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재소환된 라임펀드…‘특혜 환매’ 논란의 핵심은? [주말엔]

정재우 2023. 9. 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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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1조 6천억 원대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난 건 2019년 10월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그해 8월부터 검사를 진행해 이듬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4년 만인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다시 라임 펀드와 관련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엔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금감원이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지기 전 일부 투자자가 특혜를 받고 라임자산운용펀드를 환매했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4년 만에 다시 불거진 라임 펀드의 특혜 환매 의혹,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금감원 "특혜 환매, 합리적인 의구심"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등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한 건 지난달 24일입니다.

발표의 핵심은 라임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진 2019년 10월 한두 달 전부터, 운용사가 일부 투자자들에게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이 8월 24일 공개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 검사 결과 보도자료


금감원은 특혜성 환매를 받은 투자자에 OO 중앙회(200억 원), 상장사 OO(50억 원), 다선 국회의원(2억 원) 등 일부 유력인사가 포함돼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이후 해당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지목됐습니다.

금감원은 라임의 60여 개 개방형 펀드 중 유독 4개 펀드에서만 펀드 돌려막기 등의 불법적인 방식으로 환매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4개 펀드는 부실 자산 등을 갖고 있어 당시 정상적인 환매가 불가능했고, 이 때문에 특혜가 제공된 것이란 '합리적인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금감원은 설명했습니다.

■김상희 "권유해서 환매했을 뿐"

김상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8월 25일 금융감독원에 방문해 항의 중인 김상희 의원


본인은 미래에셋증권의 제안에 따라 라임 마티스 4호 펀드에 투자했는데, 2019년 8월 말 미래에셋이 환매를 권유해 그대로 따른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억 원가량을 투자해 3천6백만 원가량의 손실을 봤다며, 당시 16명이 동시에 펀드를 환매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라임 사태 피해자들의 분노와 피눈물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고, 금감원을 이용한 권력 남용이자, 짜맞추기식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어디까지 문제 삼을 수 있을까?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당시 자금흐름을 확인한 만큼, 실제 펀드 돌려막기 등의 방식으로 불법적인 환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큽니다.

하지만 불법적으로 자금을 운용해 펀드를 환매해준 라임자산운용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 투자자에게 책임을 묻는 건 어려울 것 같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만약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 등이 언론 보도를 보고, 라임자산운용의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파악해 김 의원 등에게 환매를 권유한 거라면 미래에셋증권에조차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현재 금감원은 어떤 경위로 당시 투자자들에게 환매를 권유했으며, 환매가 이뤄졌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미래에셋증권 등에 대해서도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만약 미래에셋증권이 위법한 경로로 라임자산운용의 부실을 인지했거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무리한 환매를 지시한 정황 등이 포착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미래에셋증권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일부 펀드에 대해서만 환매를 지시했는지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다만 이런 문제가 드러난다고 해도, 김상희 의원 등 투자자에게까지 곧바로 특혜성 환매의 책임을 묻긴 어렵습니다.

김 의원이 미리 라임 펀드의 부실을 인지하고, 적극 환매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야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2019년 9월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게 과연 특혜성 환매가 맞는지를 따져보려면,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살펴 봐야 합니다.

'라임 펀드가 불안하다.'라는 식으로 언론 보도가 미리 나왔다면, 미래에셋증권 같은 판매사나 투자자의 환매 요구를 문제 삼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 선언을 한 건 2019년 10월이지만, 부실 우려가 나온 건 이보다 석 달 전인 2019년 7월입니다.

당시 검찰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라임자산운용을 수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압수수색도 진행됐습니다.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를 편법으로 주고받는 수법으로 불법적으로 펀드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혹 제기 때문인지, 2019년 9월엔 모두 31개 라임자산운용 펀드(개방형)에서 3천69억 원의 환매가 이뤄졌습니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라임자산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언론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부실을 파악하고 환매를 요청했다고 해도, 펀드 환매를 위한 불법적인 요구나 지시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듯

김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던 검사 출신의 이복현 원장이, 민주당을 향한 정치공세에 금융감독원을 이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금감원 일부 직원들도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이번 검사 결과 발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정치의 도구가 됐다는 취지의 내용입니다.

금융감독원 익명 커뮤니티(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 캡처


검찰은 지난달 24일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 이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 확보 일주일 만에 미래에셋증권 등 특혜성 환매 의혹이 제기된 펀드판매사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특혜 환매가 맞는지와 환매를 받은 사람들이 그 과정에 개입했는지는 검찰 수사로 가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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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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