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씩이나 겪은 '미지명'의 설움…'남부리그 타격 3위' 2군 폭격한 롯데 유망주, 재능 뽐낼 수 있을까

부산 = 박승환 기자 2023. 9. 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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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서동욱./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연습인데 뭐 어때. 해보는거지"

롯데 자이언츠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2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엔트리가 확대됨에 따라 투수 진승현과 김강현, 포수 손성빈과 서동욱, 외야수 황성빈을 콜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동욱이다. 서동욱은 순천효천고와 홍익대를 졸업한 뒤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두 번이나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2023년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롯데가 '육성 계약'을 제안했고, 서동욱은 이를 수락하면서 육성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지명 순번이 지닌 의미는 분명하다. 하지만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만이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다. 높은 순번으로 지명을 받은 선수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반면 육성선수로 입단해서 KBO리그에 획을 그을 만한 선수로 거듭나는 선수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현역 선수로는 김현수(LG 트윈스)가 있다.

서동욱은 육성선수 출신으로 팬들에게 아직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했지만, 그동안 2군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쳐왔다. 현재 롯데 2군은 남부리그에서 50승 1무 33패 승률 0.602로 2위에 랭크돼 있는데, 그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수많은 배경에는 서동욱이 있었다. 롯데 2군의 '핵심'과도 같았던 존재.

롯데 자이언츠 서동욱./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 대행./롯데 자이언츠

서동욱은 프로 입단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2군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서동욱은 4월 7경기에서 3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율 0.409를 기록하더니, 5월 14경기에서 2홈런 타율 0.333, 6월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9를 마크하는 등 65경기에서 67안타 8홈런 44타점 47득점 타율 0.328 OPS 0.949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남부리그 타격 3위.

비록 2군이지만, 타격감이 심상치 않았던 만큼 서동욱은 5월 육성에서 곧바로 정식선수로 계약이 전환됐고,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8월에도 1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아쉬운점이 있다면,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기에는 시간과 기회가 너무나도 짧고, 적었다는 점이다.

서동욱은 처음 1군에 등록됐을 때 이틀, 두 번째는 단 3일 동안 머무른 뒤 2군으로 향했다. 그 결과 1군에서는 3경기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서동욱은 낙담하지 않았다. 2군에서 '주포지션'인 포수가 아닌 외야수 '겸업'을 시작했고, 마침내 9월 1일부터 엔트리가 확대됨에 따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비'로 인해 1일 경기를 치르지 못했지만, 서동욱은 콜업과 동시에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감독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1군 수석코치를 맡기 전까지 2군 사령탑을 맡았던 이종운 감독 대행이 현재 1군을 지휘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종운 대행은 "오늘 배팅 오더에 서동욱을 넣었다. 서동욱은 내가 2군에 있을 때 같이 했던 선수고, 잘 알기 때문에 과감하게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넣게 됐다"며 "서동욱은 타격 소질이 아주 좋은 선수다. 타격적인 면에서 매력이 있다. 포수 치고는 순발력이 있고, 집중력이 강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롯데 자이언츠 서동욱./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서동욱./마이데일리

롯데는 기존에 유강남과 정보근, 현재는 외야수로 나서고 있는 이정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동욱과 손성빈을 콜업하면서 1군에서 쓸 수 있는 포수 자원이 총 5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용할 수 있는 포수는 셋. 이정훈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외야 또는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서게 되며, 서동욱은 지명타자 또는 대타로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이종운 대행은 "서동욱은 롯데가 2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 주축 선수였다. 장소는 다르지만 1군에서든, 2군에서든 경기를 하는 것은 똑같다"며 "1군에서는 포수의 개념보다는 대타와 외야를 생각 중이다.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온다면 대타를 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1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서동욱은 '엔트리가 확대되면서 1군의 부름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한 번쯤을 올라가서 기회를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미소를 지으며 "1군에서 내려가기 전 이종운 감독님(당시 수석코치)께서 '방망이가 좋으니 외야로 가서 수비 연습도 많이 해보고, 방망이를 살려보자'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동안 2군에서는 외야 수비에 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서동욱은 올해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뽑힐 정도로 재능을 갖춘 선수. 하지만 현재 롯데 포수 자원을 고려했을 때 냉정하게 서동욱이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롯데는 이정훈과 마찬가지로 서동욱의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현재는 외야 겸업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서동욱./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외야 수비는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서동욱은 "8월 15일 광복절부터 외야 연습을 시작했다. 정확히 기억이 나는 이유가 당시 연습하는데 '만세'를 한 번 불렀기 때문"이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연습인데 뭐 어때. 나보고 잘하라는 것도 아닌데 해보는거지'라는 생각을 통해 계속 실수하더라도 열심히 연습에 임하고 있다. 지금은 타구를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줄곧 포수만 봐왔던 서동욱. 하지만 포지션 겸업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는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외야가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에서도 그렇게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어차피 메인 연습은 포수로 하고 있다. 포수가 아니라도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 나를 위해서 어떻게든 신경을 써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열심히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세 번째 1군 콜업, 하루빨리 첫 안타를 터뜨리는 것이 목표다. 서동욱은 '안타가 간절할 것 같다'는 말에 "빨리 안타 치겠습니다. 배트가 부러지더라도 안타, 행운의 안타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1군에 있을 때 방망이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고, 15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외야 수비도 열심히 해왔으니 안전하게 잡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롯데에는 포수에서 포지션을 전향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토종에이스'로 거듭난 나균안, 그리고 '이적생' 이정훈 또한 마스크를 벗고 롯데의 주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동욱 또한 이들의 뒤를 이을 선수로 받돋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롯데 자이언츠 서동욱./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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