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이 아산서 열린 미국 유리업체 50주년 행사 간 까닭은

안하늘 2023. 9.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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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 참석
브라운관 TV부터 폴더블폰 협력까지
15억달러 통합 공급망 신규 구축
제품 개발 초기부터 협력 가능해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에서 열린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코닝 제공
삼성과 코닝,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올해만 해도 프랑스, 베트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 순방에 참석하고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를 방문해 협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강행군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코닝 50주년 기념 행사를 직접 찾았다. 그만큼 이 회장과 삼성전자에 코닝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회사의 관계는 이병철-이건희-이재용 삼대째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닝과 함께 접을 수 있는(폴더블) 스마트폰을 넘어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키울 계획이다.

이 회장은 1일 충남 아산시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에서 열린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적과도 같이 50년전 코닝은 지구 반대편 쪽에 있는 가난한 나라의 3류 기업 삼성의 손을 잡아줬다"며 "코닝의 우정 어린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다"고 말했다.


50년 이어진 삼성과 코닝의 협력 관계

이건희(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2013년 5월 22일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제임스 호튼 미국 코닝 명예회장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851년 미국에서 설립해 연 매출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유리 제조 회사 코닝과 삼성전자는 무려 50년 동안 끈끈한 우정을 쌓고 있다. 1973년 당시 삼성전자는 TV 브라운관의 핵심 소재인 벌브 유리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다 보니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벌브 유리가 브라운관 제조 원가의 약 50%를 차지하는 부품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병철 회장은 '소재에서부터 부품과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를 직접 만드는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소재 산업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실정에서 기술이 전무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당시 세계 최초로 TV용 벌브유리를 개발한 미국 코닝과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코닝은 1973년 6월 지분율 50대 50의 합작 회사를 세우기로 합의하고 정부 인가를 거쳐 12월 20일 '삼성코닝'을 설립했다.

이후 삼성코닝은 1979년 월 40만 대의 흑백 브라운관용 벌브유리를 만들어 세계 1위 생산 업체로 컸으며 1983년 3월 컬러 브라운관용 벌브유리 생산도 시작했다. 삼성코닝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PDP),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신기술에 핵심 소재, 부품 등을 제작해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업이 되는 데 큰 힘이 됐다.


윅스 코닝 회장이 "생큐 삼성" 외친 이유

시각물_삼성 코닝 협력 역사

삼성은 이후 코닝과 협력 범위를 디스플레이 기판용 유리 제조에서 다른 분야로 넓히기 위해 2013년 삼성코닝 보유 지분을 전부 코닝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미국 코닝 본사 지분 9.45%를 확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재용 회장은 소재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코닝과 오랫동안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지분 교환을 이끌었다.

이 회장은 웬델 윅스 회장 등 코닝 경영진과 돈독한 관계를 다졌다. 두 사람은 2011년과 2013년 각각 뉴욕과 서울에서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으며 4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났다. 특히 윅스 회장은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이 회장의 무죄를 증언하려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윅스 회장이 "이 회장의 선견지명으로 시장 트렌드에 맞춰 변화할 수 있었다"며 "흑백 TV부터 최신 벤더블 글라스에 이르기까지 삼성과 함께한 50년 파트너십과 혁신은 유산으로 자리 잡았고 이 유산은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다양한 폴더블 제품 함께 내놓을 듯

코닝의 벤더블 글라스가 적용된 삼성전자 갤럭시 폴더블폰 Z플립5(왼쪽)와 Z폴드5. 뉴시스

코닝은 한국에 초박막 벤더블(구부러지는) 글라스의 완전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삼성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벤더블 글라스는 코닝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 등에 공급 중인 특수 유리 소재다. 그동안 벤더블 글라스의 경우 공정이 다양해 여러 국가에서 각자의 부품을 개발해 통합하는 과정으로 제작됐다. 여러 나라에 흩어진 생산 공정을 한국으로 모아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15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를 투자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아산에 공급 시설이 들어서면서 두 회사가 제품 기획부터 협력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 제품의 개발 난도가 높아 초기 단계부터 유리 제조 업체와 협력하는 것은 회사에 큰 이득이 될 것"이라며 "보다 다양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닝은 현대차, LG전자 등 자동차 부품(전장) 고객사와 협력도 강화한다. 이미 전날 윅스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만나 제품 협력을 논의했다.

윅스 코닝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코닝은 최신 혁신 기술을 통해 첨단 모바일 기기 디자인과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것이며 한국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제조 허브가 될 것"이라며 "첨단 기술 주도 성장에 대한 한국의 의지와 우수한 인적 자원 그리고 정부의 지원 덕분에 삼성과 같이 한국의 소중한 고객사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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