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공포에 부동산 위기까지"…흔들리는 위안화[한중일 통화 어디로①]
중국 경기 부진·부동산 업체 파산 우려
미국 등 선진국과 금리 격차도 벌어져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데 다 부동산 업체 디폴트 위기까지 겹치며 위안화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에 따른 강달러도 위안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경기 개선 없이는 당분간 위안화 반등이 어렵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위안화
지난 1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화 지급준비율을 2%포인트 인하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역내 시장에서 달러당 7.26위안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임시 방편으로 위안화 약세 흐름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위안화 추락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중국의 경기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중국 경제의 위기 상황이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월 중국 수출은 전년동기 14.5% 쪼그라들며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6월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활력을 잃었다.
부동산 부실도 가세했다. 대형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정부 재정 악화 우려가 높아졌고, 높은 실업률과 부동산에 돈이 묶인 중국인들의 소비 여력 감소는 물가까지 끌어내리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높아졌다. 7월 중국 소비자물자지수는 2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0.3%)를 기록한 상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긴축 기조에 나서며 자국 화폐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반대로 위안화 가치를 짓누른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정책금리를 0.25% 인상해 연방기금 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5.25~5.55%까지 치솟았다.
안갯속 中 경제…짓눌리는 위안화 가치
해외IB(투자은행)들은 최근 중국의 성장 전망을 줄줄이 하향 중이다. JP모간체이스는 지난달 올해 중국 성장률을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춘 4.8%로 제시했고, 바클레이스는 기존 4.5%로 0.4%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은 8월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 중국의 성장 예상치를 5.0%로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 가치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최근에는 초과 저축을 소비 진작으로 돌리기 위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예금금리 인하에 나섰다.
먹구름이 낀 중국 경기만큼 위안화 전망도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달러 대비 위안화에 대한 3개월 전망치로 기존 7.2위안을 7.3위안으로 수정했고, 소시에테 제네랄은 연말 전망치를 달러당 7.4위안에서 7.6위안으로 높였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위안화 방어 시사에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단시일 내 경기 부양이 어렵다는 점에서 한동안 위안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미국의 긴축 사이클 종료 기대가 높아지며 위안화에 상승 압력이 더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경기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 일부 반납되는 수준일 것이란 의견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는 전반적으로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약세 기조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연말로 갈수록 달러 약세가 예상되면서 위안화는 일부 되돌림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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