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 듯 그림인 듯 [아트총각의 신세계]
사진과 그림 경계선 넘나들며
‘미니멀 추상사진가’ 별칭 얻어
빛 통제해 순수함 살리는 작업
생성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작품은 과연 예술일까. 그런 작품에 본질이라는 건 있을까. 최근 작가들과 만나면 이런 질문이 쏟아진다. 필자도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다만, 이와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예술도구는 있다. 다름 아닌 사진기다. 실제 눈으로 본 것처럼 그림을 그리던 작가들의 예술혼이 사진기가 등장하면서 일거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논란과 논쟁이 난무하긴 했지만, 사진이 예술의 한 부분이란 걸 부인하는 사람은 더이상 없다. 더구나 사진은 저널리즘의 성격을 갖고 있어, 진실과 본질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생성 AI가 예술이냐 아니냐'는 논쟁의 기준점은 사진기가 마련해줄 게 분명하다.
이런 사진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히피한남 갤러리에서 7월 15일부터 8월 10일까지 진행한 박근주 사진작가의 전시회 'Deem'이다.
박근주 작가의 작품은 독특하다. 언뜻 보면, 사진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진 속 이미지는 엄연히 실제 건축물이지만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면, 종이로 만든 건축물 같기도 하고, 평면적인 구상회화 같기도 하다. 박 작가는 이런 작품을 만들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본질이란 건 실제로 존재할까. 또 우린 그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걸까."
이같은 질문을 작품에 투영해서인지 그는 '미니멀 추상사진가'란 별칭으로 불린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회화성이 짙다. 일반인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떼버리겠다는 듯 사진과 그림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그 중심엔 빛이 있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빛으로 작품을 인지한다는 점에서 사진과 그림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게 박 작가의 관점인 듯하다. 그렇다고 박 작가가 빛을 과하게 사용하는 건 아니다.
박 작가는 주로 제주도에서 사진을 촬영할 정도로 자연광을 선호한다. 사진에 회화성을 담기 위해 필요 이상의 빛을 전달하는 것도 지양한다. 이는 박 작가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연결된다. 그는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빛을 통제해 순수함을 살리기 위함이다. 이렇게 절제한 기법은 사진도 회화작품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모든 게 꽉 찬 세상이다. 많은 이들이 수많은 목표를 가득 채워 놓고 고민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이럴 때 뭐 하나쯤은 절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 방법을 찾길 원하는 이들에게 박근주 작가의 작품을 추천한다. 덜어내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일 테니….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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