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작품도 ‘쓴맛’… 한국영화 봄날 언제쯤 [S 스토리-위기에 놓인 한국영화]
2023년 개봉작 중 점유율 38.5% 그쳐
코로나 기간 제외 2004년 이후 최악
비싼 비용·깐깐해진 영화 선택 기준 등 이유
외화는 반등… 특별관 인기로 극장은 ‘훈풍’
“작품 다양성 키우고 극장 상생안 고민해야”
“여자 친구와 엘리멘탈 보러 왔어요. 여자 친구는 두 번째 보는 거고요.”
블록버스터 여름 한국영화 ‘빅4’로 기대를 모았던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누적 관객은 8월 말까지 4개 영화를 모두 합쳐 1004만명으로 가까스로 1000만 관객을 채웠다. 불과 몇 년 전 1개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스코어다. ‘밀수’가 흥행에 성공해 500만 관객을 넘겼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45만명으로 손익분기점인 380만 달성을 향해 힘겨운 걸음 중이다.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손익분기점이 600만명을 넘지만 각각 105만명과 51만명이 관람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위기론은 이제 현실이 됐다. 연초 설 명절 흥행 성적을 보는 불안한 시선은, 반년이 다 지나도록 제대로 된 흥행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우려로 바뀌었고, 여름 시즌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이제 근심이 됐다.
한국영화에 대한 걱정은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여름 흥행 실적뿐 아니라 전반적인 통계 수치가 한국영화의 위기를 보여준다.
이미 올해 3분기도 한 달여만을 남긴 지금, 극장 전체 관객 수는 8663만명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관객 수는 약 1억30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조금 나아지고, 코로나 발생 전 57% 수준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사실상 완전히 벗어난 올해, 유독 한국영화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8월까지 전체 극장 개봉작 중 한국영화 점유율은 38.5%로, 이는 코로나 기간인 2021년(30.1%)을 제외하면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4년 이후 최악의 숫자다. 한국 영화계 관계자들이 위기를 체감하는 게 당연하다.
#신중해진 20대… 심리적 저항 커져
왜 이럴까. 30일 국내 최대 극장 사업자인 CJ CGV가 언론을 대상으로 가진 ‘23년 국내 영화시장 및 트렌드 리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CGV는 코로나19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영화소비 경향을 분석했다. 조진호 CGV 국내사업 본부장은 “과거 20대가 먼저 극장에 나와 시장을 리딩한 것과 달리, 지금은 영화를 지켜본 후 관람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밝혔다. CGV에 따르면, 2019년 개봉 평균 관람 시점은 10.8일에서 최근 1년간은 15.1로 4.3일 늦춰졌다. 특히 10대는 10.6일에서 16.9일로 6.3일 늘었고, 20대는 10.4일에서 15.1일로 4.7일 늘었다. 영화가 개봉하면 가장 먼저 극장으로 달려오던 10대와 20대가 이젠 시사회 반응과 리뷰 등을 확인하고 영화를 보는 신중한 소비자가 됐다. 영화관에서 만난 김진호(25·가명)씨는 “오펜하이머를 보러 왔다”면서 “한국영화는 올여름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봤는데, 평이 좋은 영화를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 특히 한국영화의 경우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데, 티켓 가격만 오르며 심리적 저항만 커졌다”고 진단했다.
#외화는 반등·특별관 인기… 극장은 회복세
어려운 와중에도 극장 수익은 완만한 회복세다. 외화 중심으로 관객이 일부 늘었고, 티켓 가격이 비싼 특별관이 인기를 끌면서 수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맥스(IMAX), 4DX, 골드클래스 등 CGV의 특별관을 찾는 관객 비중은 2019년 13.4%에서 최근 1년간 21%로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CGV는 특별관을 확대할 계획으로, 이미 지난 7월25일 문을 연 신세계 경기점의 경우 6개 관이 모두 특별관으로 꾸며졌다. 극장은 무인 티켓 발매기(키오스크) 설치 등 비용 절감에도 적극적이다.
20대의 극장 방문 패턴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극장 영화의 최대 경쟁 상대인 OTT 작품보다 재미없는 작품으론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다. 유명배우·감독·대작이라는 흥행 공식도 통하지 않는다. 티켓 가격 인하가 임시방편이 될 수는 있지만, 극장 측의 우려처럼 고객이 급격히 늘거나 외화 쏠림 현상 해결을 위한 근본적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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