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남궁민-안은진, 저리고 아프게 엇갈려 간절한 사랑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저만치 그녀가 웃고 있다. 예전에 보았듯, 꿈 속에 보았듯, 배시시 웃고 있다. 그 웃음에 심장이 툭 떨어진다. 어쩐지 눈자위로 화끈 작열감이 올라온다.
1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연인’ 9회에서 마침내 이장현(남궁민 분)과 유길채(안은진 분)가 재회했다.
심양으로 떠났던 이장현은 소현세자(김무준 분)의 인조(김종태 분) 병문안 길에 동행해 한양으로 돌아왔다. 장현도 차마 어쩌지 못한 마음의 자취를 따라 꽃신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 꽃신의 주인 길채는 함을 받고 있었다. ‘색시 얼굴 한 번 보자’는 함진아비들 성화에 ‘나 예 있소!’하고 냉큼 나선 함주인이 바로 그 길채다.
‘도대체 저 여인은 저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 어떻게 저렇게 기꺼이 웃을 수 있는가?’ 불현 듯 웃음 짓게 하고 불현 듯 슬프게 했던 나의 길채 낭자가 왜 저기서 저런 웃음으로 함을 받고 있는가.
하긴 시작부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보다 사랑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훨씬 많았던 여인이다. 제 잘난 멋에 세상은 자길 중심으로 돈다는 식이었던 여자다. 친구의 약혼자도 제가 나서면 제 남자가 될 수 있단 믿음을 놓지 않던 여자다. 그 단 하나의 연적 남연준(이학주 분)이 은애(이다인 분)낭자와 혼약한 후에도 갈피를 못잡던 여자였다.
그 꼴이 보기 싫어 심양으로 떠나기 전, 미련 한줄기 남겨 물어봤었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뿐이지. 오직 나만을 향한 낭자의 마음. 다만 말로만으로라도 다짐해 주면 내 당장 심양 가는 길을 돌리리다.”했건만 말로만으로도 잡아주지 않았던 모진 여인였다. 한스러운 건 그런 여인네가 눈으로도 끌리고 마음으로도 끌렸다는 점이다.
그런 여인네를 심양, 그 먼 오랑캐 땅에서도 오매불망 그렸다. 내 백성 내 손으로 잡아 오랑캐에 바치는 잡놈 짓 까지 하며 죽지 못했던 건 다만 한 가지 이유, 유길채 때문이었다. 끓은 물도 두어두면 미지근히 식건만 떠나오고 그리운 마음은 하루하루 물색없이 비등하기만 했었다.
마침내 도래한 한양길, 마음만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전란 후 궁핍을 겪었을테니, 나는 아직 아니더라도 내 부(富)만큼은 버선발로 반기리라' 속물 셈법도 해봤다.
그랬는데.. 사람 그리운 건 죄가 맞다. ‘장현아, 이장현아, 이 어리석은 모지리야! 이 꼴 보자고 그리 애면글면했더냐! 길채야, 유길채야, 세월은 흘렀으되 너는 도무지 달라진 게 없구나!’
“종종아!”
분명 아는 목소리, 구잠(박강섭 분)의 목소리가 종종이(박정연 분)를 부른다. 그래서 돌아본 길채 눈에 저만치 서있는 이장현이 눈에 든다. 문득 정신이 아득해진다. ‘저 이가 왜 저기 있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게야!’
이 아득함, 낯설지 않다. 장현 도령이 심양으로 떠난달 때 잡지 못했다. 내 순정은 연준도령 몫. 나눌 수 없다 생각했다. 떠나고서야 알았다. 내 님이 장현도령이란 것을. 구멍구멍 많이도 울었다. 몸 나뉜 길이 하도 멀어 꿈길밖에 길이 없었다. 당연히 베갯잇도 마를 날이 없었다. 그렇게 밑모를 그리움에 몸부림쳤다. 그 이가 떠난 한양살이는 언제나 바람 불 듯 말 듯, 비가 올 듯 말 듯 참으로 진상스런 나날이었다.
심양에서 조선 사람들이 많이 상했다는 얘기가 돌았을 때 철렁했다. 마침내 유품이라며 전해져 온 목함 속에서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전장에 나갈 때 자신이 건네 준 붉은 댕기. 그 이는 말했었다. “죽기 전까지는 이 댕기를 절대 놓지 않을 작정이야!” 그리고 댕기만 돌아왔다. 당시의 그 아득함을 길채는 이제 장현을 눈 앞에 두고 다시 느꼈다.
구원무(지승현 분)가 청혼했을 때 농으로 넘겼다. 강화도에선 목숨줄을 붙여준 이다. 한양에선 일족의 허기를 모면시켜준 이다. 집안 대장간도 빌려줘 호구지책도 세워줬다. 참 많은 은혜를 베풀어준 고마운 이다. 하지만 길채에겐 장현이 있었다. 거절하고 돌아서는 길채의 발걸음을 구원무의 한 마디가 잡아챘다. “그 사람은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
다시 확인된 장현의 부재. 길채는 눈물 한 줄기로 장현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이젠 오지 마셔요. 난 이 생에서 산해진미 맛보고 조선팔도 좋은 구경 다하면서 천수를 누리다가 갈 생각이니.. 우린 나중에 아주아주 먼 뒷날에 다시 만납시다.”
얄궂은 운명이다. 야속한 팔자다. 남들은 흔히들 원앙새 금슬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하는데 장현과 길채는 왜 이리 엇갈려야만 되나. 드라마 ‘연인’ 속 장현과 길채의 저리고 아픈 간절한 사연들이 계속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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