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닝, 에스파의 '숨겨진 보석'인 이유 [MD칼럼]
[이승록의 나침반]
때때로 노래를 눈으로 들어야 할 때가 있다. 닝닝의 노래가 그랬다.
닝닝이란 가수를 다시 보게 된 건 오로지 '그런 일은' 때문이다. 에스파의 '블랙맘바(Black Mamba)'나 '새비지(Savage)'도 여러 번 들었고, 얼마 전에 낸 '베터 띵스(Better Things)'도 나름 독특해서 '신선하다' 생각했지만, 에스파 중 유독 닝닝의 목소리만 찾아보게 된 건 단연코 '그런 일은'을 발견해서였다.
'그런 일은'은 가수 박화요비가 2000년 데뷔 앨범에 실은 노래다. 명곡이다. 세상에 나오고 23년 동안 수많은 이들에게 불려졌다. 숱한 이들의 눈물을 터뜨렸다. 지금껏 내로라하는 가수들도 '그런 일은'을 다시 불렀다. 모두 뛰어난 가수들, 훌륭한 커버임에 틀림없으나, 원곡자 박화요비를 뛰어넘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게 틀림없다. 그만큼 원곡은 위대하고, 박화요비의 목소리는 독보적이다.
그럼에도 '그런 일은'보다 두 살이나 어린 2002년생 닝닝이 부른 '그런 일은'을 언급하는 건, 묘하게도 닝닝의 노래에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던 까닭이다. 유튜브채널 '잇츠 라이브(it's Live)'에 게재된 닝닝의 '그런 일은'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만 해도, 그 영상을 수차례 다시 돌려보게 되는 그런 일은 상상도 못했다.
붉은 빛의 무대 위에서 홀로 선 닝닝은 마이크를 잡고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노래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찰나의 침묵에 닝닝의 얼굴은 결연해 보였다. 이윽고 '그런 일은'의 아련한 전주가 시작되었고, 닝닝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며 "후-우우우" 하고 허밍하자, 마치 그게 신호탄이라도 된 듯 예상보다 거대한 이별과 사랑의 감성이 순식간에 엄습해왔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노래. 닝닝은 후렴의 "오늘은 안돼요. 내 사랑이 이대로는 이별을 감당하긴 어려운 걸요"라는 고음을 울부짖는 대신 차분하되 매끄럽고 단호하게 호소했다. 중국인 닝닝의 완벽에 가까우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발음은 "많은 약속을 다 지울 수 없잖아요. 아직도 해드릴 게 참 많은 걸요"란 호소를 도리어 완곡하게 가다듬어 더없이 가엾게 여겨졌다.
다만, 닝닝의 노래가 가진 힘의 근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진심'이었다. 닝닝의 노래를 지켜보는 내내, 닝닝의 표정과 손짓 그리고 눈빛까지 전부, 마치 '그런 일은'의 이별과 사랑의 주인공이 부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대를 다시 못 보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는 거죠"라는 닝닝의 애원은 그 표정과 손짓, 눈빛 탓에 애처로웠다. 기교보다 감정에 집중하는 게 분명했다. 에스파 멤버들 없이 혼자 오른 무대였음에도 닝닝은 가창력을 자랑하기보다 노래를 온전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 전념했다. 그러지 않고선 절대 나올 수 없는 표정, 손짓, 눈빛이다. 단순히 귀로 들었을 때에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눈으로 봐야만 알 수 있는 투명한 '진심'.
이제 닝닝의 노래가 기다려진다. '그런 일은'을 보았던 사람들은 안다. 닝닝이 노래하면, 그들은 귀를 열고 눈을 뜰 것이다. 눈을 뜨고 닝닝의 투명한 노래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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