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이드'도 안 통한다, 22세이브 투수의 갑작스런 추락...보직 변경 '충격요법'도 소용없는 예비 FA [유진형의 현장 1mm]

유진형 기자 2023. 9.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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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셋업맨, 모두 실패...이를 어찌해야 하나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FA로이드'는 자유계약(Free Agent)의 약자인 FA와 스테로이드의 합성어로 FA 자격을 얻기 직전에 폭발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선수들에게 FA 자격을 얻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매년 그렇듯 올 시즌도 좋은 FA 선수들이 시장에 많이 나온다. 특이한 점이라면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들이 유독 많다는 것이다. 김재윤(KT), 함덕주(LG), 홍건희(두산)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들은 FA를 앞둔 선수들답게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고 소속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홍건희가 완전히 달라졌다. 접전 상황에서 계속해서 실점했고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을 잃었다. 

결국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15일 "최근 접전 상황에서 흔들리는 경향이 짙다. 부담이 없는 자리에서 공을 던지게 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라며 올 시즌 22세이브를 기록한 홍건희를 마무리에서 셋업맨으로, 정철원을 셋업맨에서 마무리로 보직 변경 했다. 

하지만 한번 떨어진 그의 자신감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등판한 5경기 중 4경기에서 실점할 정도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지난달 19일 NC전에서는 2/3이닝 3피안타 1실점, 23일 키움전에서는 1/3이닝 2피안타 1실점, 27일 SSG전에서는 1이닝 1피안타 1실점, 31일 LG전에서는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피안타 2실점 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9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을 동안 피홈런을 3개나 허용했다. 시즌 초 150km를 웃돌던 패스트볼이 현재 140km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볼끝은 밋밋하고 한 가운데로 몰리는 공도 많아졌다. 

KIA 시절 홍건희는 구위는 좋았지만, 확실한 보직이 있는 투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2020년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시속 140㎞ 중반에 머물던 구속이 후반을 넘어 150㎞를 웃돌며 불펜 필승조를 거쳐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62이닝을 던지며 2승 9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48로 두산의 뒷문을 책임졌다. 그리고 올 시즌도 개막부터 두산 마무리를 맡으며 22세이브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커리어하이 시즌이었고 FA 대박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예비 FA 불펜 삼인방으로 불리던 홍건희였지만 지금은 애매해졌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서 고개 숙이는 모습이 잦아졌다. 'FA로이드'가 통하지 않는 홍건희다. 

한편 홍건희의 추락과 함께 두산은 믿었던 필승조가 붕괴했다. 접전 상황에서 믿고 등판 시킬 불펜투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 던지며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끌고 가는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미 두산은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믿었던 필승조가 흔들리며 리드를 지키지 못하니 이길 도리가 없었다. 두산이 5위를 탈환하고 가을야구를 가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홍건희와 필승조의 부활이 절실하다.

[최근 5경기에서 피홈런 3개를 허용하며 4경기에서 실점한 홍건희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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