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 쇄담] 테니스 최장 시간 경기, 최다 서브 에이스...아듀 ‘빅 존’

박강현 기자 2023. 9. 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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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부문에서 큰 숫자들로
뚜렷한 족적 남겼던 美 이스너
“후회 없는 커리어 보냈다”

[쇄담(瑣談) : 자질구레한 이야기]

키 208cm. 1만4470개의 서브 에이스. 11시간 5분 동안의 경기.

남자 테니스의 ‘거인’ 존 이스너(38·미국)가 코트를 떠났다.

존 이스너가 2010년 6월 윔블던 단식 1회전에서 니콜라스 마위를 상대로 11시간 5분 혈투 뒤 승리하는 순간. 마지막 5세트에서 이스너는 70-68로 이겼다. /AP연합뉴스

이스너는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마이클 모(25·미국·세계 89위)에게 세트스코어 2대3(6-3 6-4 6-7<3-7> 4-6 6-7<7-10>)으로 역전패했다. 같은 날 동료 잭 소크(31·미국)와 짝을 이뤄 나간 복식 1회전에서도 1대2(2-6 6-3 6-7<3-10>)로 패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스너는 이로써 코트에 작별을 고하게 됐다. 2018년 7월 개인 최고인 세계 8위까지 올랐던 그의 최종 단식 세계 랭킹은 157위.

그는 “매일, 매년 준비하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즐기면서 (테니스를) 했다.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 분명하다”며 “다시 치르고 싶은 경기들도 생각이 나지만, 전반적으로 후회 없는 커리어를 보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다. 그래도 떠나기 참 힘들다”고 웃었다.

존 이스너가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마이클 모에게 세트스코어 2대3으로 패한 뒤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는 이스너의 현역 마지막 단식 경기였다. /AFP연합뉴스

이스너가 남긴 몇몇 숫자로 그를 살펴본다.

◇키 208cm, 역대 최장신 2위

이스너는 테니스에선 보기 드문 거구(208cm·108kg)였다. 그는 역대 테니스 선수 최장신 2위에 해당한다. 미국의 라일리 오펠카(26·랭킹 없음)와 크로아티아의 이보 칼로비치(44·은퇴)가 나란히 역대 1위(211cm)이다.

보통 남자 테니스에서 톱 랭커들의 키는 180cm 중반 ~ 190cm 초반에 이른다. 이는 테니스 선수에게 가장 이상적인 키로도 꼽힌다. 끊임없이 코트에서 뛰어다녀야 하는 특성상, ‘적당한’ 체구가 알맞다는 것이다.

‘페나조’로 테니스계를 주름잡은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185cm), 라파엘 나달(37·스페인·139위·185cm),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2위·188cm) 모두 이 키 분포에 속한다.

존 이스너(오른쪽)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파쿤도 디아스 아코스타에게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한 뒤 둘이 악수를 하는 모습. 아코스타의 키는 183cm이다. /AP연합뉴스

반면 키 170㎝는 현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최단신에 해당한다. 세바스티안 바에스(23·아르헨티나·32위), 니시오카 요시히토(28·일본·44위), 디에고 슈와르츠만(31·아르헨티나·114위)이 함께 최단신을 이룬다. 그래서 이스너가 이들과 실력을 겨룰 땐 항상 키 차이가 부각되곤 했다.

이스너는 농구 선수의 ‘센터’에 해당하는 몸집으로 코트를 누볐다.

거대한 체구로 몸놀림이 둔해질 법도 했지만, 이스너는 약점이 될 수 있을 법한 사항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브와 이른바 꽂아 내리는 스트로크로 상대방을 압도했다.

이스너는 이를 바탕으로 ATP 투어 레벨에서 16차례 단식 타이틀을 따냈고, 복식에서도 8차례 우승했다. 오펠카(단식 4, 복식 1)와 칼로비치(단식 8, 복식 2)에 비하면 남다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존 이스너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파쿤도 디아스 아코스타에게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한 뒤 그의 아이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브에이스 1만4470개, 역대 1위

이스너의 가장 위력적인 무기 중 하나가 바로 그의 ‘미사일’ 서브였다. 그는 역대 가장 뛰어난 서버(server)로 통한다.

이스너는 키 208cm의 높이에서 말 그대로 서브를 내리 꽂았다. 상대방은 라켓조차 휘두르지 못하며 쩔쩔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존 이스너가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마이클 모를 상대로 서브를 넣고 있다. 이는 이스너의 현역 마지막 단식 경기였다. /로이터뉴스1

이스너는 ATP가 공인한 역대 가장 빠른 서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6년 데이비스컵 대회에서 시속 253km에 이르는 파괴적인 서브를 구사했다. 우리나라 기차 KTX가 보통 시속 250~300km로 운행한다.

2007년 프로 데뷔한 이스너는 은퇴 전까지 1만4470개의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었다. 역대 1위다. 2위는 1만3728개를 남긴 칼로비치, 3위는 1만1478개를 기록한 페더러다.

현역 선수 중에선 밀로스 라오니치(33·캐나다·337위)가 8278개로 가장 많다. 이스너를 넘기 위해선 앞으로 6000개 이상을 더 넣어야 한다. 한마디로 깨지기 힘든 기록이라는 것이다.

◇한 경기만 11시간 5분, 역대 최장 경기 진기록

이스너는 특히 테니스 사상 최장 시간 경기를 소화한 ‘마라톤 맨’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6월 윔블던 단식 1회전에서 그는 니콜라스 마위(41·프랑스)와 총 11시간 5분에 이르는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대2(6-4 3-6 6-7<7-9>7-6<7-3> 70-68)로 이겼다.

존 이스너(왼쪽)와 니콜라스 마위가 2010년 6월 윔블던 단식 1회전에서 펼친 11시간 5분에 이르는 경기 뒤 점수판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윔블던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당시 이스너는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마지막 세트에선 타이브레이크가 적용되지 않는 규정 때문에 5세트에서 게임스코어 70-68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이때 마지막 세트에선 무조건 한쪽이 연달아 두 게임을 따내야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 경기는 무려 사흘에 걸쳐 진행됐다. 5세트를 끝내는 데만 8시간 11분 소요됐을 정도다.

현지 시각으로 2010년 6월 22일 오후 6시 13분 18번 코트에서 시작한 경기는 5세트를 앞둔 오후 9시 7분에 날이 어두워져 다음날로 연기됐다. 6월 23일 오후 2시 5분에 재개된 경기는 5세트 59-59로 맞선 상황에서 오후 9시 9분에 해가 져 다시 한 번 다음날로 미뤄졌다. 그리고 6월 24일 오후 3시 40분에 이어진 경기는 그날 오후 4시 47분에 마침내 이스너의 승리로 결판이 났다. 이스너는 이 경기에서 한 경기 역대 최다인 서브에이스 113개를 기록했다. 마위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03개를 챙겼다.

이 경기는 당시 “끝나지 않는 경기(the endless match)”로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경기 기록지만 7장에 이르렀다. 페더러는 “정말 놀라운 경기였다. 경기를 직접 챙겨봤는데, 내가 웃고 있었는지 울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엄청났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이 경기의 승자는 두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혈투에서 승리한 이스너는 체력이 떨어진 듯 2회전에서 바로 탈락하기도 했다.

이스너와 마위는 이 경기를 계기로 아직까지도 진한 우정을 이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위는 여전히 복식 전문 선수로 현역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11시간 5분이라는 역대 최장 경기 기록은 앞으로 깨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모든 메이저 대회가 2022년에 이르러 기존 규정을 변경해 타이브레이크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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