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 "아기 버린 아빠도 양육 의무 강제해야"

박지윤 기자 2023. 9.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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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설립자인 이종락 목사가 지난 1일 서울 신림동 '주사랑공동체 교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보호출산제 뿐만 아니라 아빠도 양육을 책임지는 법이 강화되어야 아기 버림을 막을 수 있습니다"(베이비박스 운영자인 이종락 목사)

베이비박스 운영자인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는 보호출산제가 지난달 말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숨통이 조금 트였다"고 지난 1일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출산통보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주민번호가 없는 유령 아이 발생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목사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산모들이 병원 밖 출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위태로운 산모와 아기의 생명이 많아진다"며 "베이비박스에 오는 산모의 12% 가량이 병원 밖 비공식 출산인데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대 미혼모는 자퇴 압박으로 아이 출생신고를 못하고, 외도로 태어난 아기 엄마는 남편 때문에,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엄마는 사회적 수치심 때문에 출생신고를 피하며, 불법 체류 여성은 추방 두려움에 출생신고를 외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병원 밖 출산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 목사는 출산통보제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보호출산제도 함께 필요하다고 적극 주장해왔습니다.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하지만 일각에서 보호출산제가 아기 유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DNA 검사를 통해 버려진 아기의 아빠를 찾아 양육 책임을 지게 하는 부성애법을 만들면 아기 유기 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제 중인 여성이 임신하면 남성도 책임지기를 기대하지만, 연락을 끊는 남성들이 많아서 여성 혼자서 출산과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남성을 추적해 DNA 검사를 진행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소득을 압류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남성들도 성에 대한 책임 의식이 생기고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를 보살피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이 목사는 이 외에도 보호출산제와 관련해 여성이 익명으로 출생신고한 아기가 성장해 부모를 만나고 싶어할 때 아이와 부모의 입장을 조율하는 기관 설립도 법안에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생모가 홀로 잘 살고 있을 때는 자녀를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여성이 다른 가정을 꾸렸거나 유흥업 종사자, 알코올 중독 등에 빠져 있거나, 초라하게 사는 등 다양한 사연으로 인해 자녀를 다시 만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버림받은 아이도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생모나 생부가 만남을 거절하면 아이는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입법이 진행되는 보호출산제에 따르면 지역상담기관장은 보호출산을 신청한 생모와 생부의 인적사항, 유전적 질환, 신청하기까지의 상황, 아기의 이름 등이 담긴 출생증서를 아동권리보장원에 넘깁니다.

이후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아동권리보장원장에게 출생 증서 공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생모나 생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생모나 생부의 인적사항만 빼고 출생증서가 공개됩니다.

이 목사는 "아이는 '생모나 생부와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단순 통보만 받으면, 상처받고 분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중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를 살피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이 목사는 1995년 아들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생모가 병원에 두고 떠난 장애 아기 4명을 맡으면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데려와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 목사가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아기들을 받아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기 식구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7년 4월 꽃샘 추위가 몰아치던 새벽 "아기를 키울 상황이 안 돼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고 나가 생선 박스에 든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이후 이 목사는 아기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베이비박스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이 목사를 거쳐간 아기는 2104명입니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이 와서 지원을 약속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지원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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