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마을 찾은 7명의 외국인 감독
◀ 김필국 앵커 ▶
강원도 인제군 서화리에는 민간인이 거주할 수 있는 최북단 마을이 있는데요.
이곳에 최근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작은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 외국인 감독들이 찾은 건데요,
한때는 민통선 출입증이 있어야만 갈 수 있었던 끄트머리 마을에서 이들이 보고 느낀 건 무엇일까요?
김윤미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인제군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북쪽으로 들어가면 휴전선 앞 마지막 마을, 서화리가 나옵니다.
한때는 민통선 출입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고, 지금도 주민보단 군인들이 더 많은 끄트머리 마을입니다.
[박찬수/서화2리 이장] "(훈련) 총 소리보다 포 소리가 더 크게나죠. 여기는 포대가 많으니까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친구들이나 외지에서 놀러오신 분들은 여기 오면 전쟁났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하죠."
여느 구불구불한 시골 길과 달리 이곳 마을 길이 바둑판처럼 곧고 반듯한 건 1979년 북한을 의식해 새로 만든 전략촌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그러나 최북단 마을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손매임/서화리 주민] "옛날에 여기 오니까 버스가 없어 하루 한대밖에 그리고 출입증이 있어야 되고‥ 하루하루 살다보니까 정이 들고 고향이 됐지 이제 여기에 보따리 벗어놨지 어딜 또 가겠어."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던 이곳도 출입통제가 완화되고 외부와 교류하면서 점차 밝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특별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람들일까요.
'삶에서 드라마를 발견하고 함께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돼 벌써 4회를 맞은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에 참석한 7명의 외국인 영화감독들입니다.
마을에선 한창 영화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신지승 감독] "이 상황을 드라마로 8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겠습니다."
우연히 동네 아이들끼리 나눈 대화는 영화의 대사가 되고
"왜 이름을 적기 싫어할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해봐"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서?“ "오~"
몇 번의 연습을 거쳐 완성된 장면,
"난 여기 이름을 적기 싫어" "왜? 왜 그러는데? 이유가 뭔데?" "내 개인정보가 담겨 있으니까" "스페인 감독 : 너희들 뭐해?"(하하~)
영화 덕분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외국인 감독들은 군사분계선을 너머 비무장지대 숲길을 걸어보기도 했는데요.
물 졸졸~ 사진 찍는 감독들..
[틴 마호니/미국 감독] "가슴 벅차게 아름다웠습니다 한국에 와서 DMZ에 올라 거기서 북한을 바라보는 건 제 버킷리스트였죠."
전 세계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게 익숙한 감독들이지만, 휴전선을 끼고 살아가는 접경지 마을의 모습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합니다.
[낫타삭 자이티타/태국 감독] "북한과의 경계가 가까운 곳이니까 오기 전에 걱정이 조금 되긴 했어요. (무서워~) 하지만 막상 오니까 굉장히 평화롭고 주민들은 무척 친절했습니다. 감독의 눈으로 볼 때 이 지역은 영화 찍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돼요."
접경지 마을인만큼 가끔 이곳에서 촬영하지 말라는 군인들의 경고를 듣기도 했다는데요.
하지만 마을의 역사와 특수성을 알고있는 만큼 충분히 이해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아이에 이브라힘/말레이시아 감독] "군인들은 누구든, 특히 우리 같은 외국인을 보면 조심하라고 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요. 우리가 이 마을에 초대돼 온 이상 마을의 규칙을 따르는 건 당연합니다."
밤에는 더 많은 인제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야시장을 찾았는데요.
무대에 임시스크린을 설치해 출품작들을 주민들과 함께 감상하면서 여름밤을 즐겨보기도 했습니다.
[하성준/인제군 주민] "일단 우리 인제에 방문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인제의 깊은 인상을 좀 남겨주고 싶어서 환호성을 좀 크게 해주면 그거에 대한 깊은 인상이 남지 않을까‥"
4박 5일간의 짧지만 강렬했던 인제 여행.
감독들은 마지막날 밤 늦게까지 마을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추억을 다졌는데요.
각기 다른 환경, 역사에서 자라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르지만 한국의 접경지 마을이 되찾은 일상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들.
이들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건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평화를 이야기할 거란 확신 때문이 아닐까요.
[신지승 감독] "아마 이분들은 역사적인 이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고 영감을 받아 창작으로 발전할 겁니다 이 역사와 전혀 새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만나서 또 공감하는 과정들이 시작되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2074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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