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 나는 밴드' 2Z(투지) "데뷔 했더니 코로나"...'모델 출신' 비웃음 속 4년 '존버' 한 이유?
[Dispatch=이명구 기자] 데뷔와 동시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불행한 밴드. 멤버 5명 모두 패션모델 출신이라 비웃음을 샀던 밴드. '2Z'의 음악계 첫발은 혹독한 가시밭길이었다.
2023년 현재 '2Z'는 '존버'에 성공했다. 길고 긴 4년을 버텼다. 가수는 이름 따라 간다던가? '2Z'는 '투지(鬪志)'와 음이 같다. 감염병 시대와 싸우고, 세상 편견과 싸워야 했다.
그들의 '존버 에너지'는 '간지' 였다. 일본 표현이긴 하지만, 모델 출신인 그들을 하나로 묶어줬다. 유일하고 막강한 무기였다.
생존 기록은 음악 기록이다. OST를 포함 총 17번의 앨범 발매, 무려 38곡을 발표했다. 판데믹 시간을 떠올리면 기적의 결과물이다. 살아남은 '2Z'는 '희망을 노래하는 밴드'를 꿈꾼다.
범준(리더, 드럼) 지섭(기타, 서브 보컬) 호진(메인 보컬) 정현(베이스) 주논(ZUNON, 건반, DJ). 모델 밴드 '2Z'의 4년 생존기를 들어봤다.
<생 초보 밴드, 관객 사라진 판데믹...기초부터 다시 시작한 음악>
@호진 / 2020년 1월 3일 KBS 뮤직뱅크를 통해 데뷔 했어요. 첫 방송 끝나고 3일 뒤 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죠. 관객들이 다 없어진 거예요. 첫 방송 끝난 주에도 방송이 3~4개 잡혀 있었어요. 올스톱 상태가 됐죠. 그렇게 오래 갈 줄 누가 알았겠어요.
@범준 / 솔직히 모두 모델 출신이잖아요. 대부분 악기를 잡아본 적도 없었죠. 데뷔까지 연습 기간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짧았어요. 코로나 시기는 정말 길고 견디기 힘들었어요. 함께 뭉쳐서 연습 밖에 할게 없었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변한 셈이예요.
@호진 / 저희는 처음부터 숙소 생활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지금도 같이 먹고 같이 자요. 밴드 멤버가 아니라 식구이자 가족이죠.
@주논 / 지섭이만 기타를 좀 쳐봤고요. 나머진 악기를 손에 잡아본 적도 없었죠. 호진이는 노래방에서도 노래 안 하던 아이였어요. 밴드 때문에 모여서 처음 음악을 시작한 거죠. 죽도록 연습해야 했어요.
@정현 / 지섭, 호진이는 한림예고 모델학과 친구 사이고요. 주논 하고 범준이는 대학 모델과 동기예요. 모두 모델 출신이니까 연습을 해도 한계가 있었죠.
@지섭 / 어느 정도 자신 있다가 한순간 부끄러워요. 실력파 밴드가 너무 많아요. 부족함을 인정하고 끝까지 노력하자는 '투지'가 우리 장점이죠.
<케이팝, 아이돌, 연습생 라인 밖...출신 성분 '모델'이라 죄송?>
@지섭 / 우선 출신 성분부터 죄송해요. '2Z'는 모델 출신에다 밴드죠. 연습생도 안해봤고 아이돌도 아니고. '재들이 무슨 음악을 해?'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주논 / 케이팝 아이돌은 춤 등 퍼포먼스가 강점이죠. 밴드는 방향이 좀 달라요. 악기와 함께 온몸으로 연주도 해야 하니까요.
@호진 / 처음부터 저희는 커밍 아웃을 했어요. '팬들과 함께 커가는 성장형 밴드가 되겠다.' 사실 많은 선배 밴드들이 홍대 클럽 공연 등 밑바닥부터 시작했잖아요. 2Z는 운 좋게 공중파 방송부터 했어요. 따가운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범준 / 클럽 공연을 해보면 스스로 알게 돼요. 실력이 전부죠. 최고 레벨은 아니지만 목표를 향해 가고 있어요.
@정현 / 어느 무대든 '기죽지 말자'고 멤버들 모두 다짐해요. 공연 전에 의기투합을 확실히 하죠. 관객만 생각해야 좋은 무대가 될 수 있거든요.
@주논 / 제 역할은 공연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흐름을 조절하는 거예요. 요즘 클럽 공연을 하면 팬들이 많아진 걸 체감해요. 팬들 반응을 보면 우리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있어요.
<'2Z는 간지' 키 크고 잘 생긴 밴드...4년 차의 내공>
@범준 / 배우 강수연 님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했잖아요. 2Z 역시 지명도가 없지 간지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는 키 크고 잘생겼다' 이런 식으로 자신감과 투지를 얻으려고 해요.
@지섭 / 멤버 모두 '간지가 있다'고 자기 세뇌를 해요. 4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죠. 밴드는 실력도 외모도 분위기도 무조건 '간지'가 나야 멋져요.
@호진 / 실수가 많았어요. 명색이 보컬이자 밴드 프론트맨인데, 작년 겨울이었어요. 7곡 준비해서 공연 했죠. 공연 후반 쯤 관객도 정점이었죠. 앙코르가 막 쏟아져 나왔어요. 정작 준비된 곡이 없어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죠. 너무 부끄러웠어요.
@정현 / 최악의 공연은 따로 있었어요. 클럽 공연 때였죠. 앞 밴드가 엄청 빠르고 드라이브 한 곡들을 많이 했어요. 휩쓸리면 안되는데 뒤엉키고 말았죠. 우리는 우리 공연을 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호진 / 멤버들이 악기를 안챙긴 경우도 몇번 있었어요. 음악방송 리허설, 뮤직비디오 촬영 때 였죠. 너무 긴장해서 그랬는데 아직도 아찔하죠.
@주논 / 클럽 공연을 다시 한게 작년 8월 말이었어요. 코로나 올스톱 이후 관객을 처음 만난 것이죠. 최근 브라질 공연 무대에서 비로서 2Z도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4년을 헛되게 보내진 않은 셈이죠.
<밴드는 어렵다?...다양한 음악 색깔로 팬들에게 접근 중>
@지섭 / 초기 앨범은 80~90년대 록사운드풍 곡들이 많아요. 록을 기반으로 하지만 많은 장르를 시도하고 있어요. '사운드만 들어도 딱 2Z다' 그런 밴드가 되고 싶거든요.
@호진 / 화성감이 풍부하다는 게 저희 장점이죠. 밴드는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아이돌 음악만 신나고 좋은 건 아니거든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2Z 음악을 들려주는 게 숙제죠.
@정현 / 7월에 다녀온 브라질 해외 투어를 잊을 수 없어요. 공연 2시간 내내 관객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죠. 2Z 노래를 따라하는 팬을 볼 땐 정말 감격했어요. 입 모양을 보고 알 수 있었거든요.
@주논 / 아이돌 보다 밴드가 방향성은 훨씬 더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해외 활동 비중이 90%예요. 2Z 음악 자체는 죄가 없어요. 한국 팬들이 저희를 몰라서 못 듣는다고 생각하죠.
@범준 / 2Z 알리기 총력전을 해야죠. 멤버들이 모델 활동도 다시 하고 있어요. 제가 BL드라마 '비하인드 컷'에 출연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호진이도 웹드라마 '하숙집 오!번지'로 연기에 도전했어요.
@주 / 밴드 다운 콘텐츠로 SNS를 제대로 해보려고 준비 중이예요. 팔로워가 늘면 한 명이라도 2Z 음악을 더 들을 수 있겠죠. 코로나 때도 살아남은 '간지 밴드'. 계속 '존버' 해서 좋은 음악 끝까지 하겠습니다.
<사진=이승훈기자>
▲ 범준
▲지섭
▲호진
▲정현
▲ZU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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