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즐기며 마라톤은 서브스리…이런 재미 모르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그는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마라톤 출전 두 번째 대회(15km)에서 3위로 입상했고 2019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 때 하프마라톤에 처음 도전했는데 당시 축구를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채로 달리고도 6위를 하기도 했다. 축구와 병행하다 보니 처음엔 10km와 하프코스에 집중했다. 2020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대회가 모두 취소되면서 2년여간 풀코스 완주 준비만 했다. 그의 10km 최고기록은 37분 11초, 하프는 1시간22분33초다.
“대회가 없어 풀코스를 뛸 수가 없었죠. 2년간 축구하면서 장거리주로 몸만 만들었죠. 그런데 축구하는 게 마라톤에 큰 도움이 됐어요. 축구가 일종의 인터벌 트레이닝이었죠.”
전문가들은 1시간 동안 10km를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20회 하는 게 심폐지구력 향상과 에너지 소비엔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김 씨의 경우 축구를 일종의 인터벌 트레이닝 기회로 삼은 것이다. 축구는 공격과 수비 때 상대를 뚫거나 막기 위해 짧고 굵게 달리고, 그 상황이 끝나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반복한다. 아마추어의 경우 전후반 20분 혹은 25분씩 경기를 하기 때문에 축구 한 경기를 모두 뛴다면 40분에서 50분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김 씨의 이런 축구도 즐기고 장거리달리기도 하는 훈련은 바로 효과를 봤다. 지난해 10월 열린 2022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2시간59분59초, 딱 1초 차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이 열망하는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한 것이다. 물론 여자부 우승도 차지했다.
김 씨는 올 3월 열린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50분 11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고 5위에 올랐다. 해외 마스터스 참가자들을 빼면 국내 마스터스 여자부 1위였다. 지금까지 출전한 풀코스 5번 중 한번 빼고 다 서브스리 기록을 냈다. 8월 27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홋카이도마라톤 2023에서만 3시간11분43초로 서브스리를 달성하지 못했다. 섭씨 29.2도에 습도 78%의 무더위만 아니었다면 서브스리는 충분했다. 그는 “이런 더위는 처음이었다. 초반 10km까지 서브스리 페이스로 가다 늦췄다. 자칫 완주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스로 3시간 11분대에 완주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축구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천안여성축구단 수비형 미드필더로 각 대회 우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천안여성축구단은 지난해에만 충남축구협회장배, 대한축구협회 전국대회, 전주시 한옥마을배 전국대회를 석권했고, 천안시장배에선 3연패를 달성했다. 고등학교까진 수비수였던 김 씨는 수비형미드필더로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으로 이어지는 플레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축구와 마라톤 어떻게 다를까?
“아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죠. 축구는 함께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서로 맞춰주고, 맞춰가면서 나오는 플레이가 효과를 봤을 때 희열을 느껴요. 마라톤은 혼자 달리지만 옆에서 달리는 주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맛이 있죠. 달리고 난 뒤의 그 개운함, 그리고 고된 시간을 이겨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개인적으로 마라톤은 기록 단축도 좋지만 달리면서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요. 그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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