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홈런+오심'도 버텼다... 류현진, 투수 무덤서도 '미친 존재감' 등판 경기 팀 5연승, '환상적 위기관리 능력→역수출 신화에 판정승' [TOR 리뷰]
류현진은 2일 오전 9시 40분(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6구를 던져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이후 1년 2개월 만에 복귀해 3연승을 달리던 류현진은 2019년 5월 26일 이후 1560일 만의 4연승 도전에 나섰지만 불펜이 리드를 지켜내지 못해 승리를 날렸다. 3승 1패를 유지했고 평균자책점(ERA)은 2.25에서 2.48로 높아졌다. 다만 팀은 타선 폭발로 13-9로 승리를 거뒀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복귀전을 제외하고 5연승을 달렸다.
2연승을 거두며 74승 61패를 기록한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3위에 머물렀으나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3위 텍사스 레인저스와 승차를 1.5경기 차로 줄이며 가을야구 희망을 키웠다.
반면 콜로라도는 4연패에 빠지며 49승 85패,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반면 콜로라도는 찰리 블랙몬(우익수)-에제키엘 토바(유격수)-엘리아스 디아즈(포수)-라이언 맥마흔(3루수)-브렌든 로저스(2루수)-헌터 굿맨(지명타자)-놀란 존스(좌익수)-엘레후리스 몬테로(1루수)-브렌튼 도일(중견수)로 라인업을 짰다.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투수는 KBO리그를 거친 '역수출 신화'의 주인공 크리스 플렉센. 2020년 두산에서 21경기 8승 4패를 기록한 뒤 빅리그로 향한 그는 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4승 6패 평균자책점(ERA) 3.61로 역수출 신화를 썼다. 지난해에도 8승 9패 ERA 3.73으로 활약했으나 올 시즌 뉴욕 메츠를 거쳐 결국 콜로라도에 둥지를 틀었다. 23경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승 6패 ERA 6.94를 기록 중인 상태에서 류현진을 만났다.
4구 바깥 쪽 낮은 컷 패스트볼(커터), 5구 몸 쪽 높은 커브로 유혹했으나 블랙몬의 방망이는 돌지 않았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시속 89.2마일(143.6㎞) 포심을 연달아 커트 당했으나 8구 존 상단에 형성된 90.1마일(145㎞) 포심으로 블랙몬을 1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한 고비를 넘긴 류현진은 이후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토바에겐 4구, 디아즈는 5구만 던져 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결정구는 모두 존 바깥 쪽으로 빠져 나가는 커터였다.
2회엔 선두 타자 맥마흔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의 적극적인 존 공략에 콜로라도 타자들도 조급해졌다. 로저스에겐 공 하나로 3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굿맨도 2구 만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이번엔 땅볼 타구가 1루수 미트로 빨려들어갔다. 2회에도 삼자범퇴 완벽한 피칭.
'천적'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는 팀을 떠났으나 콜로라도는 여전히 류현진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3회 류현진을 두들겼다. 첫 타자 존스에게 3구 낮은 커터를 공략 당해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몬테로에게 1-2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4구 째를 통타 당했다. 시속 76.6마일(123.4㎞)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가운데로 흘러들어갔고 몬테로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타구는 시속 95.5마일(153.7㎞)의 속도로 113m를 비행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로 이어졌다.
홈런 충격파가 이어지는 듯 했다. 도일을 3루수 땅볼로 잡아냈으나 블랙몬에게 5구를 던져 이날 첫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토바에겐 좌측 담장 직격 대형 2루타를 맞았다. 낮게 제구된 87.8마일(141.3㎞) 속구였으나 토바는 초구부터 작정한 듯 배트를 휘둘러 2루타를 만들어냈다.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불안감은 거기까지였다. 초구로 70.1마일(112.8㎞) 저속 커브를 던져 디아즈를 얼어붙게 만든 류현진은 2구 바깥 쪽 포심으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유리한 승부를 이어간 끝에 6구 바깥 쪽 끝에 걸치는 커터로 투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타구를 잡아낸 류현진은 3루 주자를 묶어둔 뒤 1루에 공을 뿌려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맥마흔에겐 볼 카운트 2-2에서 시속 67.1마일(107.9㎞)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날 3번째 탈삼진이었다.
4회말 로저스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낸 류현진은 굿맨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장면이 문제였다. 굿맨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6구 88.8마일(142.9㎞)를 바깥 쪽 상단에 꽂아 넣었다. 기분 좋은 삼진을 직감한 순간 황당한 판정이 나왔다.
주심을 맡은 앙헬 에르난데스는 볼을 선언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이 뛰쳐나와 항의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과거 이안 킨슬러가 "야구계를 떠나라"라고 악평을 했을 만큼 실소를 자아내는 오심으로 유명한 에르난데스에 류현진이 제대로 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을 과시했다. 몬테로 타석 볼 카운트 1-1에서 87.5마일(140.8㎞) 속구를 던져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이끌어냈다. 다시 한 번 실점 위기를 지워냈다.
이어진 5회 공격에서 선두 타자 클레멘트가 좌측 폴을 맞히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날리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68구를 던지고 5회 다시 마운드에 섰다. 불펜이 가동되기 시작했으나 류현진은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다음 이닝을 기약했다. 도일과 블랙몬, 토바를 상대하며 단 8구로 삼자범퇴, 투구수 76구로 6회 등판을 기대케 했다.
6회초 1사에서 벨트가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잰슨의 타석에서 이번엔 예기치 않은 오심에 웃었다. 볼 카운트 2-2에서 플렉센의 커터가 바깥 쪽 존 하단에 꽂혔다. 그러나 주심 에르난데스는 이 공도 볼을 선언했다. 삼진 위기를 넘긴 잰슨은 6구 91마일(146.5㎞)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승부를 뒤집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시즌 17번째 홈런. 토론토의 승리 확률을 50.4%에서 77.2%로 26.8%나 끌어올린 한 방이었다.
류현진과 달리 주심의 오심을 이겨내지 못한 플렉센은 2사에서 바쇼에게 볼넷을 내준 뒤 결국 가빈 할로웰에게 공을 넘기고 패전 위기 속에 강판됐다.
3루수 슈나이더의 송구 실책으로 디아즈가 출루했고 맥마흔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놓였다. 이후 로저스와 굿맨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슈나이더 감독은 좌타자 존스를 맞아 헤네시스 카브레라를 올렸다. 야수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 던지던 가르시아를 내리고 '좌우놀이'를 택한 결과는 뼈아팠다. 존스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14호)을 내줬고 류현진의 4연승도 무산됐다.
다행스럽게도 토론토 타선이 불을 뿜었다. 7회초 키어마이어, 스프링어의 연속 안타에 이어 6회 실책을 범한 슈나이더가 1타점 2루타를 날려 5-5,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사에서 벨트의 볼넷에 이어 대타 알레한드로 커크가 싹쓸이 2루타를 날려 다시 승기를 가져왔다. 이후 메리필드까지 1타점 2루타를 날려 9-5, 4점 차로 달아났다.
토론토는 8회초에도 2사 1루에서 게레로 주니어의 1타점 2루타로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9회에도 토론토는 3점을 더했다. 선발 전원 안타와 함께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마운드에선 카브레라 이후 조던 힉스와 트레버 리차드가 1이닝씩을 깔끔히 막아냈다. 부상에서 복귀해 승부가 크게 기운 9회 마운드에 오른 채드 그린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는 동안 5피안타 4실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조던 로마노가 공을 넘겨받아 삼진을 잡아내며 경기를 매조졌다.
플렉센은 5⅔이닝 동안 87구를 던지며 7피안타(3피홈런) 1볼넷 4실점하며 시즌 7패(1승)를 떠안았다. ERA는 6.89에서 6.86으로 소폭 낮췄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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