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0일 된 아들 이불 덮어 살해한 후 유기…'시신 없는 살인 사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주지검은 최근 생후 100일 된 아들을 숨지게 한 후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 A(26·여)씨를 구속기소 했습니다.

A씨는 2020년 12월 23일 0시 쯤 생후 3개월 된 아들 B군 얼굴에 이불을 덮어 숨지게 한 뒤 같은 날 오전 7시 쯤 숨진 아들을 포대기로 싸고 쇼핑백에 넣어 주거지 인근 한 포구 테트라포드에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아들을 유기했다고 밝힌 방파제는 현재 매립돼 사실상 시신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 사건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혐의 유무를 다투게 됐습니다.

A씨는 처음에 "대구에 있는 친부가 아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진술과 다르게 피해 영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계속해 추궁하자 "출산 후 경제력 등 어려움을 겪다가 아들 얼굴에 이불을 덮고 친척 집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죽어있었다"며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아들이 죽은 것을 알고 쇼핑백에 넣어 인근 포구에 유기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수사기관은 A씨가 수입 대비 과도한 지출로 수억 원 대 빚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또 친부라고 지목한 남성과 헤어지고 나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고, 홀로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부로 지목된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임신한 사실을 몰랐으며, A씨 진술만으로 피해 영아가 자기 아들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외조부 손에서 키워진 A씨는 일찍부터 독립해 산 탓에 가족 역시 A씨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A씨는 아들을 키우고자 베이비시터를 24시간 고용했지만, 결국 돈을 주지 못해 고소당했으며 거주지 임대료가 밀려 범행 이튿날인 12월 24일까지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A씨 자백과 A씨가 아들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시간대에 택시요금을 결제한 내역을 확인하는 등 객관적 증거를 수집해 A씨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대개 진술 번복은 피의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하는 쪽으로 이뤄지는데, A씨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을 바꾼 점에 주목해 진술이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고 봤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A씨가 아들을 숨지게 할 때 사용한 이불이나 범행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등 결정적 증거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A씨가 그 누구와도 피해 영아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건과 연관한 특정 단어를 검색한 이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행법은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간접증거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가 만약 진술을 번복한다면 앞으로 참고인 진술 등과 범행 전후 정황 등 만으로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자백을 유지할지, 이를 뒷받침할 추가 증거가 확보될지 등에 따라 유무죄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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