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도 사형은 두려워" vs "범죄 예방효과 의문"

CBS 오뜨밀 2023. 9. 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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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 군인은 '총살형' 민간인은 '교수형'
교수형 집행한 교도관들, 트라우마에 시달려
사형제 '유지' 의견이 '폐지' 의견보다 압도적
이수정 "연쇄살인범도 사형 집행은 두려워"
사형 유지 미국, 폐지한 영·독보다 범죄율 ↑
'묻지마 범죄' '막가파식 범죄' 예방효과 없어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사형 집행시설을 점검해라" 이런 지시를 내렸죠.

◆ 조석영> 일단 우리나라의 사형은 교수형과 총살형이 있습니다. 군인의 경우엔 총살형이에요. 군형법 제3조, '사형은 소속 군 참모총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총살로서 집행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현재 군인 사형수가 총 4명 있는데, 대부분 총기나 수류탄으로 다른 사람을 살해한 범죄자들이에요. 여러분 기억하실 만한 사건으로는 2014년에 강원도 GOP에서 총기로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이 있습니다.

◇ 채선아> 군인은 총살형이라는 거고, 사형을 다룬 영화를 보면 다 교수형이더라고요.


◆ 조석영> 교수형 집행 시설에 대한 과거 자료사진을 보여드리고 있는데요. 올가미가 있고, 밑에 발판이 있고, 다른 부분은 잘 안 보입니다. 다만 실제 집행 절차를 보면 대략의 구조는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 21에서 2009년에 취재한 내용인데요. 사형 집행 당일, 교도관들이 사형수를 방에서 집행실로 데려오고, 사형수가 20명 정도 되는 입회관석 앞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지 질문을 받습니다. 입회관은 교정 직원들, 종교인, 검사, 이런 사람들이고요. 사형수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지 질문에 답한 뒤 유언을 남깁니다. 그 뒤로 교도관들이 교수대로 사형수를 데려가서 올가미를 건 뒤에, 교도관 5명이 사형 집행 버튼을 누릅니다.

◇ 채선아> 사형수는 한 명인데 버튼이 5개인 건 누가 누른 버튼이 진짜인지 모르게 하는 건가요?

◆ 조석영> 맞습니다. 버튼이 눌리면 사형수의 발밑이 꺼지고, 사망하게 되는 거죠. 이것도 사형수의 체중과 키에 따라서 바로 집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 뒤에는 참 말로 다하기 어려운 과정이 있겠죠. 입회했던 사람의 메모에 따르면, 교도관들은 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갔어?' '아직 안 갔어' 등의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 채선아> 사형 집행이 교도관들에게는 업무인 거잖아요.

◆ 신혜림> 이 과정을 듣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남을 지경인데, 집행하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그걸 보면서 겪는 트라우마는 대체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어요.

◆ 조석영> 그게 너무 심해서 한겨레 21이 당시 취재를 한 거고, 최근까지도 이 트라우마에 대한 기사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이 바로 사형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도 다 연결돼있는 거죠. 어쨌든, 지금 사형 제도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남아 있는 사형수는 총 59명입니다.

◆ 신혜림> 한동훈 장관이 지시한 게 '사형을 집행해라'가 아니라 '집행시설을 점검해라' 잖아요. 시설을 점검하는 것과 집행을 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죠.

◇ 채선아> 여론은 사형제도가 유지해야 된다는 쪽이 높지 않나요?

◆ 조석영> 한국 갤럽에서 2022년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조사한 결과, 사형제도 유지 69%, 폐지 23%입니다. 갤럽이 1994년부터 계속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2003년쯤에 잠깐 유지와 폐지의 차이가 줄었던 적이 있지만, 거의 꾸준히 사형제 유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한국갤럽

 
◇ 채선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집행을 안 하더라도 사형제가 유지돼야 범죄자들이 겁을 먹고, 내가 흉악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생기는 거 아닌가요?

◆ 조석영> 그럴 수 있죠. 사실 현재 사형수 면면을 보면 정말 끔찍한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성과 노인 21명을 살해한 유영철, 10명의 여성을 강간 살해한 강호순, 10명을 연쇄 살인한 정도영 등등. 사형 제도라도 있어야 이런 흉악범들이 범죄를 좀 덜 저지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고요.

연합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연쇄 살인범 강호순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해요. 이때 강호순이 이수정 교수에게 "우리나라가 사형 집행을 할 것 같냐" 이걸 물어봤대요. 이수정 교수는 그 질문을 받고 '연쇄살인범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은 사형 집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그 전까지 이수정 교수는 사형 제도를 폐지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로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더라도 형식적으로라도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 채선아> 반면에 사형제를 반대하는 논리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겨***님도 '사형은 그냥 또 하나의 살인이다'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거든요.

◆ 조석영> 윤리적인 문제가 있죠. 법의 명분이 있더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 과연 옳으냐. 종교계에서는 당연히 사형을 반대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사형 선고가 잘못된 판결일 수 있잖아요. 

◆ 신혜림> 사형은 돌이킬 수가 없잖아요. 알고 보니 무죄인 적도 있고.

◇ 채선아> 재심을 받고 싶어도 사형당하면 번복할 수가 없죠.

◆ 조석영> 그렇기 때문에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도 사형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군사정권 시절에 '사법살인'이라고 부르는,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죠. 인혁당 사건인데요. 재판도 굉장히 날치기로 진행되고,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버렸는데 나중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서 무죄가 밝혀졌습니다.

◇ 채선아> 이 분들은 지금 세상에 없잖아요.

◆ 조석영> 무기징역을 받은 상태였다면, 그 시간을 물론 돌이킬 순 없겠지만 보상할 방법은 있죠. 그런데 사형을 집행해 버리면 살려낼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너무 극단적인 수단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사형이 정말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느냐라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 신혜림> 범죄 예방효과 자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 조석영> 어느 시기에 어느 나라에서 조사하느냐에 따라 통계가 달라지는데요. 미국과 영국, 독일,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 범죄율을 비교한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은 사형 집행국가고 영국과 독일은 폐지국가, 한국은 실질적 폐지 국가인데요. 영국, 독일,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살인 범죄가 1건 이하고 2012년에 비해 2021년에 거의 그대로거나 줄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2012년에 4.7건이었는데 2021년에는 6.8건으로 애초에 높았지만 더 많이 늘어났어요.

◇ 채선아> 사형이 집행되고 있어도 살인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거네요.

유튜브 '노컷' 캡쳐


◆ 조석영> 사형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면, 왜 살인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최근 문제가 되는 게 이른바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는 이상동기 범죄잖아요. 형사정책연구원의 승재현 박사는 이런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형벌이 무서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므로 이런 종류의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고요.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도 "사형될 수도 있으니까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방향이 아니라 '다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막가파식의 범행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신혜림> 전문가들 의견도 계속 갈리는 상황이네요.

◆ 조석영> 여기에 사형을 집행할 경우의 부수적인 효과도 고려해야 하는데, 한동훈 장관이 얼마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 유럽연합은 사형을 폐지해야만 가입할 수 있고, 외교적 목표가 사형을 폐지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사형을 집행하면 외교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에 따르면, 미국도 사형집행국인데 유럽연합과 외교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형을 집행한다고 바로 유럽연합과 외교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이 직접 이런 말을 했다는 건, 부정적인 영향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 신혜림> 그래서인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 조석영>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면, 사회로부터 범죄자를 완전히 격리시키는 효과는 동일한, 또 윤리적 문제 같은 부작용은 없는 우회로를 찾는 거죠. 그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될 텐데요. 대법원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과 사형제는 양립할 수 없고 사형제 폐지 논의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냈거든요. 결국 법무부는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사형제 헌법소원 심리의 결과나 다른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혹시 사형제가 폐지될 경우에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강력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채선아> 네. 문자와 댓글로 여러 의견이 들어오고 있는데 생각보다 팽팽하네요. 여기까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 제도에 대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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