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 침대에 결박된 노인환자 입 틀어막은 간병인 실형

서울중앙지법 청사/조선일보DB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저항하지 못하는 70대 환자의 입에 테이프를 붙인 비슷한 연배의 고령 간병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1)씨에게 최근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3년간 노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시끄럽다는 이유로 자신이 돌보던 노인 환자 B씨(75)의 입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환자는 섬망(뇌의 기능저하로 갑작스럽게 환각, 환청 등이 나타나는 것)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신체보호대로 양팔이 결박된 채 침대에 누워있던 상태여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약 10분 후 혈당 검사차 환자를 방문한 간호사가 이를 발견해 범행이 제지됐다.

A씨는 법정에서 “환자의 정신건강이 나쁘다”며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령의 피해자가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해 폭행 당시 상황과 폭행 방법, 당시 느낀 감정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다”라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간병인으로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활동이 온전치 않아 저항할 수 없는 환자를 폭행한 행위는 위법성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와 다수 간호사들의 일치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폭력 전과가 다수 있는 점을 언급하며 “준법의식과 윤리 의식이 박약한 자로서 형사사법 절차의 준엄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