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선보인 세기의 변환…‘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

김보람 기자 2023. 9.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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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의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 전경.  윤원규기자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의 레이저빔이 일정한 사운드에 따라 거대한 타워의 곳곳을 감싸며 빛을 내뿜는다.

2002년 뉴욕 록펠러 센터에 전시돼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 찬사를 받았던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트랜스미션 타워’가 20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빛을 밝혔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대형 레이저 설치 작품 ‘트랜스미션 타워’를 센터 뒷마당 야외에 설치, 오는 12월3일까지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을 선보인다.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 포스터. 경기문화재단 제공

어둠이 드리워지면 야외 전시장에선 트랜스미션 타워가 내뿜는 수많은 불빛이 부딪히고 사운드가 공명해 주변을 밝힌다. 8m 높이의 송신탑 모습을 한 메인 타워에서 발산하는 레이저빔은 2개의 작은 사이드 타워에 연결되다가 이내 주변의 울창한 나무와 잔디에 떨어지며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수놓는다. 20년 전 백남준이 상상했던 기술과 정보, 생태가 균형을 이루며 새까만 어둠 속에서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빛 축제가 펼쳐진다.

트랜스미션 타워 주변에는 은색으로 칠이 된 차량 여러 대로 이뤄진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 작품도 전시됐다. 자동차 좌석에는 수명을 다한 시청각 기계의 잔해들로 채워졌다. 백남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기술문명을 자동차로 표현, 진혼곡을 재생해 고별을 알리는 동시에 21세기 매체인 레이저를 사용한 ‘트랜스미션 타워’를 전시해 기술문명이라는 세기의 변환을 보여주려 했다.

이들 작품은 2002년 뉴욕의 록펠러센터 광장, 2004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전시된 뒤 센터에 기증됐다.

백남준아트센터의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 내부 전시장 전경. 경기문화재단 제공

트랜스미션 타워의 레이저빔은 야외에서 전시실 내부로 이어진다. 전시실의 한쪽 벽면에는 백남준이 2002년 뉴욕 전시의 오프닝 현장에서 진행한 피아노 퍼포먼스와 반짝이는 타워의 모습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이 흘러나온다. 미디어 환경에 대한 백남준의 고민과 메시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백남준이 레이저 전문가 노먼 발라드와 함께 제작한 ‘삼원소: 삼각형’과 밀레니엄을 맞아 제작한 영상인 ‘호랑이는 살아있다’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살펴보던 관람객들은 백남준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주제를 트랜스미션 타워로 생생히 느끼며 작품을 감상했다.

김미현씨(37)는 “20년 전 국제적으로 수백만명의 큰 호응을 받았던 작품을 직접 보게 돼 뜻깊다”며 “여전히 빛을 밝히는 트랜스미션 타워로 당시 백남준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기술과 정보, 생태의 균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상애 아키비스트는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기획한 것으로, 야외 레이저 설치 작품으로는 백남준의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며 “20년 전 백남준의 레이저 광선을 다시 쏘아 올리며, 백남준이 보낸 미디어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닿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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