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초교 길따라 근조화환…검은옷 입은 사람들 "못 지켜줘서 미안"

김지은 기자 2023. 9. 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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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선생님 혼자 힘듦을 감당하게 해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는 "엄마들 사이에서도 선생님들의 부당함을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교육부는 집회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선생님들도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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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이곳은 지난달 경기 고양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에 근무했던 곳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그동안 선생님 혼자 힘듦을 감당하게 해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2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자녀 두 명을 데리고 일찍부터 이곳을 찾은 학부모 김모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근무했던 곳이다. 그는 올해 14년 차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과 함께 국화꽃을 내려놓고 추모 포스트잇을 적었다. 그는 "아이들 학교 일이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찾아오게 됐다"며 "학교는 선생님도 학생들도 화목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계속 생겨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2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이날 학교 앞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학부모, 교사, 학생, 시민 등 20여명이 모여있다. 검은색 옷을 차려입은 이들은 벽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학교 정문 앞에는 100개가 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있었다. 꽃 배달원들은 계속해서 도착하는 근조화환을 놓을 곳이 없어 한참을 헤맸다.

벽에는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함께 붙어 있었다. 우연히 길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끝없이 이어진 국화꽃과 현수막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들은 "어휴, 세상에나" "이게 무슨 일이야" 라고 말했다.

2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100여개 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있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현재 해당 학교를 재학 중인 이모양(13)은 "다른 반이긴 했지만 가끔씩 심부름 하고 그러면 선생님을 뵀다"며 "학기 초에 선생님이 아프셔서 5월까지만 근무하고 다른 선생님이 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예쁘시고 좋은 분이셨는데 떠나니까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며 "포스트잇에는 '그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고 적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씨는 오는 4일에 열릴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교사들은 서초구 교사의 사망 49재인 오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연가 등을 통한 우회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엄마들 사이에서도 선생님들의 부당함을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교육부는 집회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선생님들도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국화꽃을 나눠주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이곳을 찾았다는 중등 교사 박모씨는 "서이초 사건이 난 뒤에 '학교가 더 이상 이러면 안된다'고 주말 집회도 하고 법 개정 시위도 하고 그랬는데 법 개정이 정착되기 전에 이런 일이 또 터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징계'를 운운하며 오는 4일 집회를 반대하는데 현장 선생님들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않는 것에 유감을 느낀다"며 "오죽하면 선생님들이 모여서 추모를 하겠느냐. 서이초 선생님 사건도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제는 진짜 학교가 변화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24분쯤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28층에서 A씨가 추락했다. A씨는 발견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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