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볼이라고? '악명'인 이유 있네…류현진은 물론, 'KBO 역수출 신화' 플렉센까지 오심에 당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KBO 역수출 신화' 크리스 플렉센(콜로라도 로키스)가 앙헬 에르난데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주심이 경기를 지배한 탓에 제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6구,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25에서 2.48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갖고 빅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의 상승세가 하늘을 찌른다. '파이어볼러'들이 즐비한 현시대에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 복귀전에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고전했지만, 두 번째 등판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상대로 4이닝 '노히트' 투구를 펼치며 신호탄을 쏘아올리더니, 시카고 컵스-신시내티 레즈-클리블랜드를 차례로 잡아내며 개인 3연승을 질주했다.
4연승 도전에 나선 류현진은 한차례 '환경적' 열세에 놓였다. 바로 고산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 쿠어스필드는 다른 구장들과 달리 뜬공의 경우 비거리가 더욱 뻗는 편으로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류현진 또한 통산 쿠어스필드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7.09으로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고, 최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류현진에게 쿠어스필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한 개의 피홈런을 내줬지만, 5이닝을 단 2실점으로 묶어내면서 제 몫을 다했다. 다만 승리를 수확하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경기 초반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 찰리 블랙몬과 8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내며 경기를 출발, 에제키엘 토바와 엘리아스 디아즈를 커터로 연속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그리고 2회에는 라이언 맥마혼과 브랜든 로저스, 헌터 굿맨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세 개의 땅볼로 돌려세우며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류현진의 첫 피안타와 실점은 3회에 나왔다. 류현진은 3회말 선두타자 놀란 존스에게 커터를 공략 당해 우익수 방면에 첫 안타를 맞더니, 후속타자 엘레우리스 몬테로에게는 체인지업을 연속 4개를 던진 결과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맞았다. 올 시즌 네 번째 피홈런. 그래도 추가 실점 없이 위기를 탈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류현진은 브렌튼 도일을 땅볼로 돌려세우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낸 뒤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블랙몬에게 볼넷을 내줬고, 토바에게는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으면서 2, 3루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류현진은 디아즈에게 위닝샷으로 커터를 던져 투수 땅볼을 유도, 주자들의 발을 묶어냄과 동시에 아웃카운트를 늘렸고, 맥마혼에게는 67.1마일(약 108km) 커브로 삼진을 솎아내면서 큰 위기를 탈출했다.
4회에는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 다시 한번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또한 류현진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로저스에게 커터를 던져 1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후 굿맨에게 중견수 안타를 맞으면서 1사 1루에 놓였는데, 여기서 어처구니가 없는 판정이 나왔다. 존스와 3B-2S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류현진은 6구째에 88.8마일(약 143km) 직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제대로 꽂아넣었는데,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류현진이 던진 4구째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상단 모서리에 걸쳤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던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포수의 프레이밍에 따라 스트라이크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6구째 회심의 일격은 사실상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간 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심의 올라가지 않은 것은 류현진을 흔드는 요소였다. 앙헬 에르난데스 심판, 악명이 높을 수밖에 없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후속타자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내줬던 몬테로와 위기 상황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고, 이번에는 3구째 직구를 던져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뽑아내면서, 에르난데스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을 극복하며 탄탄한 투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류현진은 5회 도일-블랙몬-토바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워 5이닝 투구를 마쳤다.
에르난데스 주심의 아쉬운 판정이 4회에는 류현진에게 큰 위기를 안겼다면, 6회초에는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토론토는 2-2로 맞선 6회초 브랜든 벨트의 안타로 1사 1루 찬스를 잡았고, 타석에는 전담포수이자 '단짝' 대니 잰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콜로라도 선발 크리스 플렉센이 던진 5구째 86.2마일(약 138.7km) 커터가 스트라이크 바깥쪽 모서리를 제대로 찔렀다. 카운트가 2B-2S였기 때문에 잰슨은 삼진으로 물러나는 듯했다. 그런데 또다시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잰슨은 심판의 도움 속에 공격을 이어갈 수 있게 됐고, 이는 류현진에게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잰슨은 플렉센의 6구째 91마일(약 146.5km) 포심 패스트볼을 힘껏 잡아당겼고, 이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로 연결됐다. 노 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칠 뻔했던 류현진은 에르난데스 주심과 잰슨의 도움 속에서 마침내 승리 요건을 손에 넣게 됐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토론토는 7회초 역전 스리런포를 허용하면서 류현진의 승리 요건은 사라졌고, 승·패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그야말로 경기를 들었다 놓은 에르난데스의 주심은 '최악'이었다. 에르난데스의 심판의 오심으로 류현진은 큰 위기 상황에 봉착했고, 플렉센은 2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경기가 4실점으로 이어졌기 때문. 특히 플렉센은 홈런만 없었다면,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최악의 판정 속에서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다면, 류현진과 플렉센 모두 '패전'의 멍에는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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