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편에서 음악으로 얘기”…‘문화대통령’ 꿈꾸는 록밴드

정혁준 2023. 9. 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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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인터뷰][한겨레S] 인터뷰
데뷔 10년 여성 록 밴드 ‘워킹 애프터 유’
록밴드 워킹 애프터 유(왼쪽부터 아짱·써니·해인·한겸)가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워킹 애프터 유(Walking After U)는 2013년 결성한 여성 록밴드다. 올해 10년을 맞았다. 리더 아짱(드럼)을 포함해 써니(키보드)·해인(보컬·기타)·한겸(베이스) 등 4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밴드 이름은 ‘당신을 따르겠다’는 뜻이지만, ‘음악으로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워킹 애프터 유는 라이브를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연 200회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밴드 결성 뒤 일본·대만·중국 투어를 다녀왔고 독일에서 열린 세계밴드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란 이름으로 4개월에 걸쳐 전국 순회공연 중이다. 단독 공연 26회, 기획 공연 18회 등 모두 44회 라이브 공연이었다. 오는 3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프리즘홀에서 라이브 투어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 인터뷰는 ‘중꺾마’ 마지막 공연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진행했다.

드럼·베이스에 심장이 뛰다

―밴드를 결성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해인 “저와 아짱은 같은 밴드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다 써니를 만나면서 2013년 워킹 애프터 유를 결성했죠. 라이브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언젠간 세계 무대에 서겠다는 꿈이 같았어요.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된 거였죠. 2017년 막내 한겸이 새 멤버로 들어오면서 4인조 여성 밴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멤버가 모두 여성인데요.

써니 “남자와 여자를 떠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나서 팀을 이루다 보니 여성만으로 결성하게 된 거죠. 목표와 뜻이 맞았으니까요. 여자 밴드, 남자 밴드 나누는 건 의미가 없어요. 서로 다르지만 멋진 음악을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죠.”

―록밴드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겸 “10대 때 드럼과 베이스에 뛰는 내 심장 소리를 들으며 ‘밴드가 이렇게 멋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공연 보러 오는 분 가운데는 젊은층도 있고, 엄마와 할머니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에게 많은 걸 보여주고, 들려주고, 많은 에너지를 주는 게 밴드죠. 또 밴드는 약자 편에 서서 음악으로 얘기하고, 음악으로 대중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해인 “록 음악은 무질서하게 들리지만, 질서가 있어요. 제가 보컬인데요. 록밴드 보컬은 멋있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죠. 이런 게 밴드의 멋짐이라고 생각해요.”

써니 “록밴드는 라이브죠. 눈앞에서 생생한 기타 소리를 듣고, 보컬의 숨소리를 들으며 전율을 느낄 수 있어요. 라이브 현장에서 가수와 팬이 서로 교감을 느끼며 하나가 되는 게 록밴드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아짱 “어릴 땐 티브이(TV)에 나오는 가수들이 다인 줄 알았죠. 그런데 음악학원 선생님께서 세상에 록·재즈·블루스 같은 여러 음악이 있다고 알려주는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록 음악을 들었는데, 단전에서 올라오는 짜릿함을 느꼈죠. 많은 이들이 록 음악을 들으며 그런 느낌을 받을 거예요.”

―밴드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요?

해인 “‘당신을 따르겠다’는 뜻인데, 팬들이 외치며 불러 줬을 때 의미가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짓게 됐죠.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것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것을 함께하겠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어요.”

―밴드 결성 초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써니 “아무래도 라이브 공연을 하다 보니 야외 공연을 많이 하게 되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공연하는 때도 있었죠.”

해인 “밴드를 결성한 뒤 저희는 전국의 클럽과 공연장 한곳 한곳에 전화를 걸어 공연하겠다는 뜻을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공연 일정을 잡았죠. 지금은 ‘어떻게 그 많은 곳을 찾아가서 공연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때 있던 공연장 가운데 지금은 없는 것도 많고요.”

―힘든 무명 시절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짱 “저희가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공연해요. 이렇게 공연도 많고 이동도 힘들어 몸이 피곤할 때도 있죠. 하지만 우리 공연을 보면서 ‘삶이 너무 다채로워졌다’ ‘너무 잘한다’ 같은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피로가 싹 풀려요. 저희는 음악으로 세계로 나가 꿈을 펼치는 거예요. 그런 꿈이 있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죠.”

지난 8월18일 창원록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채종찬 제공

한국 대표로 세계 밴드 대회에

―워킹 애프터 유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해인 “아무래도 라이브에서 보여주는 에너지와 사람들과의 교감이죠.”

아짱 “내가 갖고 있던 스트레스와 분노를 떨쳐버리게 하는 밴드죠. 행복과 슬픔 같은 희로애락을 전부 다 거리낌 없이 표현해줄 수 있는 그런 밴드라고 생각해요.”

―밴드를 결성하고 1년 뒤인 2014년 9월 첫 데뷔 앨범 ‘언리시’(Unleash…)를 발매했죠.

아짱 “‘언리시’는 맹수의 줄을 푼다는 뜻이에요. 첫 앨범에서 맹수가 목줄을 풀고 세상으로 뛰쳐나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무대 위에서 괴물 같은 강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앨범이 나올 때 록밴드 계를 향해 ‘너희들, 다 죽었어. 다 씹어먹어 버리겠어’라는 생각도 했죠(웃음).”

―일본에서 공연도 많았는데요. 2015년엔 3개월 동안 도쿄 클럽 투어를 벌이기도 하고 일본 ‘걸스 록 차트’에서 2위에도 올랐죠.

한겸 “당시만 해도 한국 밴드가 일본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이 없었어요. 요즘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밴드가 늘어나고 있어요.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 대표로 독일에서 열린 ‘2017 에머겐자 세계 밴드대회’에도 참가했는데요.

아짱 “각 나라에서 한 밴드만 출전할 수 있었어요. 라이브에 자신이 있었으니 ‘할 만하다’고 생각했죠. 12개 팀과 경연을 벌여서 최종 우승해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됐어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겸 “현장의 분위기와 온도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는 거죠. 관객과 아티스트의 눈이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에요.”

써니 “라이브 공연하다 보면 슬픈 노래에 눈물을 흘리시거나, 신나는 노래에 같이 뛰어놀거나, 좋아하는 노래에 해맑게 웃으시는 관객을 자주 봐요. 이렇게 라이브 매력은 관객과 하나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때 힘들지 않았나요?

아짱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저희는 유럽으로 음악 공부를 하러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그게 불가능해졌죠. 그러다 국내에 눈을 돌렸는데요. 코로나19로 사라지는 클럽이 많았어요. 관객을 모으기 힘들었으니까요. 밴드는 클럽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거든요. 그런 클럽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았죠. 소수의 관객이라도 있으면 클럽에서 공연했어요. 그때 클럽 사장님들도 조금이나마 힘을 내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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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8일 창원록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채종찬 제공

“9시 뉴스에 나오고 싶다”

―올해로 활동한 지 10년이 됐는데요. 가장 기억나는 공연은 무엇일까요?

해인 “첫번째는 결성 초기에 평일에 공연한 거였죠. 보통 클럽은 금·토·일에 공연을 많이 하는데요, 우리가 평일 오전에 연습하고 오후에 공연하면서 평일 공연 시스템을 만들어나간 게 기억이 나요. 또 하나,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제한됐을 때 유튜브 방송에도 도전했죠.”

―엠카운트다운·뮤직뱅크 등 음악방송에도 출연했는데요.

아짱 “방송은 새로운 경험이었죠. 저희도 잘 모르는 방송 문화도 있어서 열심히 인사하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저희가 나간 방송 때 걸그룹 르세라핌이 데뷔했거든요. 직접 대화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분들도 기억에 남아요.”

한겸 “저희가 임영웅님과 같은 방송 무대에 선 적이 있었죠.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놀랐는데, 알고 보니 임영웅님의 팬클럽인 영웅시대 분들이셨죠.”

―출연하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이 있나요?

한겸 “9시 뉴스에 나오고 싶어요. 나쁜 거로는 말고요.(웃음)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뉴스에 나오면 좋겠어요.”

아짱 “저는 ‘티브이(TV) 동물농장’에 출연하고 싶어요. 판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판다를 한 번 안아보고 싶어요.”

―음악적인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아짱·해인·한겸 “처음 록을 접한 건 다른 나라 밴드였죠. 하지만 록을 계속하다 보니 서태지와 아이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분들의 가치관과 무대에서 보여주는 에너지가 너무 멋진 거죠. 수십년이 지나 들어도 여전히 세련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런 ‘문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무대에서 기타를 돌리는 퍼포먼스가 대단합니다.

해인 “뮤지컬이 노래와 춤을 보여주듯 록 음악 역시 보여주는 문화 예술이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를 해요. 사실 기타 돌리는 건 쉽지만은 않아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죠. 잘못 돌리면 실제로 뒤통수를 칠 수도 있고, 기타가 날아가버리기도 하니까요.(웃음)”

한겸 “해인은 기타 돌리기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요. 인정합니다.”

―‘중꺾마’ 투어 이름은 어떻게 정했나요?

해인 “코로나19 탓에 공연을 많이 하기 힘들었죠. 그러다 새로 해보자며 시작한 게 ‘중꺾마’ 투어였죠. 투어를 구상하다가 우리의 이런 의지를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말을 찾았어요. 그게 ‘중꺾마’였죠. 요즘 세대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아짱 “초심으로 돌아가서, 해 보지 않는 공연, 가보지 않은 공연장을 찾아가자는 뜻도 있었죠.”

―이번 투어에서 기억이 남는 장면이 있나요?

해인 “투어하면서 새로운 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걸 느껴요. 공연할 때마다 팬들의 응원 방법도 새로워지고 있어요. 매주 팬분들이 저희에게 이런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죠.”

아짱 “보컬 해인이 걸크러시 해서 여성 팬들이 많은 편이었는데요. 이번 투어를 통해 전국을 돌면서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양한 계층의 팬들이 많이 늘어나서 좋았습니다."

―9월3일 투어 마무리 단독 공연을 하는데요.

한겸 “‘중꺾마’ 이름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켜나가자는 걸 보여주려고 해요. 저희를 불살라 모든 걸 보여드리려 합니다.”

써니 “걸크러시와 다른 ‘천사강림’같은 새로운 느낌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요?

아짱 “9월3일 공연 뒤엔 새 앨범을 준비할 계획이에요. 당분간 새 앨범을 준비하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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