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로 일본산 불매운동 번지는 중국…이들도 ‘싸움’ 대상?

정인환 기자 2023. 9. 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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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산 수산물 전면 금수 “이기적 무책임의 극치”
‘친중’ 태평양 도서국도 반대, 후쿠시마부흥센터 반대 서명엔 7만명 참여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다음날인 2023년 8월25일, 중국 상하이의 수산물 시장이 손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REUTERS 연합뉴스

“우리가 지금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뭐, 전부 야당, 야당 지지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합니다. 아니 뭐, 이번에 후쿠시마,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 것 보십시오.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8월2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8월24일 오후 1시3분께 일본이 핵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이후 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 자리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투쟁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쪽일 게다. 그들의 주장은 ‘괴담’이자 ‘가짜뉴스’이니, 당연히 “싸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국내에도 국외에도 있다. 윤 대통령의 ‘싸움’이 국내전이자 국제전인 이유다.

방류 한 시간 뒤 해관총서 “수산물 수입 중단”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했다. 중국은 이를 단호히 반대하며 강력하게 규탄한다. 이미 일본 쪽에 엄정 항의하고 잘못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직후인 8월24일 낮 12시15분(한국시각 오후 1시15분)께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로 담화문을 내어 “후쿠시마 핵오염수 처리는 중대한 원자력 안전 문제이자 국경을 초월해 영향을 끼치는 사안으로, 결코 일본 일개 국가의 사사로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또 “인간이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 원자력 사고로 인한 오염수를 해양에 인위적으로 방류한 전례가 없고 공인된 처리 기준도 없다”며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대량의 방사성물질을 바다에 방출하는 등 심각한 재난을 초래했다. 일본은 자국 이익을 위해 지역 주민과 세계인에게 ‘2차 가해’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교부 쪽은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결정의 정당·합법성 △오염수 정화장치의 장기적 신뢰성 △오염수 관련 수치의 정확성 △해양 방류의 해양환경 및 인류 건강·안전에 대한 무해성 △검측 방법의 완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증명하지 못했으며, “이해 당사국과 충분한 협상을 벌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인민을 최우선시해왔으며 이후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해 식품 안전과 중국 인민의 건강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외교부의 담화 발표 1시간 남짓 만에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격)는 ‘2023년 103호 공고’를 내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식품 안전에 대해 방사성 오염 위험을 전면적으로 방지하고,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며, 수입 식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8월24일부터 원산지가 일본인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해관총서 쪽은 따로 식품안전국 책임자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내어,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처가 “중국 식품안전법과 수출입식품 안전 관리 조치 관련 규정,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 협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협정 제2조 1항은 “회원국은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를 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다.

일본 수산물 수출액 중국 비중 22.5%, 홍콩 19.5%

이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나섰다. 왕 대변인은 8월24일 오후 3시 정례 브리핑에서 “바다는 인류의 공동자산이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 강행은 국제적인 공공이익을 무시한 이기적 무책임의 극치”라며 “이는 자국의 위험을 전세계에 전가하고 미래 세대까지 고통을 지속시키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오염수 해양 방류로 각국 국민의 건강권·발전권·환경권을 침해한 일본은 스스로 국제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은 꼴”이라고 덧붙였다.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중국에선 당국의 묵인 속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일본 수산청이 작성한 연례 수산백서를 보면, 2022년 일본의 수산물 수출액(3873억엔) 가운데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2.5%로 1위였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을 후쿠시마 인근 4개 현에서 10개 현으로 확대한 홍콩(19.5%)이 뒤를 이었다. 일본 수산물 수출액의 42%가 중국과 홍콩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금수 조처 발표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 ‘즉각 철회’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정치권에선 중국을 WTO에 제소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전례도 있다.

2010년 10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1989년 중국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2017년 사망)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중국은 즉각 강력 반발하며 양국 간 비자 면제 조치를 취소하고,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비공식적’으로 통제했다. 당시 노르웨이 외교부는 “중국의 연어 수입 통제 조치 6개월 뒤 양국 간 교역액은 4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대중국 연어 수출액은 61.8% 폭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노르웨이는 중국을 WTO에 제소했지만, 중국 쪽이 “노르웨이산 수입 연어에서 병원성 미생물과 동물용 의약품 잔존물이 대량 발견됐다”고 버티면서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했다.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 통제도 중국이 이겼다

중국이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 통제를 푼 것은 2016년 12월19일 베이징에서 ‘양자관계 정상화에 관한 성명’에 양국이 합의한 뒤의 일이다. 그새 6년여가 훌쩍 지났다. 당시 양국이 합의한 4개항짜리 짤막한 성명에서 노르웨이 쪽은 “중국의 발전 경로와 사회제도를 전적으로 존중하며, 중국이 이룬 역사적이며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발전을 높이 평가한다”며 “노르웨이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천명하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에 해당함에도 사실상 노르웨이 쪽이 자세를 낮춘 셈이다.

2023년 8월24일 홍콩 도심에서 시위대가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과 바다, 경제와 삶의 터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본의 방류 결정에 강력 반대한다.”(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에 근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지지한다. 통제된 방식으로 30년 동안 이뤄질 오염수 방류를 핵무기 실험에 견주는 것은 거짓으로 공포를 부풀리는 짓이다.”(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직접 영향 지역인 태평양 도서국에선 친중-친미 성향으로 갈린 각국 정부가 상반된 목소리를 내놨다. 18개국으로 이뤄진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의장인 마크 브라운 쿡제도 총리는 8월23일 성명을 내어 “개인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보지만,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해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부 세력의 핵무기 실험 영향으로 고통받은 지역 정서상 오염수 방류 문제는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미국(1940~1950년대)과 프랑스(1966~1999년)가 태평양 도서국 일대에서 핵실험을 한 바 있다.

핵공학자 “일본 정부 방류 결정 뒤 검토 요청”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IAEA의 점검과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8월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명분도 IAEA의 점검 결과라는 ‘국제적 공신력’이다. 하지만 PIF가 자체 구성한 독립 전문가 패널에 참여한 핵공학자인 아르준 마키자니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소(IEER) 소장은 8월28일 일본 도쿄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일본 정부가 이미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린 뒤에 검토를 요청했기 때문에 IAEA는 최종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IAEA는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IAEA와 사뭇 다른 지적을 내놓은 국제기구도 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을 밝힌 2021년 4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쪽이 내놓은 성명이 대표적이다. 당시 OHCHR 쪽은 마르코스 오레야나 인권 및 유해물질·폐기물 특별보고관, 마이클 파크리 식량권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보이드 인권 및 환경 특별보고관 공동명의로 낸 성명에서 “환경운동가와 각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로 수많은 인구와 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일본 정부가 방류를 결정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미 많은 전문가가 일본 정부 쪽에 ‘다른 대안이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에서 특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OHCHR 쪽은 일본 쪽의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어업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후쿠시마 현민, 일본 국민과의 합의가 없는 후쿠시마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해양 방류를 멈추도록 긴급 요청합니다.”

P2023년 8월25일 일본 도쿄의 총리 공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REUTERS

일본 후쿠시마부흥공동센터는 오염수 방류 개시일인 8월24일 오전 인터넷 청원·캠페인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 올린 긴급 청원서에서 이렇게 썼다. 부흥공동센터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과 이재민 지원 등을 위해 현지 노동조합과 농민단체, 의료단체 등이 모여 결성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국민적 이해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해양 방류를 강행해선 안 된다”며 “육상 보관을 유지하면서 전문가들이 제안한 해양 방출이 아닌 처분 방법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31일 오후 3시 현재 이 단체의 청원서엔 7만2813명이 서명했다. 윤 대통령이 ‘싸워야 할 대상’이 나라 안팎에서 갈수록 늘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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