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실온?…잘못 보관하기 쉬운 식품 6가지
냉장고를 ‘세계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 잘 먹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식품을 올바르게 보관하는 일이다. 품질 좋은 먹거리를 저렴하게 ‘득템’했다고 한들 잘못 보관하고 방치하면 상해버려 폐기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식중독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냉장고를 만능 해결사로만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어떤 식품은 실온에 두는 편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게 냉장보관이고 실온보관인지 헷갈린다는 것. 식품별 올바른 보관법을 살펴본다.
◆ 달걀과 우유=달걀 유통기한은 일반적으로 상온에선 30일, 냉장보관하면 40~45일 정도다. 하지만 실제 섭취기간은 이보다 길다. 달걀을 깨봤을 때 노른자가 퍼지지 않으면 먹을 수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7℃ 이하면 달걀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달걀을 냉장보관할 때 문쪽 선반이 아닌 냉장고 안쪽에 보관할 것을 권장한다. 문을 여닫을 때 발생하는 온도변화로 달걀이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도 마찬가지로 냉장고 내부 선반에 두는 편이 좋다. 우유 유통기한은 냉장 기준으로 평균 9~14일이지만, 개봉하지 않고 냉장보관 하면 제조 후 45일까지 마실 수 있다.
◆ 감자=감자는 냉장고보다는 실온에 두는 편이 좋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감자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고온에서 조리할 때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비영리소비자조직인 ‘컨슈머리포트’는 감자를 종이봉투에 넣거나 신문지로 싸서 식료품 저장실·찬장 등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할 것을 권장한다.
감자를 오래 보관하면 싹이 나거나 표면이 초록색으로 변한다. 독성물질인 솔라닌(Solanine) 성분이 있기 때문에 도려내고 먹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감자에는 100g 기준 솔라닌 7㎎ 이 있다. 미량이라서 인체에 유해하진 않지만 싹이 돋아난 경우라면 솔라닌 함유량이 80~100㎎ 정도로 늘어난다. 잘못 먹었다간 구토·식중독·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감자를 보관할 때 사과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감자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보통 사과 한개가 감자 10㎏ 정도를 억제한다.
◆ 양파=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 놓는 것이 좋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가스레인지 주변 등 더운 곳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보관하자. 봄과 여름엔 최대 60일, 가을과 겨울엔 최대 180일간 보관할 수 있다. 양파는 에틸렌 가스를 방출해 숙성과정을 촉진하는 특성이 있다. 에틸렌 가스에 민감한 다른 농산물 근처에 양파를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양파 껍질을 벗긴 경우라면 용기에 담아 뚜껑을 덮은 상태로 냉장 보관한다.
◆ 브로콜리=비타민과 미네랄의 공급원인 브로콜리는 저온에 보관해야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냉장고 채소칸에 두는 편이 이상적이다. 신선도와 적절한 습도를 유지할 뿐 아니라 공기순환이 이뤄져 변질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우스다코다주(州) 보건부는 브로콜리를 비닐봉지째 넣어서 보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공기순환을 막기 때문이다. 차라리 신문지로 싸거나, 줄기가 물에 잠긴 상태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의학전문매체 ‘에브리데이 헬스’는 “브로콜리는 구입 후 3~5일 안에 빨리 섭취해야 영양소와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냉장고에 묵혀두면 영양성분이 반감될 수 있다”고 전했다.
◆ 바나나=바나나 한다발을 쟁여두고 먹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검게 변하는 모습에 난감해질 때가 많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기 일쑤다. 스웨덴 칼스타드 대학교가 2018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슈퍼마켓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식품 1위로 바나나가 꼽혔다. 바나나가 빨리 변색되는 이유는 ‘에틸렌 가스’ 때문이다. 과일을 빠르게 숙성시키는 이 가스는 바나나 섭취기간을 단축시킨다. 에틸렌 가스는 사과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과일을 보관할 때는 가급적 같은 공간에 넣어두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냉장보관하면 7~10일간 즐길 수 있다. 일단 실온에 두다가 나중에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잘 익은 바나나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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