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힙하게' 속 동물 이야기 따져봤다 [고은경의 반려배려]

고은경 2023. 9.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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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그려낸 JTBC 드라마 '힙하게'가 방영 중이다.

동물이나 사람의 엉덩이를 만지면 그들의 과거가 보이는 초능력이 생긴 수의사와 엘리트 형사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내용이다.

지난해 4월 제주에서 입이 묶인 채 생매장당한 반려견이 발견돼 공분을 산 동물학대 사건이 드라마에서 그대로 등장했다.

반려동물은 어떻게 우리를 바라볼지 생각해보고, 반려동물 관련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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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힙하게' 속 주인공이 반려견의 엉덩이를 만져보는 장면. JTBC 캡처

동물의 엉덩이를 만지면 동물의 시선으로 과거를 볼 수 있는 수의사가 있다?

이런 상상을 그려낸 JTBC 드라마 '힙하게'가 방영 중이다. 동물이나 사람의 엉덩이를 만지면 그들의 과거가 보이는 초능력이 생긴 수의사와 엘리트 형사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내용이다. 동물을 주제로 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곳곳에 동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도 있고 또 실제 유사한 사건도 등장해 현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 봉예분(한지민)은 개와 고양이를 진료하는 반려동물 수의사지만 농가가 있는 지역 특성상 소 원정 진료를 자주 나간다.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농장동물도 소, 돼지, 닭 등 종별로 전문 수의사가 따로 있어 반려동물 수의사가 농장동물 진료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다. 얼마 전 인터뷰한 하현제 젖소 전문 수의사는 해당 축종이 많은 지역에 전문 수의사도 몰려 있다고 했다. 젖소 수의사는 낙농가가 많은 경기와 충청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식이다.

JTBC 드라마 ‘힙하게’는 동물이나 사람의 엉덩이를 만지면 그들의 과거가 보이는 초능력이 생긴 수의사와 엘리트 형사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내용이다. JTBC 제공
동물이나 사람의 엉덩이를 만지면 그들의 과거가 보이는 초능력이 생긴 수의사와 엘리트 형사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내용을 담은 JTBC 드라마 '힙하게' 속 장면. JTBC 캡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양식장 광어도 백신을 맞는다는 점이었다. 봉예분은 다른 수의사들과 광어에 백신을 놓는 일에 동원됐는데 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기진맥진해진다. 이영란 해양동물 수의사에게 확인하니 노동 강도가 높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어류에 백신을 놓는 일은 수산질병관리사가 주로 한다. 수산질병관리사는 수산물 검역장 또는 양식장에서 수산생물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일을 하는데 반려 물고기에게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제주에서 입이 묶인 채 생매장당한 반려견이 발견돼 공분을 산 동물학대 사건이 드라마에서 그대로 등장했다. 드라마 속 형사(이민기)가 범인을 체포하면서 "당신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다"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일 이 개가 죽음에 이르렀다면 실제로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제주 반려견 생매장 사건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보호자와 공범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19일 생매장된 채 발견된 푸들. 연합뉴스

주인공의 초능력은 동물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이용된다. 할아버지는 밥을 먹지 않는다며 반려견 '덕구'를 동물병원에 데려온다. 검진해봐도 이상이 없었는데, 주인공이 엉덩이를 만져 덕구의 시선을 확인하니 "할아버지가 드실 밥도 없는데 자기가 뺏어먹는 것 같아서, 자기가 늙어서 배변도 못 가리는데 치우시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다소 뻔한 얘기 같지만 클로즈업되는 덕구의 얼굴과 눈망울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물의 엉덩이를 만져 동물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 또 드라마가 현실을 100%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반려인이라면 공감할 장면들이 있었다. 반려동물은 어떻게 우리를 바라볼지 생각해보고, 반려동물 관련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 같은 초능력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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