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2023] (22) '대학생 유일 국가대표' 고려대 문정현 "태극마크는 내 평생 꿈이었다"

조형호 2023. 9. 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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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형호 인터넷기자] 스물두 번째 미생은 고려대 문정현(F, 194cm)이다. 강력한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정현의 농구 인생을 살펴보자.

#타고났던 재능 뒤에는 든든한 지도자와 부모가 있었다
“어릴 때 친구를 따라 교회를 다녔어요. 그 친구가 일요일마다 현대모비스 유소년 클럽을 다니고 있었거든요. 교회 끝나고 심심하니까 따라가게 됐어요. 몇 번 다니다 보니 하루종일 농구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 이후로 매일 농구를 하고 모래 운동장에서도 농구공을 가지고 놀았고, 부모님께도 농구선수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때마침 송정초등학교 감독이 스카우트를 목적으로 현대모비스 유소년 클럽을 찾았다. 문정현의 잠재력을 알아본 송정초 감독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처음에는 엘리트 농구선수의 길을 반대하던 문정현의 부모도 그의 간절함에 허락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뒤에서 묵묵히 밀어주셨어요. 전학을 위해 집도 송정초 근처로 이사 갈 정도였죠. 하성기 감독님께 처음 농구를 배우면서 기본기가 탄탄해졌다고 생각해요. 농구에 대한 열정도 더 키웠고, 예의 바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송정초를 졸업한 문정현은 화봉중학교로 진학했다. 당시 팀을 지도했던 김현수 코치를 만난 그는 농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했다.

“김현수 선생님을 만나 많이 달라졌어요. 그때는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오전, 오후, 야간 내내 했거든요. 하루도 빠짐없이 울었고, 매주 부모님께 그만두겠다고 말했던 거 같아요. 어머니께 아파서 학교를 못가겠다고 거짓말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서러워요(웃음).”

“하지만 그때마다 코치님께서 저보고 재능이 있으니 좀만 버티라고 하셨어요. 신기하게도 1년을 버티니 다른 선수가 됐더라고요. 코트에서 3분만 뛰어도 쓰러지던 제가 40분을 뛸 수 있는 선수가 되었고, 덕분에 자신감도 많이 얻은 거 같아요.”

#벤치에서 보낸 낯선 시간들, 동기부여로 작용하다
화봉중에서 한 단계 성장에 성공한 문정현은 연계 학교인 무룡고로 향했다. 당시 무룡고를 지도했던 신석 코치는 “너를 키워볼 테니 잘 따라와”라며 문정현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한 문정현은 성장세의 폭을 넓혀갔다.

“조금씩 발전하면서 고등학교 때 16세 대표팀에 뽑혀 아시안컵에 출전했어요. 중학교 때 이후로 다시 만난 김현수 감독님께서 믿어주셨고, 덕분에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호주전이 기억에 남는데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생각에 더 적극적으로 임했던 게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계기였어요.”

국제무대를 경험한 문정현은 복귀 후 양준석과 함께 팀을 이끌었다. 1학년에 불과했지만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전국대회 3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삼일상고의 하윤기, 군산고의 이정현과 신민석 등이 버티고 있었지만 문정현은 무룡고에 값진 수확을 안겼다.

“16세 대표팀에 다녀오고 나서 18세 대표팀에도 뽑혔어요. 기대했지만 전과 달리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죠. 저의 부족함과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때 그 시간이 오히려 저의 동기부여를 더 이끌어냈다고 생각해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어요. 스스로 채찍질을 가했죠. 덕분에 3학년이 됐을 때 전국대회 2관왕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통합우승과 MVP, 국가대표 발탁, 최고의 한 해 2022년
대학 입학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문정현이 고려대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주희정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존재, 둘째는 정기전의 존재였다. 다른 대학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문정현은 결국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 입학 후 신입생 때부터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지만 1학년 때 연세대에 패배했다는 사실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독기를 품고 2학년 동계 훈련을 준비하며 이대성 형의 기사를 우연히 접했는데 자극을 받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운동을 나갈 만큼 열정이 생겼어요. 하지만 대회 3일을 앞두고 큰 발목 부상을 당했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맞이했던 것 같아요.”

긴 공백기를 가졌지만 문정현은 성공적인 복귀를 신고했다.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그는 왕중왕전 우승에 기여하며 다시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2022년을 맞이한 문정현은 잊지 못할 한해를 보냈다. 주희정 감독의 신뢰 아래 박무빈과 대학 최고의 원투펀치를 형성했고,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포워드 농구를 중시하는 추일승 감독에게도 선택을 받은 그는 난생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록 태극마크를 달고 정식으로 코트를 누비지도 못했고, 최종 명단에서도 제외됐지만 문정현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이후 팀으로 복귀한 그는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대학리그 MVP 수상과 팀의 통합우승, 정기전 완승까지 진두지휘했다.

#대학생 유일 국가대표, 드래프트 최대어 '문정현'
얼리 엔트리로 나와도 1순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문정현은 잔류를 택했다. 결국 올 시즌 박무빈과 함께 팀을 이끌며 지난 시즌과 더불어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고, 작년에 낙마했던 국가대표 최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달 말 태극마크를 달고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

“추일승 감독님과 이훈재 코치님께서 너무나도 값진 기회를 선물해주신 것 같아요. 농구를 시작하고 평생의 꿈이었던 태극마크를 이루게 돼서 너무 행복하죠. 전 복 받은 사람이에요(웃음). 물론 제 부족함에 저를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나 SNS로 상처를 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절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할 겁니다.”

“‘드래프트 빅3’로 주목받고 있는데 사실 부담감은 없어요. 그저 프로에 가서 제가 땀 흘리고 열심히 하는 만큼 보상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값진 기회들을 통해 단단해지고 있고, 잘 적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대학생 유일 국가대표이자 이번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문정현, 그의 국가대표 도전기와 프로 무대에서의 행보 모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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