통상 하루에 마시는 커피를 4잔으로 제한하는데, 카페인이 한 잔에 100㎎ 들어 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카페인 1일 섭취제한량을 △성인 400㎎ △임산부 300㎎ 이하 △어린이 체중 1㎏당 2.5㎎ 이하로 정해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우리가 카페인에 관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는 임산부에게 카페인을 하루 200㎎ 이상 섭취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12온스 커피 한 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도 12~18세 청소년에게 카페인을 하루 100㎎보다 적게 섭취하라고 당부한다. 반면 우리는 체중이 40㎏을 넘으면 어린이라도 카페인을 하루에 100㎎ 이상 섭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종에 따라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유의미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보다 카페인 섭취에 관대한 구조를 갖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디카페인 커피뿐 아니라 일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갈수록 카페인을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맞고 있다.
한 잔의 양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커피의 질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커피의 원료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양을 늘리고 100㎖당 단가를 낮추어 판매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대용량 커피를 만드는데도 사용하는 커피 가루의 양이 종전과 비슷하다면 마땅히 의심받을 만하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어 강한 맛을 내지만 향미가 좋지 않아 값이 싼 로부스타를 더 많이 사용해 더 진하게 볶는다면, 대용량 커피를 만들면서도 원가를 되레 줄일 수도 있다. 이런 커피가 건강에 좋을 리 없다. 대용량 커피를 사는 사람들은 파는 사람들에게 “어떤 커피 원두를 얼마나 더 넣어 이렇게 양을 불렸나요” 하고 물어봐야 한다. 원재료를 공개하는 커피문화가 우리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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