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다 타버렸어요”...죽은 요리도 살린다는 마법소스의 비밀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21][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16] 이금상
차갑게 식은 국이나 찌개를 데우기 위해 가스레인지를 켰습니다. 하필 이 때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시간 가는지 모르고 통화를 하다 보니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아차 싶어서 부엌으로 달려가니 국물은 전부 사라졌고 바닥은 눌어붙어 시커멓게 탄내가 진동합니다. 바닥만 긁어내고 먹을까 고민했지만 탄내가 요리에 베여 결국 버리고 맙니다.
바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마법소스, 굴소스 제조사 이금기의 창업주 이금상의 이야기입니다. 이금기라고 하면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지금 보시는 굴소스 병을 보시면, “아 ! 이 소스”라고 알아차리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16번째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하필 그날따라 너무 바빠서 이 사실을 깜빡해버리고 맙니다. 잠시 후 부엌에서 강렬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불을 켜둔 것이 생각났던 이금상은 서둘러 뛰어가 불을 끕니다. 헌데 웍 안의 굴 위로 짙은 갈색의 액체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본 색깔에다 끈적한 질감에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귀신에 홀린듯 손가락을 찍어 맛을 보았습니다.
헌데 놀라운 맛이었습니다. 달고 짠데 감칠맛까지 느껴지는 그야말로 요리왕 비룡 뺨치는 마법소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렇게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굴소스가 세계 최초로 이금상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굴소스를 발견한 이금상은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이금상은 굴소스 전문회사 이금기를 1888년에 설립합니다. 사실 이금기라는 브랜드 자체를 사람 이름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창업자의 이름은 정확하게 이금상(李錦裳)입니다. 이금상의 별명이 ‘이금’이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다가 회사나 가게를 뜻하는 광둥어 접미사 ‘-기(-記)’가 더해져 이금기가 된 것입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해보면 ‘이금상네 가게’ 정도가 될 것같네요.
동아시아권 브랜드가 가진 특유의 발음 이슈인 셈인데요. 현대자동차도 한때 현다이냐 횬다이냐 등 발음 논란이 있던 끝에 ‘현대’라고 발음해야 한다고 회사가 직접 나서 정리를 하기도 했죠.
그렇게 이금기는 원조 굴소스의 힘을 보여주며 나날이 번창했습니다. 그러던 1902년 하나의 사건이 또다시 이금기의 운명을 바꿉니다. 바로 난수이에 있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공장이 사실상 전부 소실돼 버린 것이죠. 공장을 다시 지어야 할 상황에 놓인 이금상은 고심끝에 결단을 내립니다.
“본사를 마카오로 옮기자.”
당시 마카오는 홍콩의 부상으로 인해 해가 저물어가는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굴소스 소비는 홍콩보다 마카오에서 훨씬 많았기 때문에 마카오를 선택했습니다. 난수이보다 훨씬 큰 마카오 시장으로 진출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1902년 이금기는 마카오로 본사를 옮겨 ‘이금기유한공사’로 재탄생합니다.
이시우난은 마카오에 자리잡은지 30년 되던 해인 1932년, 다시 한번 홍콩으로 본사를 옮깁니다. 마카오 시장을 붙잡고 있기엔 홍콩의 성장세가 무시무시했기 때문이죠. 또한 홍콩을 거점으로 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화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미국, 유럽 등 굴소스를 접하지 못했던 서구권에서도 굴소스의 매력에 풍덩 빠진 것입니다. 이후 이금기는 3세대 경영자이자 ‘굴소스의 왕’이란 별명으로 이름난 이만탓이 회사 경영에 나섰고 글로벌 소스 브랜드로 자리매김합니다.
그렇게 이금기는 전세계 굴소스 시장의 8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세계 식당과 가정의 냉장고 한켠에 자리잡은 필수 소스가 됐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에 브라질서 난리난 음식의 정체 - 매일경제
- 혜리 “1등석이 이코노미로” 폭로에 델타항공 해명 보니... - 매일경제
- 두배 더 내고 3년 늦게 받으라고? … 국민연금 개혁안에 분통 - 매일경제
- “돈이 얼마나 많길래”…38세 빈살만, 불로장생에 매년 1조 3170억 지원 - 매일경제
- “비싼집 살면서 무슨 불만”…‘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 아파트값 깜짝 - 매일경제
- 파킹통장·초단기예적금 …'나만의 비상금'으로 딱 - 매일경제
- “시어머니 가족 아니잖아”…‘생축’ 문자 부탁했더니 거절한 예비신부 황당이유 - 매일경제
- “‘파울볼’ 소리에 하늘 본 순간”…야구공에 머리 맞고 중태 빠진 아기 - 매일경제
- “5천만 독신자 대국” 일본...뭐, 부모들이 결혼을 막고있다고? [한중일 톺아보기] - 매일경제
- 美 “호날두·네이마르가 울산에 지면 반응 궁금”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