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독립영웅 ‘양칠성’ 다룬 영화 제작…한류스타 김범 주연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지방정부·이상덕 대사와 면담에서 확인
양칠성은 1975년 외국인 독립영웅 추서
3개국 이름 지녔던 삶·묘비엔 한국 이름
1960년 4·19혁명 이후 발표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이명준은 (불교에 심취한 작가 최인훈이 꿈꿨을 법한 이상세계) 중립국 인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가다가 전쟁에서 죽은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바다에 몸을 던진다. 밀실과 광장으로 상징되는 남북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며 중립국을 찾아 나섰지만, 중도에 여정을 멈춘 셈이었다. 남북의 현실에 실망했던 주인공이 한국인 정체성에 실망한 만큼 조국을 향한 갈망도 컸던 가운데 선택한 길이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이명준은 아버지의 월북으로 빨갱이로 손가락질 받다가 혈육을 찾아 월북한다. 월북 이후 인민군으로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다. 포로 신세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남과 북, 어느 쪽도 아닌 제3국이었다.
전쟁은 이렇게 개인에게는 세상 전체일 수도 있는 삶의 공간과 방향을 온전히 바꿔버린다. 아세안 코너를 연재하면서 전후문학의 백미 ‘광장’을 떠올린 이유는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독립영웅으로 불리는 양칠성(梁七星)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제2의 조국’(Tanah Air Kedua)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해서였다.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3개 언어로 된 이름을 지녔던 비운의 조선 청년 양칠성의 삶에서 광장의 이명준의 삶을 겹쳐서 그려 본 것이다.
양칠성은 1919년 5월 29일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일제에 징집됐다가 1942년 인도네시아 자바섬 반둥에 배속됐다. 조국을 잃은 조선에서 태어난 양칠성은 일제의 강제 창씨개명 때문에 야나가와 시치세이(梁川七星)로 수년 동안 살아가야 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엔 인도네시아식 이름 코마루딘(Komarudin)으로 불리었고, 현지여성과 결혼을 해 아들도 뒀다. 코마루딘의 뜻은 ‘인도네시아를 비추는 달’이다.
일본의 패망 이후 양칠성은 인도네시아에 다시 돌아온 네덜란드에 저항한 현지인들의 독립투쟁에 참여했다. 폭파 전문가로 활동하며 인도네시아 독립 저항운동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여러 활약을 펼쳤지만, 네덜란드 군대에 잡혀 1949년 8월 10일 처형됐다.
양칠성의 사망 시기와 관련해 더띡닷컴 등은 당시 기록을 전한 일부 기사을 인용해 1949년 5월 21일 숨진 것으로 언급돼 있다고 보도했다. 더띡닷컴은 양칠성이 처형될 당시 ‘머르데카’(독립)를 2차례 외친 영웅이었다고 전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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