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돈풀기?···알쏭달쏭 2024년 예산안[뒷북경제]
20년 사이 역대 최소지만
수입인 세수 부족에 적자↑
정부 제시 재정준칙 어겨
올해 세수도 60조 펑크
총지출 증가율을 최근 2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2.8%로 묶은 2024년도 예산안이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보조금 사업과 연구개발(R&D) 등에서 23조원을 덜어냈다며 2년 연속 20조원이 넘는 ‘긴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늘어난 국가채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8%의 총지출증가율이 낮기는 합니다. 최근 5년 간 총지출 증가율이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 2022년 8.9%, 2023년 5.1%를 기록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내년에도 100조원에 육박할 예정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구조 상 지금은 흑자가 쌓일 수 밖에 없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9% 수준으로 올해의 58조 2000억원(GDP 대비 2.6%) 적자보다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점을 두는 재정준칙 기준도 벗어납니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재정준칙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 3% 이내로 제한’을 명문화돼 있습니다. 물론 재난 등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예외를 두는 조항이 있지만 내년이 팬데믹 급의 위기라는 데에 국민 얼마나 동의할지는 의문입니다. 이에 추 부총리는 “건전 재정 측면만 본다면 지출 증가율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로 가져가야 했지만, 국가 본질 기능인 국민 안전·국방·미래 대비 등 돈을 써야 할 곳에는 제대로 규모 있게 써야겠다 판단하고 고심 끝에 2.8%를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세금...세수 부족인데다 깎아주는 세금도 많아
당장 올 7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조 원 넘게 덜 걷혔습니다. 기업 실적 부진과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의 여파로 8월부터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50조 원에 육박하는 세수 펑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이달 말까지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중간예납도 올해 기업 실적이 부진한 만큼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결손 규모가 60조 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1~7월 국세수입은 217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 4000억 원 줄었습니다. 7월 한 달 기준으로도 세입이 전년 동월 대비 3조 7000억 원 줄어 6월(3조 3000억 원)보다 감소 폭을 키웠습니다. 세입 예산 대비 진도율도 54.3%로 1년 전 65.9%보다 11.6%포인트 낮아졌을 뿐 아니라 2000년 이후 최저였습니다.
구멍이 메워지기는커녕 갈수록 커지는 상황입니다. 4월까지 33조 9000억 원 덜 걷혔던 국세는 5월 36조 4000억 원, 6월 39조 7000억 원으로 결손 규모가 불어나더니 7월에는 43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하반기에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내놓았던 세입 예산 400조 5000억 원에는 48조 원 부족합니다. 오차율이 10%를 넘어가는 셈입니다. 다만 정부는 7월까지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을 43조 4000억 원이 아니라 33조 2000억 원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과 2022년 하반기 세정 지원 이연 세수 감소 등의 기저 효과 10조 2000억 원을 빼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당장 이번 달 법인세 중간예납부터 고비입니다. 원래 법인세는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3월에 세액을 확정, 납부하는데 이를 상·하반기로 나눠 내는 것을 중간예납이라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한 법인세를 이번 달에, 하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세금을 내년 3월에 내는 식입니다. 그런데 올해 반도체 불황에 상반기 기업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아 중간예납분도 덩달아 쪼그라들 예정입니다. 통상 중간예납분은 전년도 법인세의 절반을 내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도, 여력도 없는 상황입니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대비 악화되면서 예년과 달리 상반기 실적 가결산을 통해 법인세를 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수 감소를 세목별로 살펴보면 법인세 감소 폭이 17조 1000억 원으로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악화하며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쳐 법인세 납부액이 크게 준 데다 좋았던 상반기 실적에 지난해 8월 중간예납에서 이미 내 버린 세금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소득세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 불황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줄며 1년 전보다 12조 7000억 원 덜 걷혔고 부가가치세도 수입 부진 등의 이유로 6조 1000억 원 덜 걷혔습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재추계해 이르면 다음 주쯤 발표할 예정입니다.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400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395조 9000억 원)보다 4조 6000억 원 늘렸지만 지금까지의 펑크가 워낙 큰 만큼 대폭 손질이 불가피합니다. 2020년·2021년 큰 폭의 초과 세수를 기록하다 올해는 역대급 세수 펑크가 나자 세수 추계 모델을 공개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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