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큰형님' 독일 경제 역성장 위기…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IMF, 독일 경제 나홀로 역성장 전망
변화 대신 현상 유지 밀어 붙인 여파
저출산 고령화에 정치 분열도 발목
감세·반도체 육성 카드로 반전 모색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러 가지가 있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역사의 장본인이자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로 대표되는 ‘자동차 강국’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산업·기계 등 제조업에 강점을 갖추면서 튼튼하고 견고한 전차의 이미지가 심어진 나라기도 하다. 오죽하면 자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두고 ‘전차 군단’이라는 애칭을 붙였을까.
그러던 독일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다가오는 경제 역성장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작금의 상황에 안주한 나머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 문제에다 여러 갈래로 분열된 정치권도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흥미로운 내용의 보도를 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전 세계 주요 경제국 중 독일만이 경제 역성장(-0.3%)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여파로 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러시아도 1.5% 수준의 경제 성장을 전망한 상황에서 독일만 역성장할 것이라고 콕 짚은 것이다.
IMF가 독일 경제에 우울한 전망을 한 이유로는 휘몰아치는 변화의 파도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독일 경제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기울어진 양국 간 경제 균형을 맞추는데 적잖은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생각했을 때 위기를 타개할 거대한 고객(시장)이 필요했다.
때마침 자본주의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던 중국이 사정권에 들어왔다.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는 중국에 공작기계와 자동차를 대거 수출하면서 위기를 극복했고, 지금의 반열에 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자 독일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한때는 독일 제품 최고의 고객이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경쟁자로 급부상했다는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년 전만 하더라도 독일은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었지만 세월이 변했다”며 “독일 정부가 팩스 기기에 계속 의존하는 건 농담거리가 됐다”는 웃지 못할 평가를 하기도 했다.
변화를 등한시했다는 것은 비단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독일 정부는 공공부문 투자 위축으로 사회기반시설이 심각하게 노후화한 상태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독일에서는 기업의 약 43%가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직원을 새로 고용하는 데 드는 기간이 평균 6개월에 이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40~60대 구산업 숙련공이 나라는 이끄는 나라’라는 타이틀이 붙는 이유다.
독일 정부는 최근 위기설에 반도체 육성과 감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독일 정부는 향후 4년에 걸쳐 법인세 320억 유로(45조9000억원)를 감면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감세는 중소기업에서 연간 70억 유로(10조원) 정도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이 골자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번 협상을 주재하면서 “우리는 대규모 부양을 어떻게 달성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인세 감세로 기업 숨통을 터주겠다는 독일 정부는 이 밖에 반도체 제조 부문 강화를 위해 200억 유로(28조4000억원)를 지원한다는 소식도 발표했다.
자존심을 구긴 EU 오피니언 리더의 품격이 반도체 투자·감세 카드로 반등의 여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올라프 숄츠 총리의 말처럼 “독일 경제는 더 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일지 한번 지켜보자.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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