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 '자주 깜빡', 기억력 장애에 뇌 위축 소견 보이면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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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무언가를 깜빡하는 증상은 단순한 건망증으로도 볼 수 있지만 치매와 정상 노화의 사이인 경도인지장애일수도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하는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으며,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지 여부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또는 전두측두엽 치매 등 경과가 달라지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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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자꾸만 무언가를 깜빡하는 증상은 단순한 건망증으로도 볼 수 있지만 치매와 정상 노화의 사이인 경도인지장애일수도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하는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으며,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지 여부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또는 전두측두엽 치매 등 경과가 달라지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변화다.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이 몸으로 외우는 기억은 잘 유지되지만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은 노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능력 중 하나다. 그러나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기능의 감퇴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일반적인 치매로 진단하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분명하게 객관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보이는 상태다. 즉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이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돼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단계를 의미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고위험군으로도 볼 수 있다. 정상 노인은 매년 1~2%만이 치매로 진행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매년 약 10~15%가 치매로 진행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를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형 경도인지장애와 비기억형 경도인지장애로 구분할 수 있다. 기억형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주된 증상은 기억력 감소이나 일상생활은 유지능력은 정상인 경우를 말하며 비기억형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방향감각이나 시공간기능, 실행기능 등과 같은 기억력 이외의 다른 영역의 기능장애가 주된 증상이다. 이러한 두 가지 아형의 경도인지장애는 모두 다양한 정신행동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안하거나 짜증을 느끼기도 하며 일부에서는 망상이나 환각 등을 겪는다.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하려면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인지기능장애를 호소하고, 전반적인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는 뚜렷한 장애가 없으며 치매의 진단기준을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는 뇌 자기공명영상촬영(뇌 MRI) 및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를 이용한 영상검사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영상 검사만으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1~2년에 걸친 추적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위험성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고령이거나 신경심리검사 상에서 기억력 장애가 두드러질 때, MRI 등 뇌 영상 검사에서 뇌 위축 소견을 볼 수 있을 때,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65세 이상에서 발병한 알츠하이머병)의 유전형인 아포지질단백질 E4 형질을 가지고 있을 때 치매로 전환되는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며 일주일에 3번 이상 걷는 등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금연해야 하며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뇌 손상도 예방해야 한다.
세란병원 신경과 윤승재 과장은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로 진행되는 확률이 높긴 하지만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치매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정상 노화 상태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경도인지장애 정도를 유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도인지장애의 치료 목적은 증상 호전이라기보다는 치매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라며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가벼운 건망증이라도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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