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 대신 커터..‘땅볼’로 쿠어스필드 돌파한 류현진, 역시 영리했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류현진이 또 한 번 변화를 주며 쿠어스필드를 돌파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9월 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에서 호투했다.
이날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투수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무너지지 않았고 4경기 연속 5이닝 투구를 달성했다. 비록 불펜 난조로 4연승에는 실패했지만 마운드를 내려온 시점에서는 승리투수 요건도 갖춘 상태였다. 이날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48이 됐다.
LA 다저스 시절 6차례 쿠어스필드에 방문했던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후 처음으로 로키산맥에 올랐다. 4년만의 방문이었다. 류현진은 통산 쿠어스필드에서 6경기 26.2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7.09로 부진했다. 마지막 방문 기억도 좋지 않았다. 마지막 쿠어스필드 원정이었던 2019년 6월 29일 경기에서 류현진은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비록 류현진의 '천적'이었던 놀란 아레나도(STL)가 콜로라도를 떠났지만 쿠어스필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류현진에게 강했던 베테랑 찰리 블랙몬은 여전히 라인업을 지키고 있었다. 토미존 수술 복귀 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류현진에게 이날 등판은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류현진은 산 위에서도 견고했다. 1회 선두타자 블랙몬과 긴 8구 승부를 펼쳤지만 땅볼을 이끌어내며 승리한 류현진은 2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2회에는 단 공 6개로 중심타선을 막아냈다.
위기도 있었다. 3회에는 선두타자 놀란 존스에게 경기 첫 안타를 허용한 뒤 엘레우리스 몬테로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아 실점했다. 이후 다시 주자 2명을 출루시켰다. 하지만 1사 2,3루 위기에서 투수 땅볼, 삼진으로 실점하지 않았고 4회 맞이한 1사 1,2루 위기에서는 3회 당했던 몬테로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복수'에도 성공했다. 류현진은 5회를 깔끔하게 마친 뒤 6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이날 또 한 번 변화를 줬다. 부상 복귀 후 '트레이드 마크'로 떠오른 느린 커브를 뒤로 숨겼다. 대신 올시즌 구사율을 현저히 줄였던 커터를 다시 꺼내들었다. 류현진은 이날 76구 중 커브를 12개 밖에 던지지 않았고(구사율 16%) 커터는 19개(25%)나 던졌다. 매 경기 20% 전후의 커브 구사율을 보였고 커터를 가장 적게 던졌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가장 조금 던진 공은 단 10개를 던진 체인지업이었다.
변화는 효과적이었다. 타이밍만 맞으면 장타로 연결되는 커브와 달리 포심 패스트볼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타자의 배트 중심을 빗겨가는 커터는 땅볼 유도에 최적화 된 공. 공이 떠오르면 모두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쿠어스필드에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커터를 꺼내든 류현진은 이날 아웃카운트 15개 중 무려 10개(병살타 포함 11개)를 땅볼로 잡아냈다. 뜬공 아웃은 단 한 개 뿐. 류현진은 콜로라도 타자들의 타구를 철저히 땅에 묶어두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구장 최적화' 전력이 맞아떨어진 것. 류현진의 영리함이 또 한 번 돋보인 경기였다.
물론 고민도 남았다. 바로 장타 허용이다. 지난 등판에서 홈런 2개를 내준 류현진은 이날도 피홈런을 기록했다. 2경기 3피홈런. 류현진은 올시즌 6경기 중 자책점을 기록한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얻어맞았다. 구위로 상대를 찍어누를 수 있는 투수가 아닌 만큼 장타를 무엇보다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비록 첫 퀄리티스타트는 이날도 나오지 않았지만 4경기 연속 5이닝 2실점 이하를 기록한 류현진은 '어디서든 5이닝은 든든히 지킬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을 다시 증명했다. 큰 수술에서 돌아온 36세 노장 투수의 역할로는 만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사진=류현진)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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