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면적 태우고, 오존층엔 큰 구멍…6개월째 활활 '최악 산불'[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호주 산불과 들불로 생긴 연기와 재가 바람을 타고 날라와 연무를 형성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하늘을 황색으로 뒤덮어버리기도 했다.
심지어 불똥이 바다를 건너 날아가 남부에 위치한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캥거루 섬에도 화재를 일으켜 섬의 절반을 태워 버렸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의 꿀벌보호구역을 포함해 21개의 자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이 있고 진기한 동식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인지라 피해가 더없이 컸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섬 고유의 종들이 소리 소문없이 멸종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그리고 연무는 더 멀리 남아메리카로 날아가 칠레와 페루, 아르헨티나까지 다다랐으며 칠레 수도 산티아고도 하늘이 뿌옇게 변해버렸다.
화재로 인해 캔버라 국제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 파견된 C-130 소방 항공기가 추락해 미국 항공소방대원 3명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이 산불로 한반도 크기의 면적이 소실됐고 34명의 호주 시민이 사망했다. 1130만명의 시민은 매연 피해를 입었다. 또 2500여 채의 주택이 연소됐고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 동물이 불에 타 죽은 것으로 추산됐다.
호주의 상징인 '코알라'는 이 산불로 6만 마리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개체가 감소하고 있던 취약종인 코알라는 이번 산불로 서식지의 80% 이상이 파괴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호주 정부는 2020년 코알라를 멸종위기종으로 공식 분류했다.
환경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0년쯤 호주 동부 연안에서 코알라가 멸종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때문에 호주 산불은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꼽힌다.
또 2019년 당시 호주 산불이 쉽게 잡히지 않은 이유는 호주 자체가 인구 거주 지역 중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데다 시속 30~40㎞의 강풍의 직격탄을 받고, 40도에 달하는 폭염까지 이어져서다.
2019∼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재앙급 산불의 악영향은 수년 뒤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산불은 태평양 열대 바다의 수온을 끌어내려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라니냐가 3년 연속 이어지게 만든 원인이 됐다.
호주 산불은 다시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다. 연소로 인해 대량의 CO2가 발생했고 광합성을 하는 숲의 면적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CO2 흡수량과 산소 발생량이 감소하게 된다. 현지 신문 시드니 모닝 해럴드에 따르면 호주 산불 재해로 발생한 CO2는 호주 전체 CO2 배출량의 3분의 2 정도였다고 하니 그 양이 엄청나다.
2019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7개월동안 호주 남동부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의 연기로 인해 당시 오존층이 최대 5%가량 파괴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 산불로 오존층이 파괴됐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파괴된 수치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과 콜로라도주립대 등으로 구성된 국제연구진은 2019~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로 인해 2020년에 오존층을 일시적으로 3~5% 고갈됐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Nature)' 학술지에 게재했다.
산불로 인해 호주 경제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 대부분 나라들이 호주에 대해 여행자제 경보를 내려 관광수입이 반토막나서 관광업의 비중이 큰 호주 경제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 호주보험협회(ICA)는 산불로 인한 보험손실을 2020년 2월 13일 기준 19억 호주달러(13억 미국 달러)로 추산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1조7000억원 가량이다. 코알라와 캥거루 같은 야생동물의 사망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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